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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사업가, 노마드

잡을 수 없이 자유로운 그들,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내 친구들.

by 프리케터 진


스쳐지나간 인연은 더이상의 미련없이 놓아주어라.



― 사람들이 떠난다고 할 땐 몰랐는데.


요즘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나의 친구이자, 선생님이고, 멘토, 업무를 같이하는 동료다.

벌써 길게는 1년 넘게 알고지낸 친구들도 있다.

프리랜서이기도 하고 사업가이기도 하고 노마드이기도 한 사람들.

보통 나는 회사에서 업무를 할 때 1~2년 뒤면 새로운 환경을 원하는 편이었다.

나도 나름 빠르게 변하는 환경을 좋아하는 편이라 생각했는데, 내 친구들은 그런 나보다 더 많이 이동하고 새로운 것을 즐기며 도전하는 사람들이다.

어쩌면 당연한 수순으로 떠나는 순간을 대비했어야 했는데 이번에는 생각을 전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나는 정이 많은 편이다.

좋아하는 사람들에 대한 애착이 깊은 편이라 같이하던 모임을 사정 있어 탈퇴를 해도 '괜찮아' 라고 하지만 그들과 연결되어 있는 감각이 한가닥 사라졌다는 사실에 슬퍼한다. (실제로 이것 때문에 내가 주최하던 모임을 멈출까 생각한 적도 있다)

사실 평생 옆에 두고 오랫동안 데리고 가까이 교류하고 싶다. 그렇지만 이걸 드러내면 사이코집착녀 같을까봐 일반인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거다.

떠나는 사람에게 '와! 앞으로를 응원해요 잘될거에요!' 하고 말한다. 진짜로 다들 잘될거라 의심치않지만 그럼에도 그와는 별개로, 사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찾아가기 어려운 곳으로 떠나보내는 것은 참으로 힘들다.


그리고 올해 8월 결국 우려했던 일이 일어났다.

사람들이 하나둘씩 비행기를 타고 떠나기 시작한 것이다.

잠깐 여행 다녀오는게 아니라 꽤 오랫동안 혹은 평생 갈 수도 있는 여행을.

알게된지는 1년 남짓 밖에 되지않은 날이었다.



떠나는 이유는 두가지였다.

한 명은 사업을 위해서, 또 다른 한 명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실현해 보기 위해서.


나보다 잘났고 자기 앞가림은 잘하는 사람들이라 걱정은 안됐다.

이 사람들은 바빠서 나가서 자기 거 하면 연락도 잘 안될 것 같고 나랑 놀아주지도 않을 듯 → 슬프다.

단순히 이런 생각이 들어서 슬펐다.


그래서 아쉬운 대로 최근 며칠 동안 약속을 일부러 잡아서 이야기도 많이 하고 시간을 보냈다.

최근에 한 명은 생일이라서 축하를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그 친구는 꽤나 프리랜서 모임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상한 토픽 꺼내서 끊임없이 얘기하는데 어느 정도 철학적이기도 하고, 말 엄청 돌리는데 듣다 보면 맞는 말도 있고. 그리고 내 사촌오빠처럼 엄청 놀리는 말을 자주 하기도 하는데 밉지가 않다. 앞으로 이 기묘한 특유의 오디오가 사라진다는 건 참 슬픈 일이다. 이 친구 덕분에 이런 이야기해도 안이상하구나 하는 것을 처음 알았다.


다른 한 명은 어쩌면 해외를 아주 갈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듣고 만나서 이런저런 수다를 떨었다.

투자나 스테이블 코인, 게임시장과 각자의 하고 싶은 거 등등 이야기를 마구 나눴는데 도움이 되는 내용도 많았고 흥미로운 내용도 많았다. 그들이 떠나도 이런 이야기를 할 사람들은 여전히 주변에 많을까? 그 사람들은 다른 친구들과는 전혀 다른 개개인이기에 똑같은 이야기를 나눌 사람들이 없어지는 게 아쉬웠다.


자주 못 볼 수도 있다고 하니까 괜히 그제야 정이 아주 많이 들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친구였는데.

이성으로써 혹시 다른 감정이 있는지 생각해 보려고 여자인 친구들이 사라지는 생각도 해봤다. 안돼 어딜 가.

몇 명이 사라지는 생각 하면 똑같이 엄청 슬펐다.

무인도에 외톨이가 되는 상상까지 한 듯.



― 이별에 익숙하지 않은 나, 모든 감정에는 이유가 있다.


사실 MBTI에서 T의 시선으로 보면 이렇게까지 슬플 일인가 싶긴 하다.

지금부터는 내가 이렇게 슬퍼하는 이유를 괜히 적어보겠다.


첫 번째,

시간이 가면 그때의 그 사람은 변하고 없어진다. 곁에 있어야 볼 수 있는 그 순간을 떨어지면 못 보게 된다. 그래서 내가 우리 가족을 보러 가면 일주일 이상을 있고 자주 내려가는 거고. 그때의 그 순간을 공유하고 그때의 그 사람과 이야기 나누는 건 가까이 있는 사람만 가능한 특권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떠나는 친구들의 미래가 궁금하다. 그걸 곁에서 보고 응원해주지 못하는 게 너무 아쉽다. 앞으로도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날 거라고 생각한다. 그 모든 사람들의 옆에서 분신술을 펼쳐 함께할 수는 없겠지 나는 한 명이니까.

갑자기 내가 한 명인 것도 분하다.


내가 그 친구들의 옆에서 이야기를 못 나누는 만큼 그 사람들도 앞으로 올 나를 가까이서 함께하지 못하니 똑같은 건가. 하지만 나처럼 옆에서 보지 않아도 그들은 딱히 아쉬워하지 않겠지.



두 번째,

아예 가면 모를까 한국 들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한 불규칙성.

약간 언제볼 수 있지? 하는 생각을 하니까 더 슬픈 것 같다.

아예 가버려. 그렇지만 안 갔으면 좋겠다.



세 번째,

그들도 나처럼 생각할까 고민해 보면 아닌 것 같아서 울적해지기도 하다.

그렇다 사실 그 사람들은 나만큼 아쉽고 슬프지 않은 것 같아서 분하다! 그렇지만 친구가 떠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바로 그 자리에서 눈물 흘린 F친구가 있어서 나만 이렇게 슬픈 건 아니구나, 이상한게 아니네 조금 위로가 됐다.

그땐 나도 떠나는 친구랑 같이 눈물 흘리는 친구를 사진 찍으며 놀렸는데 떠날 시간이 다가올수록 후폭풍이. 하하!!


이걸로 이유가 설명이 좀 되었을까.

잘 모르겠다.

이래놓고 아마 또 내 거 하다 보면 좋아라 잘 살겠지. 앞으로 이런 일이 더 많이 일어날 수도 있으니 친구들 때문에라도 나도 가끔은 노마드가 되어야겠다 생각했다.

그러려면 결국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 와우 멀고 먼 자본주의의 길.




― 다시 생각해 보는 향수병의 의미


나는 사실 이번에 푸켓 다녀오고 나서도 그렇고 그전에도 사실 해외를 나가서 여행을 가는 것에 대한 필요성을 그렇게 크게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 사실 마케터 경력이 8년이 될 동안 해외 나간 것도 끽해봐야 아시아 쪽이 전부였다.

내 가족도 여기 있고 내 고등학교 대학교 친구들도 여기 있으니까.


아직도 나의 모국은 한국이고, 여전히 한국에서 살 거다.

그렇지만 최근에는 한국을 베이스캠프로 하고 해외로 자주, 오래 나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가족들과 대학교 고등학교 친구들은 나눌 수 있는 추억이 있어 나를 편안하게 만들어 주지만, 24년도 이후에 만난 내 노마드 친구들은 나를 꿈꾸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꿈을 꾸기 위해 한국에서도 열심히 살고 가끔은 해외로도 친구들을 보러 나갈 것 같다.

사람은 밥만 먹고살 수 없다.

세상에 여러 성공의 모습들이 있고 나는 그들이 그리는 도전과 성공을 똑같이 할 수 없으니, 그들의 꿈결로 놀러 가 나를 투영해 보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유한한 시간 속에서 내 베이스캠프에 있는 사람들도 모두 놓치지 않고, 한국과 각지에 퍼질 꿈을 꾸는 사람들도 놓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다.

그래서 그냥 할 수 있는 일 안에서 최선을 다 해보려 한다.


고향을 그리워하는게 향수병이라지만, 문득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 보금자리라고 느껴졌다. 그래서 앞으로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이 해외로 뻗어나간다면, 나는 이 온 지구를 향해서도 향수병을 앓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 인생은 작은 인연들로 아름답다.




공간적 자유 100%, 시간적 자유 80%를 꿈꾸면서 소중한 사람과 웃기 위해 달리는 8년 차 마케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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