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의종군 Sep 07. 2020

잘못된 성공의 축적

성공의 경험이란 아주 중요하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고... 성공도 해 본 사람이 더 잘할 수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성공의 경험을 지속적으로 쌓기 위해, 작은 성공의 기분을 계속 심어주는 것은 개인의 계발이나, 조직의 운영에 중요하다는 많은 서적들이 나와있다.


하지만 잘못된 성공의 경험은 매우 위험하다. 내가 고민하고 결정한 것, 그리고 행동한 것과 결과의 인과관계를 면밀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지면서 전국이 락다운되었다. 이 시기에는 회사들의 성장에 문제가 벌어졌지만, 온라인 쇼핑, 배달음식 업체들은 때아닌 호황을 누렸다. 만약, 이때 새롭게 런칭한 기능이 있다고 가정하자. 그 기능에 의해 매출이 올라간 것이 아니다. 즉, 나의 결정과 회사의 매출은 딱히 연관성을 찾기 힘들다. 그렇지만 회사는 그 결과를 치하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회사가 그러지 않더라도, 그 개인은 '잘못된 성공'의 경험을 쌓게 된다.


이 사례가 너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실제로 이런 현상은 비일비재하다. 필자가 일하던 한 여행업체에서는 5월 말에서 6월 초만 되면, 새로운 과제들이 생기면서 업무가 바빠진다. 갑자기 개발업무가 몰리게 된다. 그리고 9월이 되면, 해당 과제의 성과를 전사에 리뷰하는 자리가 많이 생긴다. 여행업체는 여름휴가철이 1년 중 최고의 성수기이다. 사실 앱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던 하지 않던, 심지어 가격이 좀 비싸더라도(너무 터무니 없지만 않다면... 아니 터무니없어도 팔리긴 팔린다) 숙박시설이 거의 무조건 팔린다고 보면 된다. 그 시기에 어떤 기능, 혹은 어떤 마케팅을 하게 되면, 흔히 말하는 전분기 대비 실적이 어마어마하게 나오게 된다. 그러면 그 기능이나 마케팅에 대해 치하하는 자리를 가지게 된다.


만약 위의 사례를 믿지 못하겠다면, 또 다른 흔히 일어나는 사례를 하나 예로 들어보자. 


그것은 주식시장이다. 사실 주식에 대한 분석은 '후행성'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결국 주가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주가가 형성되고 나면 그 이유를 찾아보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주식에 대한 분석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회사의 실적이 바닥을 쳤다. 만약 주가가 오른다면, '이제 실적은 지금이 최악이다. 앞으로 상승할 것이다'라고 분석될 것이고, 주가가 떨어진다면 '회사 사정이 점점 더 나빠질 것이다'라고 분석될 것이다. 그만큼 미래에 대한 예측이 어렵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계속 주식을 공부하고 분석한다. 물론 그것들이 아주 의미 없는 것이라면 증권사 애널리스트라는 직업은 사기꾼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에, 무의미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하려고 하는 이야기의 범주를 벗어나기 때문에 여기서 마무리한다) 어찌 됐던 많은 개인 투자자는 차트를 보고, 공시를 읽고, 시장 상황을 잘 분석해서 투자했다고 자부한다. 그리고 그 종목이 올랐다. 그것의 상관관계를 고민해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렇게 잘못된 성공이 조금씩 쌓인다. 그리고 한두 달... 수익은 벌써 50%를 넘어서고, 자신감이 붙었다. 이제 있는 돈 없는 돈 다 모아 와서 투자를 시작하고 그 결과는... 이런 패턴이 가장 흔하게 일어나는 케이스가 강세장(경기호황기)이다. 사실 분석하지 않고 어떤 종목을 사도 오르는 그런 경우가 있다. (물론 몇몇 부실종목은 예외다) 그런 강세장에서 몇 번의 성공을 거두고 나면, 나의 분석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굳건해진다.


이렇게 두 가지의 예를 들어봤다. '잘못된 성공'의 경험은 결국에는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그렇자면 '잘못된 성공'의 저주를 피해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애자일에서 많이 나오는 '회고'라는 게 도움이 된다. 내가 어떤 성공을 거두었을 때, 그게 정말 나의 결정에 영향을 받은 것인지, 주위 환경에 영향을 받은 것인지, 혹은 정말 단지 운에 의한 것인지. 만약, 내 결정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면, 본인의 결정을 믿고 다음에도 비슷하게 결정하고 확신을 가지면 될 것이고, 그렇지 않았다면 그냥 그 성공은 머리에서는 지워버리고 가슴으로만 즐거워하면 된다.


이렇게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성공을 재해석해볼 수 있다면, '잘못된 성공'의 저주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21세기 지천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