뭣이 다르냐고요!

또, 또.

티격태격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첫째와 둘째가 학교에 가고 조용해진 시간. 시간차를 두고 일어난 쌍둥이가 아침부터 블록을 찾았다.


".. 럭~"

아직 발음이 확실하지 않은 나를 보고 후둥이가 뭐라고 한다.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꽤 정확하게 뱉어내는 선둥이와 달리 후둥이는 아직 말이 서투르다. 의사표현이 급 늘어서 자꾸 이야기를 하는데 못 알아들어서 매번 미안할 지경이다. 고마운 것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단어를 바꾸어가며 알아들을 때까지 말해준다는 것이다. 참으로 기특하긴 한데 이걸 참을성 있게 들어주는 게 또 쉬운 일이 아니다. 옆에서 다른 아이들이 뭐라고 떠들고 말을 걸어오는 와중에 귀를 기울여야 하니 집중을 해도 잘 들리지가 않는다.


"뭐라고?", "어?"


자꾸만 물어보는 말에 짜증이 섞인다. 이마 한가운데에서는 새로 생긴 골짜기가 깊어지고 목소리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을 전하는 것이 한참이나 어려운 일일 텐데. 태어나서 처음으로 입을 떼고 소통이라는 것을 하는 중 아닌가. '말'이라는 것으로. 겨우 귀로 듣고 무슨 말인지 생각하는 것이 뭐 그렇게 힘들다고.


후둥이는 포기하지 않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같은 말을 반복해 준다. 트럭을 말하는 줄 알고 자동차를 들이대고 한참 실랑이를 벌이다가 블록이라고 하는 것을 알았다. 알아듣기까지 5분도 걸리지 않았다. 아침 일찍부터 '말'로 블록을 쟁취한 후둥이는 만면에 미소를 띠고 신나게 놀았다. 누나가 블록으로 집을 만들던 것을 앞에 두고 선둥이와 둘이서 뭘 꽂아가면서 재미있는지 깔깔대고 구르기까지 했다.



"엥~"


멀리서 노는 걸 지켜보며 컴퓨터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같이 논지 얼마나 됐다고 또 둘이 부딪히기 시작했다.


"K 가... 엥~"


후둥이가 블록으로 만든 바이크에 태우고 놀던 사람을 선둥이가 가져가버린 모양이다. 선둥이는 언제나 그렇듯 별일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손에 들고 있는 블록 바이크에 사람을 태우고 붕붕 댄다.


"왜 가지고 갔어."

"갖고 싶어서"


아... 솔직해서 좋다. 그런데 왜 달라고 하면 될 것을 자기가 떨어뜨린 물건인 것 마냥 가져가냔 말이다. 어차피 말해봤자 통하지는 않겠지만...


뭘 가져갔는지 살펴봤다. 블록으로 된 사람은 잔뜩 굴러다니고 있어서 비슷한 것으로 찾아주면 될 것 같았다. 손에 잡히는 사람은 다 줘봤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다 아니란다. 좋아하는 게 있는 건가. 가지고 놀던 게 뭐였는지 살펴봤다. 노란 머리에 파란 옷을 입고 웃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블록 속을 뒤져 노란색 긴 머리를 찾았다. 후둥이에게 주려고 들고 있던 사람의 얼굴은 꾹 다문 입을 하고 있어서 웃는 얼굴도 찾아 맞췄다. 옷도 파란색. 짧은 치마와 소매가 없는 티셔츠로 깔맞춤을 하고 됐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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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선둥이를 바라보며 울상을 짓고 있는 후둥이에게 사람을 보여줬다.


"어때?"


결론은, 아니올시다였다. 뭣이 다르냐고. 대체 어디가 틀린 거지. 다시 엄지손가락만 한 블록 사람을 들여다볼 수밖에 없었다. 그제야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웨이브진 머리. 입고 있는 티셔츠(?)와 맞춘 듯한 파란 눈동자와 핑크빛 입술. 다른 건 같은 머리모양이 두 개씩 있었지만 이놈의 웨이브진 머리는 하나밖에 없었다.


사람이 한두 개도 아닌데 왜 딱 하나만 있는 걸 가지고 내가 갖니, 네가 갖니 난리인 건가. 내가 보기에는 얼굴 퍼렇고 시커먼 옷에 망토 두른 마녀 같은 사람도 유니크하고 좋구먼. 그건 둘 다 취향밖인가 보다.


한동안 징징거리던 후둥이는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나의 블록 자동차로 사람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다시 즐거워졌다. 사람을 손에 쥐고 멀리 떨어져 놀던 선둥이도 달려들어 새 자동차를 노린 건 말할 것도 없다. 그렇게 별로 오래 가지고 놀지도 않을 거면서 가져가긴 왜 가져가냐고. 생긴 거 따지면서 집착할 건 또 뭐람.


"대충 가지고 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