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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의종군 Oct 20. 2021

인플레이션에 대해서...

물가 상승이 아니다. 돈의 가치의 하락이다.

이 글은 앞의 포스팅에서 기술한 것처럼 '열심히 일해서 버는 돈으로 적당하게 소비하며 살아가는 것만으로는 왜 부족한지'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제가 여러 가지 책과 아티클을 찾아 보면서 얻었던 핵심적인 키워드는 바로 '인플레이션'입니다. 우리는 역사책에서 인플레이션이라는 것을 얼핏 알게 되었고, 1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의 어마무시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돈이 담긴 수레가 있으면, 돈을 버리고 수레를 주워가는' 사례들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혹은 빵을 사기 위해 100만마르크(7억원 정도)의 돈을 가져가야만 했거나, 돈을 세어볼 수가 없어서 저울에 달아서 계산했다는 얘기를 들어 보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인플레이션 하면 어떤 것이 떠오르시나요? 바로 물가상승입니다. 우리는 매년 물가가 오르는 것을 신문에서 인플레이션이라는 단어로 자주 접하곤 합니다.


필자 역시도 너무나도 당연한 상식으로써의 인플레이션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고 고민하는 와중에 조금 다른 각도로 접근하였더니, 그간 알고 있는 인플레이션과는 다른 관점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은 바로 화폐 가치의 하락이었습니다. 흠... 생각해보시면 물가가 오르는 것과 화폐 가치가 하락하는 것은 같은데, 무슨 새삼스러운 일이라고 글까지 쓰게 되었느냐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같은 개념이지만, 지금부터 화폐 가치 하락의 개념으로 인플레이션을 한 번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가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물가지표는 짜장면입니다. 짜장면 값은 1970년 100원이었는데, 2000년에는 2500원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2020년에는 5000원이 되었다고 합니다. (출처: https://www.cc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06464) 사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판교에서는 짜장면이 싼 곳은 7000원, 비싼 곳은 9000원까지도 합니다. 여러 가지 자료를 찾아보면 조금씩 수치에 차이는 있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가격의 변화이기 때문에 무시하도록 하겠습니다. 2000년에 짜장면이 2500원이었는데 2020년에 짜장면이 5000원이 되었다면, 짜장면 값이 2배 오른 것입니다. 생각만 해도 가격이 너무 올랐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겠습니다. 지금의 5000원은 20년 전의 2500원과 같은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즉, 화폐의 가치가 하락했다는 것입니다.


좀더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서 잠시 해당 예를 접고, 역사적인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주 옛날에는 현물을 교환하는 것으로 교류를 했습니다. 소 1마리는 닭 20마리와 교환이 되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현물은 두 가지의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교환하기 위해서는 현물을 가지고 움직여야 했고, 두 번째는 현물의 가치가 고르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튼튼한 소 1마리와 비실비실한 닭 20마리를 교환하면 누가 손해인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화폐를 사용하게 되었는데, 소위 귀금속이라 불리는 금과 은입니다. 소 1마리는 금 몇 g으로 해서 교환을 하게 된 것 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문제는 금의 정합성을 판단하기 어려운 것에서 생깁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아르키메데스가 유레카라고 했던 일화는 귀금속의 무게를 속이는 것이 흔하게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합니다.


그래서 고대 로마 시대 때부터는 금속 화폐를 사용하게 됩니다. 정부에서 보증하는 화폐를 만들게 됩니다. 여기서부터가 중요합니다. 우리가 탈무드나 혹은 고전 명작 소설을 읽으면 금화, 은화와 같은 단어가 나옵니다. 화폐는 그냥 쇠로 만든 것이 아니라 귀금속을 섞어서 만들게 됩니다. 로마의 화폐인 데나리우스에는 일정량의 금이나 은을 섞어서 만들게 됩니다. 화폐라는 것을 만들고 정부에서 보증을 했다뿐이지, 사실은 금과 은을 교환하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거래를 하게 됩니다. 이 때 위정자들은 화폐를 만들 때 금과 은의 양을 교묘하게 줄이는 식으로 화폐를 더 많이 찍어내곤 했는데, 그게 바로 인플레이션을 불러 일으킵니다.


정확한 금의 함량은 모르지만 예시로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화폐 1개에 금 1g이 포함되어 있고, 그것으로 소 1마리를 살 수 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그런데 황제가 금을 0.5g만 함유하는 것으로 바꿔서 화폐를 생성한다면, 이전에는 금 1g으로 화폐 1개를 만들 수 있었는데, 이제는 금 1g으로 화폐 2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잘 몰라서 기존의 시세대로 거래가 되었겠지만, 곧 누군가는 그 사실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그러면서 소 1마리의 가격은 화폐 2개가 되어 버립니다. 이렇게 추가적인 금의 유입없이 화폐를 찍어내면 물가상승 즉, 인플레이션이 일어납니다. 숫자만으로 보면 물가가 상승한 것이지만, 실제로는 화폐의 가치가 낮아진 것입니다. 금 1g을 받기 위해서는 과거에는 화폐 1개로 충분했지만, 이제는 화폐 2개가 필요하게 된 것입니다.


단, 추가적인 금의 유입이 있다면, 금의 함량을 줄이지 않고도 화폐를 많이 찍어낼 수 잇습니다. 화폐의 가치가 낮아지지 않고도 화폐가 늘어난다면 그것은 부유하게 되는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중세 시대의 스페인이나 포르투갈은 신대륙에서 들어오는 막대한 금과 은으로 화폐의 가치 하락없이 화폐를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사실 위의 금속 화폐의 의한 경제는 금속 화폐를 사용하지 않는 지금에도 통용됩니다. 다만, 그 내용이 눈에 띄지 않을 뿐입니다. 왜냐하면 현대 사회는 신용 화폐를 쓰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화폐에 금을 함유하지 않았지만, 금은 정부에서 보유하고 대신 어음으로써의 화폐를 발행해서 시장에 통용하는 것입니다. 즉, 화폐 발행 주체인 정부의 금 지불 능력을 신뢰하고 사용되는 것이 현대의 신용 화폐 즉, 지폐입니다.


지폐만으로 보면, 금을 함유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종이에 얼마든지 돈을 찍어낼 수 있을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부의 금 지불 능력만큼 화폐를 찍을 수 있습니다. 고대 시대에 사용하던 금속 화폐의 경제 시스템이 현대에도 동일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추가적인 금 유입없이, 즉 경제 성장이 없이, 화폐를 찍어내게 된다면 화폐의 가치는 하락하게 되고, 마치 로마시대에 금 함량을 줄여서 화폐를 만든 것처럼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게 됩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케이스는 세계대전 이후의 미국의 경제 발전에서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다른 국가에서의 화폐(금) 유입으로 인해 미국은 화폐를 추가로 찍어내더라도 화폐 가치 하락이 없이 호황을 누릴 수 있었던 것입니다.


고대 금속 화폐 시스템을 이해해보면, 인플레이션이란 단순히 물가 상승으로 볼 것이 아니라 화폐 가치의 하락으로 볼 수 있는 새로운 시선을 가질 수 있게 됩니다. 이 내용을 바탕으로 팬데믹 이후의 경제에 한 번 끼워 맞춰보도록 하겠습니다. (위 내용은 간단하게 요약했는데, 구체적으로 알고 싶으시면 인플레이션이라는 책을 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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