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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하는사람 Apr 27. 2022

경영학은 왜 비실용적으로 느껴질까?

경영학의 특수성


경영학에 대한 인식



우리는 경영학을 비실용적인 분야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전공자들이라고 생각이 다르지 않다. 대학의 목표가 취업인 우리나라 상황에서 경영학과를 다니는 학생들 중 특정 분야(회계, 재무)를 제외하면 본인의 전공을 살려 취업하려는 학생들이 많지 않다. 공무원과 공기업을 위해 공부하는 친구들이 많아 보일 정도다. 경영학은 대표, 경영 전략 관련 부서, 경영 컨설턴트들처럼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필요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대표, 경영 전략 관련 부서, 경영 컨설턴트들을 만나보면 그들도 경영학을 실용적인 학문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이론과 현실은 다르다는 생각 때문이다. 오히려 다양한 경영 환경에 있는 기업들의 케이스 스터디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수많은 학자들이 연구하고 공부하는 경영학은 도대체 왜 이렇게 비실용적이라는 인식을 갖게 되었을까?


위의 질문에 답하기 전에 경영학이 무엇인지 알 필요가 있다. 학교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명문이라고 불리는 와튼스쿨의 학과 조직도를 보면 [회계, 경영경제 및 공공정책, 재정, 의료경영, 법학 및 경영윤리, 경영, 마케팅, 운영 및 정보 경영, 부동산, 통계]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에서 우리가 비실용적이라고 말하는 분야는 '경영(management)'이다. 경영을 세분화해보면 '거시 분야(경영전략론, 거시 조직론 등)'와 '미시 분야(팀 및 그룹 행동, 리더십, 인적 자원 관리 등)'로 나눌 수 있는데, 거시 분야에 속하는 '경영전략론'이 우리가 실용성에 대해 이야기할 분야이다. 



경영학이 비실용적으로 보이는 이유 


경영학은 사회과학이다. 과학은 진리를 탐구한다. 쉽게 과학자들을 생각해보자. 과학자들은 가설들을 중심으로 연구하고 논리적 근거를 통해 진리를 도출한다. 그렇게 작성된 과정과 결과물을 논문으로 만들고 관련 학회를 통해 검증받는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한 과학자의 가설은 진리가 된다. 


경영학도 논리적 근거에 바탕해 진리를 도출하려고 노력한다. 문제는 논리적 근거가 대부분 통계학을 기반으로 하는데, 평균을 다루는 가우시스 통계학을 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경제학과 같은 학문이라면 "세율 3%를 올리면 개인 소비는 평균적으로 5% 낮아진다"처럼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경영학에서 이러한 평균이 중요할까? 그리고 우리가 경영학을 알고 싶은 것이 평균적인 경향일까?


사우스웨스트 항공을 예로 들어보자. 미국에서 저렴한 요금과 높은 고객 서비스로 유명한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매우 독특한 사례이다. 일시 해고(비용 절감을 위해 직원에게 재취업을 약속하고 해고하는 것)가 잦은 미국 항공사 업계에서 이것을 시행하지 않으면서도 자기 자본 이익률 15%이라는 이례적인 성과를 오랫동안 유지해 온 기업이다. 경영학을 공부해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기업으로 독창적인 경영 방식으로 유명한 기업이다. 문제는 가우시스 통계로는 사우스웨스트 항공을 분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독창적인 경영 방식을 가진 사우스웨스트 항공 같은 기업을 대상 표본에 포함시키면 회귀선(평균을 나타내는 직선)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하게 된다. 즉,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전체 표본에서 이상 값을 유발하는 인자로 치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독창성이 경쟁력일 수 있는 기업으로 인해 비정상적인 값을 도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A라는 동네에서 장사가 잘되는 카페들의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가격 평균값을 구해야 할 때 사우스웨스턴 항공 같은 회사가 표본에 들어가면 평균값을 한참 내려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정교한 가우시스 통계를 활용하면 유의미한 값을 도출할 수도 있겠지만, 경영학이 실용적 학문으로써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편향적으로까지 보이는 가우시스 통계에서 이 외에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예시로 이야기하고 싶었다. 예컨대, 멱 법칙을 활용한 데이터 같은 것들을 말하는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사우스웨스턴 항공 같은 회사만 골라서 연구하면 되지 않느냐고 물어볼 수 있겠지만 그것을 진리라고 평가하고 '이론'으로써 검증받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나의 케이스일 뿐이기 때문이다. 물론 귀납적 접근을 학계에서 인정해준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아쉽게도 경영학은 '이론' 편중적인 경향이 있다.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의 경영학자인 도널드 햄브릭 교수도 경영학계의 '이론' 편중적인 경향에 대해 비판한 적이 있다. 의학에서는 흡연이 사망률을 높인다라는 사실만으로도 이것을 해결할 대책(금연캠페인)을 세운다. 하지만, 경영학에서는 흡연이 사망률을 높이는 '법칙' 발견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도널드 해브릭 교수는 이런 경향은 "흡연이 사망률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이론에 기여한 바가 없기 때문에 학술지에 게재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평균에 입각한 통계 방법으로 인한 독창적인 경영 전략을 분석하기 어렵다는 점과 상관관계를 넘어 이론에 편중된 현상이 경영학을 비실용적이라고 느끼게 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경영 전략을 세우는 사람들은 보편적 평균보다 아웃퍼폼 하고자 하는 것을 희망하며, 법칙보다 당장 대안을 세울 수 있는 사실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해당 문단에서 오해가 없길 바래서 첨언하자면, 가우시스 통계로 만들어진 경영학 이론 모두가 잘 못 되었다는 의미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면 좋겠다. 경영학을 몰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수 있고 실제 경영 전략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들여다보는 블루오션이나 파이브 포스 모델 같은 이론들은 가우시스 통계를 활용했다. 나는 이런 전략들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경영학이 사람들에게 비실용적으로 보이는 이유를 정리해 본 것이다. 



그럼에도 경영학의 발전을 기대하는 이유



"진짜 문제는 문제를 모르는 것이다"


약간 배신감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앞서 이야기했던 내용들은 2000년대 일어난 일들이다. 15~20년 전부터 학계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저명한 학자들이 분주하게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학문의 역사에서 15~20년은 짧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경영학은 생태계 변화만큼이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에 호응하는 변화는 "증거기반 경영"이다. 카네기멜론 대학의 루소 교수는 미국 경영학회 총재로 재직하던 2006년 논문에서 교육자로서 큰 회의를 느낀다고 말했다. MBA 과정을 마치고 비즈니스 현장으로 돌아간 학생들이 배운 지식을 실무에서 사용하지 못하고 자신의 경험이나 컨설턴트의 견해에 기대어 '경영학의 관점에서 옳지 못한' 의사 결정을 하는 것을 보고 비즈니스 스쿨 자체의 문제를 이야기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증거기반 경영"에 주목할 것을 제안했다. "증거기반 경영"이란 앞서 말한 '이론'이 아닌 실증 연구를 통해 확인된 경영 법칙인 '정형화된 사실 법칙'을 기업 경영 실무에 그대로 응용하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높은 목표를 설정한 팀이 그렇지 않은 팀보다 뛰어난 실적을 낼 수 있다'라는 가설은 조직행동 연구 분야에서 정형화된 사실 법칙으로 인정하고 있다. 


또한, 평균을 웃도는 사우스웨스트 항공 같은 기업들을 분석하기 위한 노력도 진행 중이다. 가우시스 통계로는 표본 외로 분류되던 독창적인 기업들에 대한 정성적인 분석(케이스 스터디 같은)이 진행되고 있다. 표본 전체의 평균치가 아닌 관측 대상이 되는 기업의 매개 변수를 확률적으로 파악하는 방법도 활용되면서 기업의 특수성도 분석이 가능해졌다. 


현재에는 복잡계가 경영학에 활용되기도 한다. 복잡계는 경영 현상에 안정적인 평균이 존재하지 않으며 아주 극단적인 케이스가 발생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하는 개념이다. 관련된 법칙으로는 "멱법칙"이 있다. 실제 자연 및 사회 현상은 "멱법칙"을 따른다는 사실도 확인된 바가 있다. 국어에서 사용되는 단어의 사용 빈도를 예로 들어보자. 수많은 단어가 있겠지만 실제로 사용되는 단어는 매우 극소수이다. 극소수가 극단적으로 높은 빈도로 사용된다는 사실은 단어 사용에 "평균 사용 빈도"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저 많이 사용되는 단어가 계속 많이 사용될 뿐이다. "멱법칙"을 설명하는 더 쉬운 예시는 IT 업계에서 주로 사용되는 파레토 법칙(80:20)이다. 온라인 쇼핑에서 매출 상위 20%의 상품이 해당 분야의 전체 매출 80%를 차지하는 경향이 있다. 이 또한 평균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운 현상이지만, "멱법칙"을 통해 설명할 수 있다. 그래서 경영학계는 복잡계를 도입함으로써 독창적인 기업에 포커스를 맞추려는 시도 또한 계속되고 있다. 


실제로 옥스퍼드 대학의 토마스 파월 교수는 복잡계를 활용한 논문을 발표한 적이 있다. 기존 연구가 이익률과 시장점유율을 기업의 성공 지표로 삼은 데 반해 파월은 시장에서 '승리'를 경험한 횟수(1위를 한 횟수)를 분석했다. 그리고 기업이 1위를 한 횟수를 분석했을 때 실제로 멱법칙이 적용되고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경영학은 아직 오래되지 않은 학문이다. 특히, 경영전략은 창시자라고 불리는 마이클 포터가 경영 전략을 출간한 시점이 1980년이다. 유사한 학문으로 보이는 경제학의 상징적 학자인 케인스가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을 세상에 내놓은 것이 1936년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다. 경영학이 실용적인 학문으로 진화해 많은 사람들에게 인사이트를 제공해주길 바란다. 


이리야마 아키에 교수의 경영학 수업의 내용을 발췌해서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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