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는 테니스다. 테니스 경기는 빠짐없이 챙겨 본다. 연애할 때부터 레슨을 받았고, 경기를 직접 뛰러 가는 게 인생의 낙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특히 도심에서 테니스를 자주 치기란 쉽지 않다. 일단 테니스장이 많지 않다. 많지 않은 테니스장에 매번 경쟁률은 치열하다. 그리고 기후도 따라주지 않는다. 극한으로 덥고 추울 때는 테니스를 칠 수 없다.
남편에겐 소원이 하나 있다. 바로 자식들이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가 되는 것이다. 얼마나 간절하냐면 정말 아이들이 테니스에 재능을 보인다면, 자기가 직장을 그만두고서라도 서포트를 해주겠다고 말할 정도다.
테니스광인 남편과 사는 게 쉽지 않다. 일단 주말에 한번 테니스를 치러 가겠다고 하면 기본 4시간은 걸린다고 봐야 한다. 왔다 갔다 하는데 두 시간, 경기 두 시간을 합치면 오전 7시에 나가 11시에 들어오는 식이다. 그동안 혼자 주말에 육아를 도맡아야 했으니, 불만이 쌓였다. 한참 아이가 어려서 손이 많이 갈 때, 테니스를 치고 오겠다고 주말에 하도 설쳐대서, 한 번은 크게 싸우고 아이를 데리고 친정으로 간 적이 있다. 그날 이후로 남편은 테니스의 테도 꺼내지 않고 살았다.
그렇게 싸움은 일단락 됐지만 문제가 봉합된 건 아니었다. 가장 먼저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 건 남편의 체력이었다. 그래도 아직은 간신히 30대인 남편은 운동을 하지 못하니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체중이 크게 불어나는 건 물론이고 다크서클에, 뭘 해도 시들시들하니 에너지가 없어 보였다. 남편에게 아침에 일찍 나가도 좋으니 헬스나 러닝, 자전거 같은 걸 시작해 보라고 권했다. 하지만 남편은 헬스나 러닝 같은 것에는 재미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 그의 관심은 오로지 테니스로만 향해 있었다. 마치 '테니스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라고 시위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결국 이 문제는 부부상담 시간까지 테이블 위에 올라왔다.
"평일에 시간을 쪼개서 운동하고, 건강관리를 했으면 좋겠어."
"시간이 도무지 안나는 걸 어떡해."
"퇴근하고 회사 헬스장을 이용해도 되잖아. 좀 늦게 와도 이해해 줄게."
"그럼 퇴근하고 테니스 치러 가도 돼?"
"꼭 그렇게 테니스를 쳐야만 하겠어? 그래도 효율적으로 운동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낫지."
날카로워지는 말투에 상담 선생님이 말을 끊었다.
"잠시만요. 저는 남편분이 왜 그렇게 테니스를 치고 싶어 하는지 알 것 같아요. 테니스를 치면서의 긴장감, 승부욕, 속도감 등은 일반적인 헬스의 재미를 넘어서거든요. 테니스를 좋아하는 건 남편의 취향이니 이해해 주죠."
"하지만... 누가 좋아하는 걸 다 하고 사나요. 부모가 되면 어쩔 수 없이 포기하면서 사는 거죠."
그때부터 눈물이 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아내분은 어떤 걸 포기하면서 사셨나요?"
"저는 시댁과 함께 살아가는 삶 자체가 제게 있어서 가장 큰 희생이라 여겨져요.
아무리 세대분리 된 단독 주택이라곤 하지만 불편한 건 불편한 거거든요.
저도 결혼해서 살고 싶은 동네가 있었고, 그 동네에서 산책하는 걸 정말 좋아했어요.
하지만 남편과 결혼하고 남편 직장과 가까운 동네에서 살다 보니 그 모든 걸 포기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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