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해
결혼은 인생 처음으로 어떤 사람을 나의 가족으로 삼을지 선택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적어도 한국에선 결혼할 때 내가 미처 선택하지도, 고려하지도 않았던 사람들도 가족 구성원으로 포함된다. 둘이 좋아서 서로를 바라보고 결혼했지만, 그의 부모님, 형제, 자매, 친척들까지 전부 가족으로 여겨지고 삶의 수많은 간섭과 방해가 들어온다. 그 스트레스는 부부싸움의 밑거름이 된다.
시댁 식구들을 보고 있자면 얼음장 같은 냉수 같다. 자수성가로 큰 자산을 일구신 시아버지. 그리고 그 밑에서. 경쟁하듯, 늘 비교당하며 자란 두 남자 형제. 둘 다 모두 번듯한 직업을 갖고, 결혼을 해서. 자식들을 낳았다. 그렇게 30대 후반, 40대에 접어든 두 형제는 은근한 경쟁을 멈추지 않는 듯 보였다.
피할 수 없었던 가족 모임에서 알게 된 것
피할 수 없는 가족 모임이 있다. 설 명절과 추석 명절이다. 또 아버님은 가족 중 생일이 있는 달이면 가족들을 모두 모아 좋은 곳에서 식사를 사주신다. 아주버님네 가족 4명, 우리 가족 3명, 아버님, 어머님이 모인다. 벌써 9명 이상의 대가족 모임이 된다.
생일이 겹치는 달에는 두 사람의 생일 축하 식사를 한번에 진행한다. 두 사람의 생일을 축하해 주기로 한 모임에서, 어쩌다 보니 한사람의 생일 당일에 가족 모임을 한 적이 있었다. 예를 들면 2월11일 생일자와 2월20일 생일자가 있어 축하를 해주기 위해 2월의 어느 날 모였다. 그런데 그날이 공교롭게도 2월 20일이었다.
만나자마자 2월 11일 생일자였던 7살 시조카는 잔뜩 성이 나 있었다. 할아버지에게 삐졌다면서, 왜 2월 20일 생일자(사촌동생)가 주인공으로 돋보이도록 20일 생일 당일에 모임을 하냐는 거였다. 시아주버님과 시형님도 그러게 왜 이 날짜로 모임을 잡았냐면서, 아버님을 몰아갔다.
이날 식사 자리는 불편한 대화가 계속 나왔는데,
집에 와서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서 정리를 했다.
그러니 몇 가지 패턴을 파악할 수 있었다.
가족들이 모이자마자 자신의 기분이 안 좋다고 선언하는 사람은, 심리적으로 대화의 주도권을 장악하는 시도다. "나 기분 안 좋아"라고 먼저 던지면, 그 자리의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이렇게 생각하게 된다.
- 분위기를 맞춰줘야 하나?
- 왜 기분이 안 좋지?
- 내가 조심해야 하나?
이는 모임의 중심 분위기를 자기감정으로 가져오는 행동이다.
이런 사람들은 대체로
- 관심 욕구가 강하거나
- 감정 조절이 미숙하거나
- 분위기를 통제하려는 성향
셋 중 하나다.
사실 아이고 어른이고 할 것 없이 모이자마자 "나 기분 안 좋아"를 선언하는 사람은 흔한 유형이다. 이런 사람의 특징은 명분이야 어쨌건 자기감정으로 분위기를 장악하려고 한다.
중요한 건 그 감정 플레이에 휘말리지 않는 것이다.
방법은 크게 세 가지.
1) 감정 케어 역할을 맡지 않기
많은 사람들이 자동으로 이렇게 반응한다.
- 왜 기분이 안 좋아?
- 무슨 일 있어?
- 괜찮아?
이렇게 되면 모임의 중심이 그 사람의 감정에 좌지우지된다.
그래서 가장 좋은 반응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나 기분 안 좋아"
-> "그래?"
끝. 감정 케어를 시작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2) 분위기 그대로 유지하기
이런 사람들은 분위기가 자기감정으로 바뀌길 기대한다.
그 기대를 전환하는 게 중요하다.
"나 기분 안 좋아"
-> "그렇구나. 밥 먹자"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모임의 주제를 유지하면,
주도권이 넘어가지 않는다.
3) 책임을 떠안지 않기
많은 사람들은 이런 상황에서 무의식적으로 생각한다.
"내가 뭘 잘못했나?"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마음속에서 이렇게 정리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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