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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니 Apr 23. 2024

돈이 없으면 돈을 벌면 되고 돈이 있으면

알바 3일 차.

발걸음은 구름신발을 신은 것처럼 가벼웠다. 오늘은 이미 나왔고, 내일만 출근하면 이제 또 끝이라니. 전속력으로 앞만 보고 달리다가 이제야 도착지점이 보이자 기분이 좋았다. 날씨 좋고, 기분도 좋고! 시간도 좋고?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어떻게 12시간 동안 프린터 앞에 서 있을까.. 싶었던 첫날과 달리, 일도 익숙해진 탓이었다.  프린터도 기분이 좋은 것인지, 지난주에 비해서 종이를 씹거나 뱉어내는 일이 확연히 줄었다.

프린터 고장만 안 나면 이렇게 평화로운 일이 아닐 수 없구나. 왜 첫날에는 이곳저곳에서 고장이 나서 난리가 난 거였지? 프린터도 낯을 가린 걸까? 같은 생각을 하며 잠시 멍을 때리고 있던 그때였다.


누군가 내 어깨를 툭툭 쳤다.


"저 혹시 내일도 나와요?"

"네! 내일이 마지막이라.. 혹시 내일 안 나오세요?"

"아뇨, 저도 나오는데 마지막까지 얼굴 보면 좋을 것 같아서. 익숙한 얼굴들 보면 좋잖아요."

라고 말을 건넨 분은, 옆라인에서 일을 하시던 나와 같은 아르바이트생이었다. 많은 대화를 나누지는 않아도, 그저 목인사 정도로 서로의 출근을 확인하는 사이였어도 나도 모르게 그분에게 친근감을 느끼고 있었는데, 우리는 그 사이에 서로 익숙한 존재가 되었다니. 세상이 참 재밌게 느껴졌다.  내일은 내가 먼저 말을 걸어볼까?라는 생각이 들 때쯤, 아르바이트생들이 하나둘 겉옷을 걸치기 시작했다. 퇴근이다. 벌써 끝이라고? 이렇게 빨리 시간이 지나다니. 내일이 오는 게 기대되면서도 아쉽다.



알바 4일 차(마지막 날!)

마지막 출근 날! 이제야 얼굴이 익숙해진 아르바이트생들과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 손에는 장갑을, 귀에는 귀마개를 꼈다.. 가! 정신을 차리니 나는 다시 옷을 입고 마지막 퇴근카드를 찍고 있었다. 분명 오늘도 크게 힘든 일은 없었는데, 왜 내 다리는 후들후들 거리는 걸까. 종이인형처럼 힘없이 걷다 보니, 어제 인사를 나눈 여자분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탔다. 아니 근데, 그분께서는 주중에도 알바를 나오겠다고 했단다. 정말 대단하시다고 하니, 그분은 "시간이 있으니까 해야죠!"라는 말을 하며 웃음을 보이셨다.


와 진짜 멋지다. 나도 다시 작업실로 올라가 팀장님께 내일도 나오면 안 되냐고 물어볼까?라는 생각이 스쳤다. 이 분과 함께라면, 주중 근무도 어렵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달까. 하지만, 이미 종이인형이 되어버린 나는 그렇게 그 분과 마지막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지금 이렇게 헤어지지만, 어디서든 무슨 일을 하다가 또다시 만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핸드폰 번호라도 따서, 다음에 동네에서 또 좋은 공고가 뜨면 같이 아르바이트하러 가자고 할걸..이라는 생각을 하다가..동네로 돌아와 삼겹살을 실컷 먹었다. 역시 삼겹살은 고깃집에서 먹는 게 최고다. 고기도 구워주시고, 밑반찬도 10여 개는 되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마카로니샐러드도 나오고, 또 고깃집에서 먹는 콜라는 왜 이렇게 맛있는지. 또. 또. 또.


역시 돈이 좋다.

하지만 돈이 없으면..?

이런 생각이 들자마자 그럼 돈을 벌면 된다! 고 재빠르게 스스로 안심시켰다. 돈이 없으면 돈을 벌면 되고, 돈이 있으면 오늘처럼 삼겹살을 맘 놓고 먹으면 된다고. 돈이 없으면 다시 벌면 되잖아?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많이 먹는다는 말처럼, 돈 벌어서 고기를 많이 먹으면 돈이 없어도 돈을 벌 생각을 한다는 게 맞나보다. 라는 생각을하며 고기를 꼭꼭 씹어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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