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삼나무는 왜 심어 가지고

봄이다.

봄.

만물이 소생하는 봄.


땅속에서 몸을 말고 잠을 자던 개구리도 깨어나고,

딱딱한 껍질 속에서 온몸을 구겨 말고 있던 이파리도 피어나고,

남쪽에서 불어오는 돌풍처럼 커다란 소리를 내며 재채기도 폭발하고,


봄이 너무 좋아서 나는 불어오는 바람 속에 섞인 꽃가루도 못 알아보도록 눈이 멀었나 보다.

피어나는 벚꽃을 들여다보겠다고 여기저기 쏘다니던 때도 있었건만 이제는 밖에 나가는 것이 두렵다. 집구석에서 아이들이 베란다로 통하는 샷시를 열고 나가 논다는 말만 해도 가장 먼저 놀랠 '노' 자가 내 머리 위로 둥둥 떠오른다.


"안돼!!!!!!!"


왜 거기서 노냐고, 집 안에서 함께 놀자고 필사적으로 말려보지만 소용이 없다. 커다랬던 문이 오래돼서 고장 나는 바람에 잘 열리지가 않았더랬다. 한동안 정말 필요할 때 아니고는 문은 장식으로만 사용했었는데...


사실 몇 년 전 겨울. 방충망이 자꾸만 떨어져 나가고 아무리 끼워보려고 해도 맞춰지지 않아서 사람을 부른 적이 있었다. 오래도록 살폈지만 방충망이 맞춰지지 않는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대신 무슨 이유 때문인지 문 한쪽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틈이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이러니 창문을 닫아도 바람이 술술 들어오지.' 문짝을 다 고칠 수가 없어서 임시방편으로 나무조각을 박아 틈을 매웠다. 한동안 만족스러웠다. 겨울에 거실에 있어도 밖인 듯 몸을 훑고 지나가던 싸늘함 같은 것이 사라졌다.


시간이 지나며 샷시는 어떻게 된 건지 건들지도 않는데 점점 뻑뻑해졌다. 밖에 바람이 좀 분다 싶은 날은 문을 닫고 있어도 커튼이 바람을 머금고 휘~ 부풀었다. 답답해서 시엄마에게 이야기를 한 것이 발단이 되어 잘 본다는 목수가 집으로 왔다. 요즘은 잘하지 않는 커다란 창문을 달고 오래 살아서 샷시가 맛이 갔단다. '그런 거였어? 속 한번 시원~하네.' 당장 고칠 방법을 상담하고는 샷시를 새로 달기로 했다. 그 뒤로는 일사천리였다. 우리 집 2층 거실 베란다에는 보기만 해도 든든한 샷시가 달렸다. 이중 창문으로 되어있어 열기와 한기를 안으로 전달하지 않고. 틈새 하나 없이 딱 달라붙어 있으며. 이상하게 기울어졌던 한쪽도 평평하게 맞췄다. 문은 작아졌지만 술술 잘도 열리고 닫힌다. 이제는 하도 잘 열려서 2장씩 세트로 잠가야 되는 열쇠를 제대로 안 잠그면 문이 이리저리 밀려다녀서 거꾸로 닫기가 힘들 정도이다.


덕분에 장식이었던 커다란 문은 깨끗하고 실용적인 그야말로 '문(Door)' 다운 '문(Door)'으로 탈바꿈했다. 그 문을 둥이들이 지금. Now. 열고 나가겠단다. 내가 막는다 한들 아이들의 작은 힘으로도 익숙해지기만 하면 열고 닫는 것은 식은 죽 먹기이니 어쩌겠는가.


"OK"


아이들은 나갔다. 작은 돗자리 까지 야무지게 깔고 덮을 담요까지 챙겨가지고는. 드러눕고 밖을 보고 소리를 지르고 쌩쑈의 시작이다. 나의 눈과 코와 입도 빠지면 섭섭하다는 듯 아이들의 난장판에 끼어들어 난리다.


'에이취!' '훌쩍, 훌쩍' '쓰읍!' '하아~~~' 간질간질간질간질.


아무리 올곧게 높이 자란다고 해도 말이지. 그놈의 삼나무는 왜 그렇게 천지사방에 심어 가지고는 이렇게 사람을 괴롭게 만드는가. 나도 한 때는 괜찮았는데... 눈이 시뻘게져가지고 코를 팽팽 풀어대는 사람들을 보며 약간은 으스댔던 때가 있었다. 왜 저렇게 오버해 가며 고글까지 끼는지 의아하던 시기가 먼 옛날 꿈 이야기 갔다.


꽃가루 알레르기 약 광고로 도배가 되는 계절. 수많은 사람들이 꽃가루와 싸우느라 눈물 콧물 쏟아내는 봄. 오죽하면 뒤에서 제약회사와 손을 잡았다는 이야기까지 도는가. 이제 그만. 그만 괴롭고 싶다. 내 비록 한 달 반 정도밖에 고생하지 않아서 다른 사람에 비해 기간이 짧으니 다행이라 생각될 수 있지만. 짧고 굵단 말이다.

삼나무가 꽃가루를 바람에 날리지 말고 뿌리로 널리 널리 퍼뜨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의 사랑스러운 세포들이 꽃가루를 친구 삼아 쳐내지 않으면 얼마나 좋을까.


나도 깨끗하고 맑은 눈과 코와 입과 그리고 정신으로 움트는 봄을 만끽하고 싶다. 쫌!



매거진의 이전글뭣이 다르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