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기치 못한 어려움이 덮쳐올 때

영화 <캐스트 어웨이>

by 진리의 테이블

27살...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딱 20년 전.

참으로 삶의 어려움이 겹겹이 밀려들던 적이 있었습니다. 악재가 하나 터지고, 그다음에 또다시 밀려들며, 삶이 요동쳤습니다. 시간이 지난 지금 기대했던 방법으로 그 강을 건너오지는 못했지만, 그 당시의 어려움은 인생의 자양분이 되어 더 깊고 아름다움 삶을 살게 해 주었습니다.


영화 <캐스트 어웨이>는 <포레스트 검프>의 거장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작품입니다.

Fedex의 관리직 직원인 척은 시간을 지배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성실하고 열정적인 사람입니다.

그에게는 사랑하는 약혼자가 있지만, 바쁜 직장 생활로 충분히 시간을 할애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야 할 크리스마스이브.

척은 아름다운 촛불과 칠면조가 놓인 식탁 앞에 앉는 대신 Fedex 전용기를 타기 위해 공항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척의 약혼녀 캘리는 그녀에게 소중한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시계를 선물하며 마음을 표합니다.

척은 바쁜 시간 탓에 의미 있는 선물을 주지 못한 채 캘리를 남겨두고 비행기에 오르게 됩니다.


목적지를 향해 날아가던 비행기는 상공에서 태풍을 만납니다. 그리고 곧 바다로 추락하여 비행기는 가라앉고 척을 제외한 모든 이들은 사망하게 됩니다.

가까스로 구명보트에 몸을 의지한 채 살아남은 척은 며칠 후 어느 무인도에 도착하게 됩니다.

영화는 이 시점부터 침묵을 드러내 줍니다. 대사 한마디 없이 무인도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가는 척의 고통을 세밀하게 보여줍니다.


예기치 못한 불시착으로 무인도에 도착한 척에게 가장 힘든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하나는 생존을 위해 스스로 모든 것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물고기로 한 끼 식사를 하기 위해 도구를 만들고, 사용방법을 숙련하고, 포획 시도를 해서, 그것을 요리해야 하는 전 과정을 스스로 해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척은 Fedex의 직원이었습니다. 분업화된 현대 사회에서 이 모든 것을 다할 줄 아는 사람은 생존 전문가 밖에 없지 않을까요? 하지만 척이 처해 있는 상황은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 모든 것을 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둘은 외로움, 그리움입니다.

인간은 연결되어 있습니다. 척은 섬에 갇혀있었지만, 인간은 섬이 아닙니다.

그는 켈리와 연결되어 있었고, 자신의 일과 연결되어 있었으며, 고객과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그 연결이 척에게 의미를 부여하고, 삶의 목표를 부어했던 것입니다.

연결이 끊어진 척은 고통스러워합니다. 외로움, 그리움으로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척이 마주한 두 가지 어려움 중 앞선 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해결이 되었습니다. 적응하고, 실력이 늘면서 생존 전문가로 올라서게 되죠. 하지만, 외로움과 그리움은 점점 더 커져만 갔습니다. 시간이 해결해 줄 수 없는 고통입니다. 다른 이들과 끊어졌다는 사실은 인생의 의미가 사라진 것을 말합니다. 척은 외로움과 그리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자살을 시도하기도 합니다.

척은 배구공 하나를 사람으로 만들어 그와 대화를 하며 고통을 이겨나갑니다.

윌슨이라는 배구공이 마치 켈리인 듯.

어느 날, 이동식 화장실 파편이 파도를 타고 섬으로 밀려듭니다.

척은 그 파편을 이용하여 돛단배를 만들고, 파도를 넘어 섬을 빠져나와 구조를 받게 됩니다.

섬을 빠져나왔다는 기쁨도 잠시.


섬에 갇혀 있는 동안, 그토록 그리워하던 켈리는 척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다른 이와 가정을 꾸렸습니다.

오로지 켈리를 생각하며 살아온 척은 또 다른 무인도에 갇히게 됩니다.


다음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 척의 대사입니다.

"우리 각자는 계산을 했었어. 켈리의 계산 결과는 나를 보내야 한다는 것이었어. 나도 모두 더해봤고 결과는 켈리를 잃었다는 거야. 그건 내가 그 섬을 벗어날 수 없었기 때문이었어. 나는 거기서 혼자 죽을 운명이었지. 병에 걸리거나 다치거나 해서 말이야. 나에게 있었던 유일한 선택, 내가 통제할 수 있었던 것은 유일하게 언제 어떻게 그리고 어디서 죽는지 미리 정하는 거였어. 그래서 나는 밧줄을 만들었지, 꼭대기로 올라가서 스스로 목을 매려고 했어. 하지만 시험해 보고 싶었어. 나 알잖아, 결국 내 무게 때문에 나뭇가지가 부러졌어. 그래서 내가 원하던 방법으로 자살도 할 수 없었어.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 그때 마치 따뜻한 담요 같은 이 느낌이 나를 덮어왔지. 나는 왜 그런지 모르게 살아 있어야 한다는 걸 알았어.

왜 그런지 모르게 나는 계속 숨을 쉬어야 했어. 비록 아무 희망도 없었지만 말이야 나의 모든 논리는 내가 이곳을 다시 보지 못할 거라고 말했지. 그래도 난 그냥 그렇게 했어. 나는 살아 있었고 나는 계속 숨을 쉬었어. 그러던 어느 날 내 논리가 틀렸다는 게 증명돼서 밀물이 들어왔어 배를 띄울 수 있게 되었어. 그리고 지금 나는 여기 있어. 난 멤피스에 돌아와서 이렇게 너희한테 이야기를 하고 있어. 내 잔에 얼음이 있어. 여기 와서 난 케리를 다시 한번 잃었어. 켈리를 잃어서 너무 슬퍼. 하지만 나는 케리가 나와 함께 그 섬에 있어서 줘서 너무 감사해. 난 내가 지금 뭘 해야 할지 알아. 난 계속 숨을 쉬어야 해. 왜냐하면 내일, 해는 내일 떠오르니까 누가 알겠어. 조류가 무엇을 가져다 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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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은 예기지 못한 어려움을 만났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모든 이들과 끊어져 버렸죠.

모든 것을 제어하고 싶어 하고, 그렇게 해왔던 척은 이제 자신이 아무것도 제어할 수 없다는 사실 앞에 무기력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습관을 따라 자신이 제어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기 시작했고, 자실을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그 마저도 자신이 제어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순간이 정말 중요한 순간입니다.

인생은 우리가 제어할 수 없는 것입니다. 어느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것이 인간이죠.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였을 때 그는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자신을 돕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아무것도 제어할 수 없지만, 그냥 살아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논리적으로는 죽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내가 알지 못하는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척은 이렇게 고백합니다.

"누가 알겠어. 조류가 무엇을 가져다 줄지."

예기치 못한 어려움을 만난 모든 분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합니다.

나의 논리가 내가 겪는 어려움을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해도, 내가 알지 못하는 어떤 방식으로 새로운 길을 제시해줄 것이라는 믿음을 잃지 않기를 바랍니다.

우리의 논리는 모든 것을 예측하거나 이해할 만큼 그렇게 대단하지 않거든요.


신앙을 가지고 있는 저는 기도를 합니다. 내 논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이미 준비된 그 무언가가 올 때까지 소망을 가지고 기다리기 위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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