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칼끝을 벼르기
젊은 사람들은 자신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요즘 젊은이들이 그렇다.
SNS와 미디어의 발달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20대 유명 연예인, 인플루언서들이 큰 돈을 턱턱 벌어대고, 각종 명품소비와 수십, 수백억 짜리 집을 샀다는 뉴스가 심심찮게 나온다. 금수저들의 돈자랑은 또 어떤가. 평생 우리의 부모님조차 누려본 적 없었던 해외여행, 고급 레스토랑, 값비싼 차량들을 20대 초반에 아무 노력 없이 소비한다. 그들과 비교하는 한, 인생은 어디에 있건 한없이 비루해질 수밖에 없다.
자신의 삶을 소중히 여기길 바란다. 주어진 시간을 애틋하게 여기겼으면 한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듯 애닳고 마음을 다 줘버려라. 밀도 있게 시간을 쓰란 말이다. 목표는 과거의 나를 넘어서는 것이다. 하루 하루 살아가다보면, 그리고 나이가 점점 들다 보면 이게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헤밍웨이는 "타인보다 우수하다고 해서 고귀한 것은 아니다. 과거의 자신보다 우수한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고귀한 것이다" 라고 말했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비교하는 것은 역시나 기록 뿐이다. 프리랜서가 된 이후, 나는 강박처럼 매일같이 나의 생산성을 기록한다.
솔직히 고백하건데, 슬럼프라고 여겼던 시기가 있었다. 에너지를 뿜으며 어서 성장하라고 외치는 것들을 외면하고 스스로를 합리화하던 때도 많았다. 열정적으로 앞만 보고 달려갔던 20대. 어쩌다보니 사랑하던 사람이 생겨 결혼을 하고,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하는 과정을 지나면서 정신적, 육체적으로 너무나 지쳤다. 과거에 뜻했던 바들을 모두 놓아버리고 싶었다.
나를 이렇게 몰아놓은 남편이 너무 미웠다. 남들은 그저 편하게 살겠거니 하는 눈초리도 다 알고 있다. 하지만 내 목표는 여기서 안주하는게 아니다. 그래서 24시간 이어지는 신생아 육아에 지친 몸을 끌고 침대에 누워도 4~5시간 밖에 잠에 들지 못했다. 머릿속에선 내가 가야 할 길에 대한 목소리와 비전이 자꾸 나를 칼처럼 찔러대는 기분이었다. 결혼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아기를 낳지 않았더라면 나는 만족했을까.
인생의 절망이 당신의 삶에 기적을 가져다 줄 것이다. 몇가지 명확한 데이터는 작가의 삶을 보면 된다. 인류 역사상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이는 작가 중 한명인 로앤 K 롤링. 대학을 졸업 후 포르투갈 기자와 결혼해 1993년 딸을 낳았다. 몇 개월 지나지 않아 이혼했다. 분유 살 돈도 부족해 정부 보조금을 타며, 갓난아기를 유모차에 싣고 카페에서 몇시간이고 소설을 썼다. 그렇게 만든 소설은 무려 12곳의 출판사에서 거절을 당했다. 싱글맘이 된 6년 뒤, 1997년 비로소 <해리포터>가 출간될 수 있었다.
이제 막 태어난 갓난 아기를 달래며, 분유 탈 돈도 없는 싱글맘이 소설을 썼다는 게 믿어지나? 그녀는 무명작가도 못되는, 이전까지 책 한권도 내본적 없는 작가라고 할 수 없는 인물이었다. 만약 이 글을 읽는 독자 주변에 그런 인물이 있다면 좀 미친 인간인 것 같다며 비난했을 것이다. 당장에 돈 되는 일을 하라고, 공장이든 알바든 취직하라고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자기 인생의 비전을 목격한 사람들은 결국에 이렇게 미친 짓을 해내고 만다. 누가 뭐라고 비웃건 자기 갈 길을 간다. 그리고 결과를 만들어낸다.
그렇다고 롤링에게 절망이 없었을까. 두려움이 없었을까. 오로지 자기 인생의 100% 확신만 있었을까. 절대 그렇지 않았을 거다. 매일 밤을 새울 정도로 공포감이 엄습했을 것이다. 그렇게 두려워할 바에야 차라리 자지 말고 일을 하는게 나을 것 같아 노트북 앞에서 커피를 마시며 키보드를 두들겼을 것이다. 아기가 잠깐이라도 자는 적게는 30분에서 많게는 2시간의 그 시간에 밥을 먹거나, 머리를 만지거나 할 새도 없이 일에 몰두하고, 몰두가 안되도 또 자신을 끌어다 넣고 그렇게 일을 했을 것이다. 그런 위대한 작가는 신이 내린 것처럼 저절로 글을 썼을거라 믿지만, 모두가 자신의 인생에서 경험하다시피 절대 쉽거나 거저되는 건 없는 절대 법이다.
스스로의 인생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닫는다면, 당신은 현재에 실망할 필요 없다. 당신이 보내고 있는 그 시간이 당신에게 마법을 부릴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