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에세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지아 Jul 11. 2024

조용한 곳에서 잠

강원도를 여행하고 있다. 리조트가 산 속 깊은 곳에 지어져 무척 조용하다.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기 전이라 사람들도 많지 않다. 

수영장을 비롯해 거의 모든 편의시설들을 독점적으로 사용한다. 

북적거리는걸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좋은 시기를 선택했다는 확신이 든다.


이곳의 고요가 책을 읽게 만든다. 휴대폰은 멀리 던져놓고 4~5시간에 한번씩 볼 정도다.

서울의 소음은 사람을 예민하고 고통스럽게 만든다. 

그 불편감이 소음 때문이었다는 걸 인지하기도 쉽지 않다. 

평생 아파트나 빌라에서 살아왔다면 소음과 함께 길러지기 때문이다.

단지 원인 모를 두통으로 아스피린이나 멜라토닌 같은걸 껴안고 살게 만드는 것이다.


잠도 잘 잤다. 잠은 반드시 조용하고 어두운 곳에서 자야한다.

숙면의 필수조건이다. 서울집에선 암막커튼과 귀마개가 필요하다.

이곳에선 창문을 열어두고 자도 괜찮다. 

온도가 딱 맞춰지면서 풀벌레 소리를 들으면서 잠에 들었다. 

평소 꾸던 악몽이 아니라 하늘을 훨훨 날아서 어떤 섬에 가 닿는 꿈을 꿨다.


오기전엔 몸이 많이 아팠는데 어느정도 회복이 되었다.

작업도 마무리까지 완성했다. 당연히 여행 와서도 작업을 멈추지 않았다.

이번주에 제작사에게 대본을 보내겠다는 약속을 지킬 것이다.


나는 강원도가 좋다. 

특산품인 감자나 옥수수 같은 슴슴한 맛의 구황작물도 평소 즐기는 간식이다.

두부라면 사족을 못쓰는데 이곳엔 두부집이 치킨집보다 많다. 

모두부 한그릇에 청국장을 시키면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할머니 두부가 나온다.

사투리도 정감있다. 톡톡 튀면서도 감기는게 개구리 발바닥 같기도 하고 하여튼 매력있는 소리다.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사우나를 즐길 수 있다.


무엇보다 고요하다.


그래서 국내여행을 선택할 땐 언제나 강원도를 찾는 편이다.

요즘 젊은 사람들에겐 국내여행은 시들하지만, 국내도 좋은 곳이 정말 많다.

가끔 작정하고 양심없이 바가지를 씌우는 곳이 있다는 업주들에 대한 뉴스가 나온다.

그건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마구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곳을 조심해야 하며, 

사람들이 아예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을 선택해도 안된다.

지역에서 토박이로 장사하는 사람들은 어디까지나 양심이 가장 중요하다.

식당 간판이나 외관만 봐서는 모르고, 가게 들어가서 분위기 보면 답이 나온다.


어쨌든 휴가를 극성수기만 피해서 즐겨도, 이렇게나 좋은 점이 많다는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그리고 대체로 다른 모든 선택들이 그렇다. 

물론 이건 개인의 성향에 달린 것이긴 하다.


여러 사람들이 몰려 있는 시끌시끌한 분위기가 좋고, 수영장에 발 디딜 틈 없이 바글바글한 바이브가 있어야 하며, 줄 서서 밥을 먹는걸 선호한다면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것 같긴 하다. 


하지만 언제나, 어디서나 고요함을 선택하는 사람들이라면 이야기는 다를 것이다.

한살배기 아이를 끼고 와서도 조용했으면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생각보다 그런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지난주 성북동에서 친한 친구와 오랜만에 만났다.

그 식당 한귀퉁이엔 유명인인 유해진 배우가 계셨다. 

존재하시는지도 모르게 조용조용 일행과 막걸리에 파전 하나를 먹고 계셨다.

유해진 배우는 구기동에서 오랫동안 거주하다 최근 성북동으로 이사한 것으로 알고 있다.

(뉴스기사에 다 나온다.)


언론에선 대한민국 피라미드 정점에는 강남이 있다고 떠들지만

사실 상위층의 사람들은 강남에 관심이 없다. 

(나는 도곡동에서 초등학교때부터 20살 넘어서까지 거주했었다.

그래서 잘 안다. 이곳엔 노인들 뿐이라는 걸.)


시끄럽고, 마약 관련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데다가

세계 최첨단의 유흥업소들로 인해 밤이 화려하고, 

거주옵션이랄게 대다수 오래된 아파트들이거나 또는 좁디좁은 신축아파트,

층간소음, 매연과 소음도 단점이다.


요즘 무슨 부의 상징처럼 한강뷰 한강뷰 하는데 심각한 해로움을 몰라서 하는 소리다. 

서울에서 한강뷰를 끼고 있는 아파트들은 모두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를 끼고 있다.

우리나라는 가뜩이나 미세먼지로 인한 폐암 발생률이 세계적으로 높은 수치인데,

한강뷰라는 건 즉 왕복 8차선 도로에 24시간 돌아가는 배기가스 공장을 앞에 두고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래도 희망이 아예 없는건 아니다.

우리나라의 자동차가 전부 다 전기차로 바뀐다면 아마 이 문제는 해결될지도 모른다.)


언론에서 떠들어대는 건 전부 헛소리일 가능성이 크다.

좋은 기사를 판별해 읽는 능력이 있다면 미디어를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독자들은 언론에 이용당할 뿐이다.


어쨌거나 한강뷰라던지 강남이라던지 뭔가 그럴듯하게 허황되게 말하는 문구들을 조심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강남에서는 서초구 반포동 이 지역 말고는 앞으로 별다른 가망이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삼성, 청담, 압구정도 모두 실버타운으로 변한지 오래다.)


진짜 부자들은 유해진 배우가 사는 성북동에 산다.

내가 하는 말이 아니라 김시덕 교수가 이미 유튜브에서 한차례 설명한 바 있다.


(아래 링크 참조)

https://youtu.be/ekGGL81jKMc?si=0oDVK0dczTSnL0xE

김작가 유튜브 - 김시덕 교수


사소하게는 휴가지와 휴가일정을 선택하는 문제에서,

아주 중요하게는 부동산까지. 


남들 다 가는대로 우르르 따라가는게 과연 좋을까라는 질문을 하려다 여기까지 왔다.

물론 그게 편하다고 하면 할말이 없지만. 

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의식이 깨어있는 사람들일 것이라는 확신에서 쓰게 됐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랑의 환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