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싸우는 신혼 법칙을 깨부수는 방법
남편과 같이 산지 1년이 다 되어간다. 세상에, 우리가 일 년이라니. 뭐 이런 일이 다 있어? 생각을 하다 보니 집안 구석구석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먼저, 인덕션 위에 올려진 뚱뚱한 주전자가 보인다. 우리는 생수를 사 먹는 대신 보리차를 끓여먹기 시작했다. 생수를 사는 수고로움만큼이나 물을 끓이는 것 또한 귀찮은 일이지만, 또 보리차에 버릇을 들이니 생수로는 못 돌아가겠다.
아, 보리차 같은 일이 또 있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각각 치약을 쓰고, 각각 다른 이불을 덮고 자기로 한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고, 어쩌다 보니 정말 자연스레..
"치약을 어떻게 아래부터 짜?"
흔히들 말하는 신혼부부들의 싸움 레퍼토리 중 하나, 치약을 짜는 방법. 우리도 다르지 않았다. 일단 어디든 누르고 보자!라는 마음으로 여기저기 아무 데다 눌러대는 나와, 아래부터 천천히 밀어 올리는 남편. 누가 맞고, 누가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지만, 그럼에도 남편이 신기했다.
"아니 어떻게 아래부터 짤 수 있지? 참, 신기하네."라고 물으면 남편이 말한다.
"아니 어떻게 아무 데나 짤 수 있지? 참, 신기하네."라고.
이런 두 유형의 사람이 같은 치약을 쓴다 하면, 보통은 정석대로 쓰는 사람이 피해를 받기 일쑤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일로 싸운 적이 없다. 다행히도? 신혼 초, 이마트에서 대량으로 구매한 치약이 너무 입맛에 맞지 않아, 2080으로 갈아타면서부터 우리는 자연스레 각자의 치약을 갖게 되었다. 이제는 양치질을 하며, 정갈하게 놓인 남편의 치약을 보면서 귀여운 웃음이 날 뿐이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이불도 따로 덮자고
생수 대신 보리차를 먹고, 각각 다른 치약으로 양치를 한 후 침실에 들어와 각자의 이불 안으로 들어간다. 이제는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어버린 우리 모습. 이불을 따로 쓰는 건 사실 신혼 극초반부터 시작한 시스템으로, 그 유래는 이러하다.
때는 12월의 겨울날, 남편은 새벽에 일어나 당황한 기색을 감출 수 없었으니, 분명 같이 덮고 있던 이불을 모두 내가 차지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내가 코 고는 것만 알았지 이불 가로채기 기술이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여러 번의 이불 스틸이 있었고, 남편은 공식적으로 서로 다른 이불을 덮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낯간지러운 이야기지만 같은 이불 아래에서 남편의 손을 꼭 잡고, 발바닥은 남편의 종아리에 맞대어 자는 게 하나의 로망이었다. 그런데, 그 로맨틱한 로망을 이제는 못 하게 된다니. 3초 좌절했지만 바로 수락했다. 이불은 덮으라고 있는 건데, 나 혼자만 덮으면 안 되는 거니까.
그 후로, 우리는 1가구 1 주택 2이불러가 되어 살고 있다. 손을 맞잡는 대신, 각자의 이불 안에서 오래오래 떠들다 잠에 든다.
많이 싸우지 않는 이유는, 아무래도
무던한 성격의 남편 덕일 수 있지만, 한 발짝 물러나 개인 고유의 습관을 받아들이는 유연한 태도 덕이 아닐까 싶다.
1) 치약을 왜 그따위로 짜냐 묻는 대신, 치약을 그렇게 짜오며 살았구나, 그랬구나 아아아 아. 나는 안 보련다. 다른 치약 써야지 라거나(ㅋㅋ)
2) 이불을 왜 계속 끌고 자냐, 내가 감기에 다 걸리겠다 묻는 대신 이불을 안 끌고는 못 자는구나아아아, 그랬구나아. 나는 다른 거 덮어야겠다.와 같은 어이없지만 그럴싸한 방법으로 말이다.
이 외에도, 싸울만한 건덕지는 여기저기 붙어있다. 다 쓴 휴지심을 왜 변기 위에 올려 놓는지, 양말을 왜 대충 접으면 안 되는지, 설거지 할 때 왜 그렇게 느리게 하는지, 카레를 먹고 왜 바로 물에 담가두지 않는지 등등 말하다보면 끝도 없지 않을까. 그러니까 신혼생활에 있어서 서로 다른 습관을 가지며 살아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은 사실,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