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알고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나는 많은 실패를 했다. 성공을 했던 경험 속에도 실패는 존재했다. 결과가 내 인생에 주는 대미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수많은 실패가 내 인생에 많은 영향을 줬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나도 실패했다. 경제적로든, 인성적으로든 어떤 측면에서 봐도 실패한 요소가 많다. 그럼에도 나는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 서툴렀다. 그것을 인정해버리면 나를 부정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회피하고 싶었다. 인정하는 척은 했지만 상황과 남을 탓했다.
하지만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사는 삶은 오히려 나를 퇴보시켰다. 힘들었겠지만 멋쩍은 웃음을 지으면서 실패를 인정하고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는 내 주변 사람들과 나와의 간격은 더욱 멀어졌다. 그럼에도 나는 실패를 포장하면서 더 나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실패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 자신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뿐이다.
나를 위해 나를 인정하기로 했다.
나를 위해 실패를 인정하기로 했다. 성장하는 내 주변과 나를 비교하면서 자책하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어느 순간부터 내가 마음속에서부터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내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가면을 쓰기 시작했다는 것을 느꼈다. 가면이 두꺼워지니 맨 얼굴로 다른 사람들을 볼 자신이 없었다. 무거운 가면이었지만 그래야만 사람들 앞에 설 수 있었다. 집에 돌아오면 가면을 내려놓고 한참을 공허하게 있었다. 내가 살아가는 것이 아닌 다른 누군가 내 삶을 살아가는 것 같았다. 이렇게 살다가는 남은 인생에 나는 없어질 것 같았다. 두려웠다.
나를 인정하는 방법
실패를 인정하기로 했지만 사실 인정하는 방법이 쉽지는 않았다. "나 실패했어!"라고 백 번을 말해봐도 인정을 하기는커녕 오히려 "나는 왜 실패했지"라는 물음만 돌아왔다. 물음에 답을 하다 보니 내가 못난 사람처럼 보였고 깊은 어둠에 빠지는 것 같았다. 불행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인정도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내심 힘들더라도 자신을 인정하고 일어서는 주변 사람들이 부러워질 지경이었다. 그래도 마음을 먹었으니 해내야 했다.
실패를 인정하는 것은 인정 자체보다 인정을 하기 위한 마음의 준비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인정해야 한다는 생각은 1초 만에 할 수 있는 쉬운 변화였지만, 그것을 진정으로 받아들이면서도 내가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는 마음속에 튼튼한 기반이 있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방식으로 나를 무너트릴 것 같았다. 나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마음가짐만 있다면 오히려 실패를 인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나를 지키기 위해 실패를 인정하는 과정에서 나를 비난하지 않는 것을 우선으로 했다. 타인이 나에게 준 상처보다 내가 나나에게 준 상처는 더욱 고통스러웠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위선적이지만 나를 속이는 것이 나았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서 모든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비난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객관적으로 나를 바라볼 필요가 있었다. 내 실패에 주석을 줄줄이 달 필요는 없었다. 실패는 그저 내 삶에 있을 수 있는 하나의 사건일 뿐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단지 나는 그 실패의 원인만 찾아서 개선하면 될 뿐이었다. 더도 덜도 아니다. 마지막으로, 실패로 이끌었던 나 자신의 성격의 양면성을 보기로 했다. 분명 모든 실패에 나의 성격이 투영되고 있었다. 완벽주의적 성격을 가진 나로 인해 주변인들을 힘들게 한 것은 사실이지만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어 있는 나 자신을 보게 되었다. 주변인들에게 완벽주의를 강요하지만 않으면 될 일이었다.
실패를 인정하는 것은 아직도 진행 중
그래서 실패를 완벽히 인정하고 있냐고 물어본다면 아직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변화하는 과정 중이라고는 말할 수 있다. 오랜 시간 동안의 습관을 하루아침에 버릴 수는 없다는 것도 인정하기로 했다. 초반에는 성격이 급해 변하지 않는 나를 보고 답답했지만, 그렇게 쉽게 변할 것이라면 그동안 고생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나를 정당화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다만 나는 변화는 결과가 아니고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실천하고 있는 중이다. 매일 아침 내가 적은 약속들을 되새기고 하루가 끝나기 전에 내가 했던 실패를 제대로 받아들이고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
얼마 전 배종옥 배우님이 말씀하신 것이 기억난다. 잘못을 인지하고 매일 같이 변화하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어느 순간 그렇게 되어 있을 것이라고. 그렇게 실천해나가고 있다.
그리고 이것을 하고 있는 나는 지금 전보다 행복하다. 아직 실패를 인정하는 것은 과정 중이지만, 매일 같이 나를 되돌아보면서 나를 알아가고 있다는 기쁨이 생겼다. 가끔 다른 실패 또는 부족함이 떠올라 괴로울 때도 있지만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처음으로 내 마음이 성장하고 있다는 따뜻한 기분을 느낀다.
몇 년간 느끼지 못했던 봄의 향기를 느꼈습니다. 하루하루 치이면서 살다 보니 제 감각이 무뎌졌지만 제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여유가 생겼습니다. 퇴근길에 개나리가 피고 있는 개나리가 노란색이라는 것과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푸른색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얼마 뒤 결혼하는 제 지인이 활짝 웃고 있다는 것도, 점심시간에 사 온 샌드위치가 맛있다고 떠들면서 깔깔 웃는 직원의 모습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조금 더 나아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긴 글을 읽어주신 여러분들도 여유 있는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