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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아 Mar 23. 2019

“이만한 물건없다” 주한미군 입소문타고 세계점령한 한국

할머니가 쓰던 덧버선, 담요···해외에서도 통하는 ‘할매 스타일’

“나는 뭐 무치믄 간도 간 안 보고 냄새 딱 맡으믄 간이 나와

(나는 뭐 무치면 간 안 보고 냄새 맡으면 알 수 있다)”


박막례 할머니(Korea Grandma)는 73세 유튜버다. 구수한 사투리로 요리, 쇼핑, 메이크업 영상을 찍는다. 채널 구독자가 71만명.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기다. 미국 패션지 보그, 영국 로이터 통신 등 언론매체에 등장할 정도다. 

유튜버로 유명한 박막례 여사./출처 : 박막례(@korea_grandma) 유튜브 캡처

“옛날에 화장하고 시장 가면 바람났냐고 얼마나 숭보는지 아냐. 그런 사고방식을 버려야 해. 하고 싶어도 넘의 시선 때문에 지대로 못해. 지금은 안 그러겄지. 2017년돈디 시방.” 속 시원하게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어록이다. 젊은 시절부터 리어카 끌고 떡·과일 장사부터 가사도우미·식당일 등 닥치는 대로 일해왔던 박 여사다. 유쾌하고 밝은 일상 속 삶의 철학이 담긴 해학이 있다. 취업난에 지쳐 기댈 곳이 필요한 청년세대가 그녀의 말에 웃고 운다.


‘박막례 신드롬’에 전국 각지에서 팬들이 모인다. 부산, 대구 등에서 박막례 여사의 딸이 운영하는 용인의 한 식당까지 찾아간다. 박 여사는 일주일에 서너 번 식당에서 팬들을 만난다.


박여사 같은 ‘할매’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젊은이들은 푸근하고 편안한 느낌의 할머니 스타일을 일부러 찾아 나선다. 한국인 정서로만 설명할 수 있는 '할머니 감성'을 외국인도 좋아한다. KPOP·김치 등에서 벗어나 한국 문화를 즐기는 방식이 훨씬 폭넓고 다양해졌다. '강남 스타일'만큼은 아니지만 '할매 스타일'이 통한다. 이런 현상은 해외 쇼핑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외국인들이 아마존·라쿠텐 같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국내 전통 제품들을 산다.


| 일본 관광객이 시장에서 사고 싶은 물건 1위는 ‘할머니 덧신’

(왼)일본에서 판매하고 있는 '요술버선'이라 불리는 할머니 덧신·(오)일본인이 국내 재래시장에서 사고 싶은 기념품 순위./출처 : (왼)라쿠텐·(오)한국관광공사 제공

한국관광공사는 2019년 2월 1일부터 15일까지 14일간 일본 관광객에게 ‘한국 재래시장에서 사고 싶은 물건’을 물었다.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은 ‘요술 버선’이었다. 응답자 495명 중 ‘요술 버선’이라고 답한 사람은 51명(10.3%)이었다.


일본에선 최근 한국식 ‘요술버선’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요술버선’은 옛날 버선모양의 양말이다. 우리나라 할머니들이 자주 신는 이 양말은 2018년 겨울부터 일본인 관광객 사이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일본 만화가 타키나미 유카리는 약 6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트위터에 "한국의 요술 양말이 좋다"는 만화를 그려 올렸다./출처 : 타키나미 유카리 트위터 캡처

일본 만화가 타키나미 유카리(Takinami yukari)는 지난해 1월 트위터에 요술버선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추위를 타는 사람이 반드시 사야 할 최강 방한용품 요술버선’이라고 소개하면서 ‘믿을 수 없다. 터무니없이 따뜻하다’고 극찬했다. 게시물 말미엔 ‘한국인 여러분, 이렇게 훌륭한 것을 어째서 지금까지 가르쳐주지 않았습니까’라고 덧붙였다.


일본 최대 온라인 쇼핑몰 라쿠텐에 ‘요술버선’(ポソン)을 검색하면 약 4000개의 상품이 나온다. 가격은 400~800엔(약 4000~8000원) 정도다. 한복에 주로 신는 전통적인 버선 문양에서부터 할머니용 꽃무늬 덧버선까지 있다. 젊은이들은 이 버선을 신고 소셜미디어 등에 ‘인증샷’을 올린다.


| 아마존에는 ‘코리안 그랜마 블랭킷’이 럭셔리 아이템


할머니 침대 위에 깔려 있었던 호랑이 극세사 담요. 지나치게 화려해 오히려 촌스럽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대다수 한국인들은 새빨간 장미꽃, 진홍색 라일락 꽃문양은 부담스럽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미국 최대 쇼핑몰 아마존에서 이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달랐다.

아마존에서 판매하고 있는 한국식 할머니 담요./출처 : 출처 JML

아마존에 검색하면 150개 넘는 ‘코리안 그랜마 블랭킷’(Korean Grandma Blanket·한국 할머니 담요)을 볼 수 있다. 개당 100달러(약 11만원) 넘는 상품도 있다. 국내에선 5만원 내외로 살 수 있는 시장표 담요가 해외에서는 특별한 인테리어 소품이다. 상품 리뷰에는 “이국적이다”, "고급스럽다"라는 평이 달렸다. 보기에도 좋을 뿐만 아니라, 벨벳 소재 담요가 촉감이 부드럽고 따뜻해 실용적이라는 후기도 있다.


이 제품은 주한 미군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 해외에 알려졌다는 얘기가 있다. 미군들은 미군 기지 근처 시장에서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산다. 평택 국제중앙시장이 대표적이다. 이 시장에는 미군을 위한 맞춤 옷 가게, 햄버거 가게 등 다양한 상점들이 많다. 특히 혹한기에 대비할 수 있는 담요 파는 가게가 여러 곳이다. 미군들에겐 한국의 추운 겨울을 견디는데 이만한 물건이 없었다. 


이들이 산 담요는 주로 한국적 문양인 호랑이, 장미꽃 등으로 장식이 들어가 있었다. 한국인에겐 촌스러운 할머니 담요였지만 가벼운 데다 보온성이 좋아 선물용으로 많이 팔렸다고 한다. 담요는 외국인 사이에서 SNS 등으로 퍼져나갔다. 이후 아마존에서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아마존 셀러 JYK 사에서 파는 42달러(약 4만5000원)의 호랑이 담요는 현재 재고가 3개 남아있을 정도다.


| 골동품 그 이상의 가치···20만원 상당의 할머니자개장·손거울


검은색 바탕에 옥색 문양이 박힌 거울과 화장대도 의외로 화제다. 흔하고 촌스러운 이 거울은 외국인들에게 특별한 예술품이다. 그들은 옥색 꽃, 나무, 잎사귀 등을 동양의 장인이 공들여 제작한 이국적인 골동품으로 본다.

아마존에서 판매하고 있는 한국식 전통 거울과 화장대. 가격이 20만원대로 높지만 소비자는 5점 만점의 만족도를 남겼다./출처 : 아마존 캡처

아마존에서 살 수 있는 ‘Korean Traditional Mirror’(한국 전통 거울)는 550가지 이상이다. 가격은 조그만한 사이즈의 손거울이 25.95달러(약 2만9000원). 리뷰를 살펴보면 만족도가 5점 만점에 4.5 이상일 정도로 높다. 너무 예쁘다고 하면서 선물용으로 추천한다는 후기도 있다. 무게가 약 9파운드(약 4kg)인 커다란 보석함은 가격이 무려 20만원(229.99달러)이다. 이 제품을 구매한 구매자는 “여자친구가 너무 좋아했다”고 하면서 5점 만점의 구매 만족도를 남겼다.


한국관광공사 홍보팀 박재휘 대리는 “한류 열풍으로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의외의 제품들도 아이돌 굿즈(goods) 못지 않게 인기를 끌고 있다”고 밝혔다. 또, “우리 눈엔 낡고 촌스러운 제품이지만 외국인들은 전통 문양을 새롭고 이국적인 디자인으로 본다”고 말했다.


글 jobsN 김지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기사 원본 : https://1boon.kakao.com/jobsN/5c7e21816a8e5100018bc6c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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