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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도시, 이스탄불!

이스탄불에서의 마지막 밤

by freejazz

저는 지금, '처녀의 탑'(Kız Kulesi)이 바로 앞에 보이는, 이스탄불 아시아 사이드 위스퀴다르(Üsküdar) 구(區)의 벤치에 앉아 있습니다. 이스탄불의 주요 관광지에서, 혹은 교통체증이 심한 도로에서 늘 나타나는 현지 길거리 행상(行商)으로부터 '시미트'(Simit)라 불리는 깨빵과 '차이'(Çay : 터키 차(茶))를 주문한 채로, 잠시 멍을 때리며 보스포러스(Bosphorus) 해협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러다 재미 삼아 구멍이 뚫린 도넛 모양의 시미트 빵 사이로 '처녀의 탑'을 넣어 사진에 담아 봅니다. 풍경도, 날씨도, 향기도, 그리고 색감(色感)도 이렇게 낭만적일 수 있을까요? 지중해성 기후의 여름은, 햇볕은 뜨거워도 하늘은 파랗고 바람도 살랑살랑 불어서 그리 덥진 않은데요. 오늘도 오후가 되니 바람이 꽤 불어와서 이제 여기도 여름의 막바지에 접어든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주재원(駐在員) 신분으로 거주증을 갖고 있을 때에는 언제라도 이곳에 올 수 있었으니, "그냥 좋다!" 정도로만 느꼈는데, 여행자(旅行者) 신분으로 여권을 갖고 이곳에 여행을 오니, 그 좋은 감정이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훨씬 커진 것 같네요. 게다가 여행자의 시간은 정말 쏜살같이 지나가서, 벌써 이곳에서의 마지막 밤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스탄불 아시아 사이드에서 보스포러스 해협 위로 보이는 하늘은 맑고 연한 하늘색(色)이고, 바로 앞의 바다 또한 투명하고 진한 바다색(色)이네요. 그리고 하늘과 바다의 경계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형형색색(形形色色)의, 과거 비잔티움 혹은 콘스탄티노플이라 불리던 구시가지가 강한 햇빛 탓에 살짝 아련하게 보입니다. 지금은 파티흐(Fatih) 구(區) 내의 술탄 아흐멧(Sultan Ahmet) 지구인 이스탄불의 구시가지는, 아야 소피아(Aya Sophia), 블루 모스크(Blue Mosque), 그리고 톱카프 궁전(Topkapı Sarayı)까지, 모두 햇빛을 잔뜩 받은 상태로! 하늘과 바다의 경계인, 처녀의 탑 바로 뒤에서 그 윤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편, 그 바로 앞에 보이는 '처녀의 탑'은 아시아 지구 쪽에 가까운 바다 위로 유유히 떠 있네요. 그리고, 햇살을 잔뜩 머금은 보스포러스 해협의 파도는 이쪽으로 계속 넘실넘실 흘러오고 있습니다.


그렇게 늦은 오후가 지나고 있을 무렵, 저는 해가 지기 전에 이 도시의 야경을 어디에서보다 잘 감상할 수 있는 '참르자 언덕'(Çamlıca Tepesi)에 올라갔습니다. 이 도시와 작별인사를 하기 딱 좋은 장소인 그곳에 도착했을 무렵, 하늘에는 거짓말처럼 붉은 빛의 노을이 물들었습니다. 그렇게 아쉬움을 가득 안은 채, 이스탄불에서의 마지막 밤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제가 서울 다음으로 오래 거주했던, '나의 도시' 이스탄불! 4년(2018년 2월 ~ 2022년 2월)의 주재생활, 그리고 그로부터 정확하게 3년 6개월 만의 재회(再會). 이 정도면 제가 이스탄불을 '나의 도시' 라고 표현해도 크게 무리는 없겠지요?


물론 내일이면 저는, 이곳 이스탄불을 떠나겠지만… 아! 그래도 저는 아직, 보스포러스 해협이 내려다 보이는 이 아름다운 도시, 과거 로마 시대에 비잔티움과 콘스탄티노플이라 불렸던 이곳, 이스탄불에 있습니다!



2025. 08. 15.


이스탄불 여행의 마지막 밤,

이스탄불 아시아 지구 '처녀의 탑'과 '참르자 언덕'에서



(사진 1) '처녀의 탑'(Kız Kulesi), 16시 무렵


(사진 2) '참르자 언덕'(Çamlıca Tepesi), 20시 무렵


(사진 3) '참르자 언덕'(Çamlıca Tepesi), 21시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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