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때는 몰랐는데
신혼 초, 우리 집 냉동실은 심플했다. 냉동 감자튀김, 냉동 치즈스틱, 냉동 만두, 얼음, 아이스팩. 나만의 냉장고가 생겼다는 기쁨에, 이것 저것 사다 놓은 냉동식품들이 존재감을 과시하던 그때부터였을까, 하나 둘 줄어드는 음식들을 볼 때부터였을까. 나는 남편을, 남편은 나를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흔히들 말하는 티키타카, 아 하면 어 하고 이 하면 어 하는 아어이다가 맞는 사람을 찾으려 노력했던 나의 20대, 그 수많은 사람들을 지나쳐 오늘의 남편을 만났다. 그때가 딱 30살이었다. 두 번째 보는 날, 비닐장갑을 끼고 닭발을 뜯어먹던 남자를 보며, 나는 운명이라 믿었다. 이 남자라면, 평생 내 앞에서 입술에 닭발 양념을 묻힌대도 귀여울 것 같았다.(콩깍지) 역시는 역시나였다. 평소 국밥에 미친 나와 동일하게 순댓국, 뼈해장국, 추어탕 등등을 항상 맛있게 먹던 남편이 좋았다. 이 남자랑 결혼하면, 입맛 걱정은 쓸데없겠구나 싶던 그때, 그때는 몰랐고 지금에야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우리는 생각보다 음식 취향이 맞지 않다는 것.
연애시절 데이트할 때는 일주일에 많아야 2번, 그것도 거의 저녁에 만나 한 끼 정도를 먹으면 됐었기 때문일까. 하루에 한 끼는 무조건 같이 먹고, 주말에는 점심, 저녁까지 같이 먹는 우리의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일까. 우리는 생각보다 음식 취향이 맞지 않다.
채식보다 육식, 대보름날에나 나물을 먹던 나와 달리, 남편은 나물과 같은 밭의 음식을 선호하고, 싱거운 것보다는 짠 게 좋은 나와 달리, 무엇이든 간을 잘하지 않는 남편. 아, 그러고보니 시가에 가면 늘 올라오는 반찬이 있다. 더덕무침,나물무침, 도토리묵이 그렇다.
우리의 그 잘 맞던 티키타카는 어디로 증발 해 버린 것인가 싶었다. 하지만 서로 모두 반찬은 반찬이요, 밥은 밥이로다 하는 무딘 사람들이라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또 하나, 새로 알게 된 사실은 남편의 양과 나의 양은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냉동 치즈스틱만 해도, 나는 보통 한 번에 1-2개 먹으면 질리고 마는 굉장히 입이 짧은 사람이라면, 남편은 한번 먹을 때 여러 개를 먹어야 충분한 보통의 사람이었다. 결혼하고, 남편이 참 많이 먹는구나 싶기도 했지만, 반대로 나도 참 징그럽게 조금조금 먹는다 싶었다.
그러니까, 남편은 밥 한번 먹을 때 자알 먹고, 디저트는 잘 안 먹는 스타일이고, 반대로 나는 밥은 적당히 먹고, 디저트도 또 적당히 먹는 스타일이니 우리는 늘, 식탁에서 서로를 신기하게 쳐다봤다. 갈비탕에 밥 두 공기를 먹는 남편을 보면서, 밥을 먹고 케이크를 먹는 나를 보면서. 하지만, 계란 프라이는 한 개면 된다는 나와 달리 3개는 먹어야 아 이게 노른자구나 알 수 있다는 남편, 혼자서는 라면 하나면 된다는 나와 달리 두 개는 끓여야 이게 라면이구나 싶다는 남편을 이제는 말리지 않는다.
참, 신기한 게 연애 때는 왜 미처 알지 못했던 걸까?
같이 살아야만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던데 이런 게 바로 그런 건가 싶다.
한번 먹을 때, 여러 가지 음식을 함께 먹는 게 좋은 나
반찬의 가짓수가 중요하지 않은 남편의 식탁.
-
며칠 전, 본가에 다녀온 뒤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백 서방, 어제도 정말 잘 먹더라~~ 우리 집에 저렇게 잘 먹는 사람이 없었는데~~~ 봐도 봐도 잘 먹어"
"그러니까, 앞으로 행복한 돼지가 될 거래."
"그래도, 너무 많이 먹는다고 뭐라 하지 말아라. 우리 집의 양이랑 비교하면 안 돼"
우리는 이렇게 같은 듯 다르지만, 공통점도 있다. 차려진 밥상은 그냥 다 잘 먹고 본다는 것! 오늘도 수많은 다른 점 안에서 같은 점을 젓가락으로 집어 꼭꼭 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