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쓰는 법-독서의 완성/ 이원석/ 유유
"공부만 하고 자기 입장이 없으면 그것은 그냥 사전 덩어리와 같은 것입니다. 또 공부는 하지 않는 상태에서 자기 입장만 가지게 되면 남과 소통할 수 없는 고집불통이나 도그마(dogma:교리, 독단)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공부해서 자기 입장을 만들고, 또 자기 입장을 깨기 위해 또 공부하고, 이런 것이 공부이고 그게 책 읽는 사람의 도리입니다."
<세상의 무지에 맞서라-장정일의 공부>에서 '공부가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장정일 답변
이 책에서 인용이 넘치면 스스로 서지 못한다고 했는데. 제 아무리 멋진 글귀라 해도 서평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앵무새처럼 따라 하고 자기 생각을 키우지 않으면 좋은 글귀를 모은 문장집이나 또 다른 제2의 사전이 될 수 있다. 최근 기다리며 보는 <정년이>라는 국극을 소재로 한 드라마에서도 배우들이 자신의 목소리로 역할을 소화하려고 애쓰는 부분이 나온다. 자신만의 군졸, 구슬아이, 호동왕자 등. 누구도 따라 하지 않는 배우의 역할을 만들려고 한다. 서평도 그래야 하지 않을까. 흔하게 우리가 초등학교 때 숙제로 했던 읽게 된 까닭, 줄거리, 느낀 점으로 고정된 틀에 맞추기보다 자신이 이 책을 읽고 바라본 세계관이 변하거나 입장이 바뀌었다면 그걸 서평으로 써 본다면 어떨까. 그래서 위 장정일 작가의 답변은 인용하고 싶다. 이게 책 읽고 서평을 쓰는 까닭이지 않을까. 자기 과시와 허세도 물론 있겠지만 책을 읽으며 외연을 넓게 하고 자기 성장 즉 인격수양을 위한 책 읽기와 글쓰기가 서평 쓰는 이유이며 독서의 완성이겠지.
이 책은 은유 작가 <쓰기의 말들>로 유명해졌다. 드라마에서 배우 박보검이 녹색표지의 아 책 <쓰기의 말들>을 들고 등장해 화제가 되었던 출판사 유유에서 만들었다. 작은 B5사이즈로 휴대하기 편하고 이 책 표지 역시 초록색이다. 분량도 많지 않아 두 번 읽기에 버겁지 않았다. 중학생 아들이 자기도 국어시간에 서평을 배우고 있다고 읽어보고 싶다고 했다. 집에서 이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준 보람이 있다. 중학생에게 어렵지 않을까 싶다. 맥락적, 통시적, 공시적, 도그마, 인용의 방식, 사토리 세대 등 어려운 낱말이 등장한다면 슬기롭게 스마트폰 웹사전이나 이 책을 다시 읽으며 해결하는 지혜가 생기길 바란다. 영어 단어와 문장을 외우느라 고생하는 중학생 아들이 책의 매력으로 빠지는 계기가 되었길. 메타인지(meta認知:자신의 인지 과정에 대하여 한 차원 높은 시각에서 관찰, 발견, 통제하는 정신작용)를 발휘하기를.
저자는 자신의 독서 산물이자 독서 모임을 위한 대본이라 칭한 자신의 서평 쓰기 방법에 대해 말한다. 구체적인 서평가의 글을 일부 인용해서 서평의 '어떻게'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을 맹목적으로 대하는 주례사 같은 서평이 아닌 우상 숭배를 벗어나 우상을 타파해야 한다. 즉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닌 이해를 위한 비판을 해야 한다고. 서평의 요소는 요약과 평가다라며 요약이 중요하지만 예전 독후감처럼 줄거리만 주야장천 쓰면 안 된다고. 요약이 서평의 전부는 아니다고 말한다. 두 번째 평가에서는 책에 대해 시간을 넘다 드는 통시적 맥락화와 동시대에 출판된 책을 연결 지을 수 있는 공시적 맥락화를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 만한다. 이 덕분에 '사토리 세대(사회가 덧씌우는 기대로부터 벗어나 무욕의 삶을 추구하는 청년 세대 vs절망 세대 혹은 체념세대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달관하는 척 위장하는 세대, 밝은 미래를 꿈꿀 수 없는 그들이 체념으로 반응)', '득도한 세대', '달관 세대'라는 한국청년들의 트렌드가 출판업계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을 시작으로 '가르칠 수 있는 용기', '나와 마주 서는 용기', '버텨내는 용기', '상처받을 용기', '인생에 지지 않을 용기', '포기하는 용기', '1그램의 용기' 등 책 유행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인상 깊어 읽어 책이야기 나눔 모임까지 했던 그 책의 아들러가 세계 3대 심리학자라는 말은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앞에서 이야기했듯 자기 앎의 틀을 깨는 계기가 되었다. 맹목적으로 책을 받아들이면 안 된다는 것을 이해를 위한 비판을 하면서 읽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으로 이 책의 목표는 다한 것 같다.
서평의 작성법과 함께 서평의 정체성도 강조해서 말한다. 본질부터 시작해서 서평 쓰는 구체적인 방법까지 폭넓게 다룬다. 다만 구체적이고 온전한 작가의 예시 서평글은 없다. 그것도 어쩌면 서평에서 자기만의 색깔을 찾으라는 의도적인 구성일 수도 있겠다. 서평 쓰기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또는 서평을 쓰다가 좀 더 깊이 있는 글을 쓰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마지막 부분 작가는 서평 쓰기를 사회적 봉사활동이며 국가와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선한 영향력 있는 실천이라고 말한다. 일방적으로 작가들의 말만 듣는 게 아닌 말대꾸하듯 질문하고, 좀 거창하지만 벤야민이 이야기한 혁명까지 비유해서 말한다. 독자와 작가 간 위계와 계급을 부숴버리는 한 과정인 셈이라고. 건강한 공론장의 활성화하고, 교양 혁명의 걸음을 함께 하고픈 이들에게 적극 권한다. "우리가 쓰는 오늘의 서평에 우리가 사는 사회의 내일이 달려 있습니다."라는 공익광고스러운 작가의 마지막 말을 되새기며 열심히 서평을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