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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아 Jul 07. 2024

사랑의 환상

여자들에게

며칠 무리를 했더니 결국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내 몸은 언제나 이런 식이다. 

조금만 무리를 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대상포진, 감기 몸살 등으로 반응한다.

하루 조금 무리하면 2~3일, 길게는 일주일을 앓아 누워야 하니 언제나 과로하지 않게 예민할 수밖에 없다.


밤잠을 설친 까닭도 있다.

나는 29살에 결혼을 해 가정을 이뤘다. 신혼생활 1년이 채 되기 전에 아기가 찾아와 아기를 낳게 됐다.

어느순간 급물살을 타듯, 30대를 엄마로 살아가게 됐다. 내 친구들 중에는 내가 가장 아기를 빨리 낳았다. 

아기가 매일 매일 자라가는 걸 보면 그 누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하다가도 가끔 너무 불안해질 때가 있다. 


우리 엄마는 아빠랑 거의 매일 싸웠다. 두 사람의 모든 대화에는 분노와 질책이 묻어있었다. 소리지르거나, 시비를 걸거나, 나지막히 욕하거나. 세가지 경우밖에 없었다. 사이가 좋았던 순간은 한번도 본적이 없었다. 아, 둘 중 한 사람이 화가 나서 입을 다물면 그나마 침묵의 평화(?)가 이어지긴 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늘 하던 생각은 '저렇게 싸울거면 차라리 갈라서지 왜 저러고 있냐'였다. 엄마는 "자식 때문에 못 헤어진다"는 최악의 변명을 하곤 했다. 그 변명이 지겨워 딸들은 20대에 빠르게 모두 독립했다. 각자의 가정을 이뤄 아기도 낳고 살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엄마는 아빠와 헤어지지 않았다. 여전히 싸우고, 갈구면서 산다. 결국, 엄마가 아빠가 필요해서 곁에 있는거다. 이런 저런 불만을 언제나 토로해도 엄마는 아빠와 있는게 편안했고 좋았던거다. 그러면 불만사항들을 자식 앞에서 쏟아놓지 말았어야지. 아빠를 만나지 않았으면 인생이 어떻게 됐을거다 라는 말도 그만 했어야지.


텔레비전에서 2번 이혼한 여자, 3번 이혼한 여자 이런 소개를 볼때마다 오히려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용감한 거니까. 세상에는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이혼하지 않는 여자가 훨씬 많다. 남편에게 매를 맞으면서도, 바람을 피운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가만히 있는거다. 


물론 머리로는 이해한다. 평생 산 사람과 갈라서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잘 안다.

이혼이란 인생에 있어서 너무 큰 변화이자 미지수다. 겁이 많아 밤거리는 걸어다니지도 않는 엄마가 10대 딸 둘을 데리고 어딜 갈 수 있었겠나. 그럼에도, 아빠가 평생 도박을 하면서 집안을 살피지 않았던 아직도 용서되지 않는다. 젊을 조금 잘나갔다고 그나마 있던 재산들도 모두 날려먹었다. 조금 높은 자리에 있다고 남들 업신여기고 무시했다. 남들은 움켜쥐고 어떻게든 지키려 했던 재산들을 너무 쉽게 날려버린 생각하면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아버지는 아버지의 선택으로 자신의 인생을 살았다. 부모가 살아온 삶을 원망할 필요 없다. 나는 나의 인생을 사는게 중요하다. 무책임한 남편에게 평생 휘둘리며 살아온 엄마 밑에서 자란 딸들은 남편에게 평생 기대 산다는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뼈저리게 알고 있다. 언제든 이혼이라는 카드를 쓸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자본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일을 쉬지 않아야 한다. 


그러다보니 인생이 살짝 고되고 외로워져 버린다.

아기를 낳고 나니 체력도 에너지도 전부 빠져버렸다.


래도 어쩌겠나. 별볼일 없는 남자에게 기생하는 여자의 삶은 정말 최악이다.

차라리 기생할거면 열심히 노력해서 재벌이나 부잣집 남자에게 빌붙어라. 

그게 훨씬 실속 차리는거니까. 


제발 여자들이 사랑이니 뭐니 하면서 자기 무덤 파는 소리 그만하고 세상의 진실을 깨닫길 바랄 뿐이다. 아기를 낳고 나면, 사랑의 환상은 모두 무너지고 세상의 진실 절반 이상은 깨닫게 되니 얼마나 큰 성장통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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