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움이 나를 가둬 버린 듯할

영화 <터미널>

by 진리의 테이블

우리 삶의 어려움은 다양한 형태로 다가옵니다.

경제적인 어려움이 가장 먼저 떠오르네요. 수입보다 지출이 더 많아지는 경우 마음이 불안하고 예민해집니다. 경제적인 어려움은 심리적으로도 영향을 줘서 왠지 자신감이 사라지게 되고, 우울감을 줄 수도 있습니다.

마음이 예민하다 보니 관계에도 문제가 생기고, 갈등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저는 살면서 특별한 경제적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직장생활을 시작한 이후 큰 규모의 사업이나 투자를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크게 돈을 잃을 일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희 아버지는 여러 사업을 하셨기 때문에 돈을 벌기도 하고 잃기도 하셨습니다.

한 번은 크게 돈을 잃고 있던 상황이 있었는데, 그때는 집안 분위기가 당연하 안 좋았습니다.

좋은 이야기를 하다가도 결국 좋지 않은 경제적인 상황에 대한 대화로 모임을 마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참 감사한 것은 그 상황 때문에 가족 간에 갈등이 생기거나 하지는 않았다는 점입니다.

서로 안타까워하며, 걱정은 했어도 서로를 비난하거나 미워하지는 않았습니다.

결국 아버지는 파산을 하셨고, 그 덕분에 저 역시도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 때문에 가족 간에 관계가 소원해지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고생하신 아버지가 안쓰럽게 생각되었습니다.


여러분도 이런 경험이 있으신가요?

하나의 문제가 다른 문제로 번지고, 그 문제가 또 다른 문제로 번지며 어려움이 나를 가둬버린 듯한 절망감을 느끼실 때가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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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터미널>의 주인공 빅터 나보스키는 가상의 동유럽 국가 '크라코지아' 출신입니다.

Jazz를 사랑한 그의 아버지는 'A Great Day in Harlem'이라는 사진을 한 장 가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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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진 속에는 57명의 Jazz 연주자가 있었는데, 그중 56명의 연주자의 사인을 받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 명의 연주자 '베니 골슨'의 사인을 받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그의 아들 '빅터 나보스키'는 아버지를 위해 마지막 사인을 받고자 뉴욕의 한 Jazz 클럽을 방문할 목적으로 뉴욕 J.F. Kenedy 공항에 들어옵니다. 하지만 그 순간 '크라코지아'에서 내전이 일어나게 되고, 빅터의 여권은 일시 정지 상태가 되어 버려 공항에서 출국도 입국도 할 수 없는 신세로 전락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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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 갇혀 버린 빅터는 당황하지만 아버지를 위한 일을 완수하기 위해 반드시 뉴욕에 가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공항에서 생존해 나갑니다.

공항의 환경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공항 카트를 제자리에 돌려놓고 거기에서 나오는 동전으로 끼니를 때우다가 공항 측의 방해로 무산되고, 빅터를 추방하기 위해 불법 입국을 유도하는 상황들까지 발생하게 됩니다.


하나의 어려움이 또 다른 어려움으로 이어지고, 어려움이 해결되기는커녕 점점 더 깊은 수렁 속으로 빠져드는 듯한 상황이 연출됩니다.

빅터는 결국 공항을 무사히 나와 아버지의 소원을 이루어줍니다. 베니 골슨을 만나 사인을 받고 집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겹겹이 쌓인 어려움 속에서 빅터가 보여준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는 하나의 어려움을 만나면 보통 다른 어려움을 만들어 냅니다.

누군가 나를 비난하는 어려움을 만나면 소리를 지르거나 화를 내서 또 다른 어려움을 야기시킵니다.

절대로 어려움을 빠져나오는 방법이 아닙니다. 오히려 더 큰 어려움 속으로 들어가는 꼴이 됩니다.

빅터는 하나의 어려움을 만났지만, 또 다른 어려움 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그 어려움 속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어려움, 저 편 어딘가에 있는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영화 속의 빅터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절대 잃지 않은 것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웃음입니다. 그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절대 웃음을 잃지 않습니다. 정확히는 분노하거나 비난하지 않았죠. 그는 공항 관리자의 협박과 회유, 비열한 행위 앞에서도 절대로 엷은 미소를 잃지 않았습니다.

여유를 갖고, 품위를 잃지 않았습니다.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기꺼이 하고, 베풀면서 그 시간 속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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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애정입니다. 그는 공항에서 지내는 동안 다른 이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았습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청년을 위해 기꺼이 나서는가 하면, 미끄러운 바닥에 넘어진 사람을 일으켜 세워주는 관심을 잃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를 위해서 허가되지 않은 약을 가지고 가는 아들을 나서서 도와주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처한 상황 속에서도 인간성을 잃지 않고, 가슴에 따뜻함을 유지하였습니다. 그러한 그의 행동이 서서히 '기회'라는 이름의 손님을 맞이하게 해 주었습니다. 관계를 유지하고, 확장해 나아가면 기회라는 손님이 찾아오게 되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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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기다림입니다. 그는 기다렸습니다. 갇혀 버린 지금의 상황이 언젠가는 해결되리라는 것을 믿고, 하루하루를 버텨내며 기다리고 또 기다렸습니다.

우리의 삶에서 이런 기다림이 얼마나 중요한가요.

지금의 상황을 벗어나려 마구잡이로 움직이기보다는 조용히 기도하며 이 시간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새기며 기다리는 것이 참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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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터미널은 어려움 속에 갇혀 버린 우리에게 주어진 순간 속에서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애정과 웃음을 잃지 말고 잠잠히 기다리며 문이 열리기를 소망하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지금 어려움에 갇혀 있다면, 영화 터미널을 통해서 웃음과 기다림을 회복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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