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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아 Mar 12. 2016

1교시 : 사소함을 기억해주는 사람

#교실 _ 언니의 신혼집

 아이를 낳아 육아휴직을 하고 있는 언니네 신혼부부집은 빈손으로 가면 위험한 곳이다.

외출을 올리브영에서 아몬드와사비 같은 거라도 사가지고 가야

조카를 볼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하얀 피부가 몽글몽글한 양띠의 10개월 조카는 이제 기고 끼약끼약 소리를 지른다. 

알록달록한 동화그림책을 사가면 입에 넣어보는 미식가다. 


나의 언니었던 사람이, 이젠 여자아기의 엄마로 산다. 

아가씨 때도 그랬다만 더 빈번하게 감지 않는 머리에, 잠을 못자 다크써클이 깊다. 

작고 연약한 생명을 지키는 일은 휴식이 없다.



 그날의 장바구니에는 자연드림 초코크림파이가 들어있었다. 

냉장고에 넣었다 꺼내먹으면 겉을 싸고 있는 초콜렛이 

쿠키처럼 굳어 바삭바삭한 식감의 생크림을 맛볼 수 있다. 

어릴적부터 아토피를 심하게 앓았던 언니때문에 우리집의 먹거리는 그렇게 사소한 간식까지 

협동조합에서 사먹게됐다. 


 형부는 이런 식습관이 적응이 낯설지만 최선을 다해 공부하는 것 같다.

"이게 자기가 저번에 먹고싶다던 보름달쿠키야?"

식탁위에 올려진 초코크림파이를 보며 언니에게 묻는 형부.

"아니 그건 아닌데 먹어봐. 맛있어."


 좋아한다. 형부는 언니를 많이 아껴주고 좋아해주고 있다.

갑자기 생겨버린 낯선 남자식구가 어색한 처제지만 그의 마음을 알 수 있다.

언니는 아주 어릴 때부터 스치듯, 입버릇처럼 뭔가가 먹고싶다고 말하는 습관이 있다.

산책길에서도 훈제햄이 들어간 샌드위치,

쇼핑을 하러 버스에 내리는 순간 숙명여대 앞의 순대국,

회사에서 농땡이피우며 카카오톡을 하다 엄마가 어릴적 간식으로 부쳐준 감자전을 찾는 사람이었다.


그처럼 먹는 즐거움을 호흡처럼 누리는 언니가

무심결에 말했던 보름달 쿠키에 대하여

형부는 오랫동안 기억한다.


꼬물꼬물대며 기어대는 세상에 내려온 하얀 눈같은 조카를 보며.

평범한 신혼의 사랑이 지어지고 있는 이 집에 잘 찾아왔다고 속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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