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이제 브랜드 경험을 제시하는 플렛폼중 하나다.
게임 제작은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의 욕망에 따라 바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욕망의 수준과 변화를 알아야 한다.
게임산업이 점차 커지는 이유는 소비의 새로운 중심축인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 때문이다.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는
게임기술의 발전을 그대로 경험했으나 소비력이 약했다.
게임을 하려면 부모에게 의지하는 방법밖에 큰 대안이 없었다.
소비력이 생긴 그들은 게임산업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소비층으로 변했다.
1995년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Z세대라고 부른다.
그들은 밀레니얼과는 조금 다르다. 밀레니얼 세대가 조금씩 만들어놓은 게임문화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기 시작했다. 밀레니얼 세대가 게임문화라는 씨앗을 심었다면
Z세대는 이제 그 씨앗을 나무로 키워나가고 있다. 이번 E3쇼만 보아도 마치 공연을 기다리는 듯이
게임 발표를 보는 그들의 모습은 게임이 더 이상 비주류가 아닌 주류로 자리답고 있다는 걸 알려준다.
밀레니얼과 Z세대가 추구하는 욕망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전 세계 사람들과 네트워킹을 지향하며 성장을 갈망한다.
둘째, 제품을 소유하기보다는 멋진 온/오프라인 콘텐츠들을 경험하고 공유하며 이를 '교류' 하고자한다.
셋째,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나를 위한 시간을 최우선으로 여긴다.
이 같은 두 세대의 특징과 욕망은 게임에 그대로 반영되어있다.
요즘 발매하는 게임들을 유심히 관찰하면 이 같은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 모습에 매번 놀란다.
내가 이같이 자신 있게 말하는 이유는 나 자신부터 밀레니얼 세대이기 때문이며
메가드라이브에서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4까지 모두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 글을 포함한 1개 혹은 2개 글에서 유저 입장에서 느끼는 요즘 게임에 대해서 적어보려고 한다.
오늘은 오늘은 게임이 어떻게 경험을 전하는지 레이싱게임에 한정해서 적어보려고 한다.
(사실 레이싱게임이나. 피파같은 스포츠게임도 맥락은 같다.)
게임 안에 벌어지는 모든 경험은 게이머의 것이다. 게이머들은 커뮤니티를 통해 게임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적극적으로 나눈다. 아무도 강제하지 않았음에도 스스로 게임 공략 혹은 팁을 게시판 혹은 유튜브에 공유한다. 이 같은 게임이 가진 속성을 잘 이용한 장르가 있다. 바로 레이싱 게임이다.
그란투리스모, 포르자 호라이즌. 프로젝트 카스 같은 게임은 자동차를 경험하는 게임이다. 유명 레이싱 게임 그란투리스모를 만드는 폴리포니 같은 게임회사와 자동차 제조업체는 서로 협업하며 게임을 만든다. 자동차 회사들은 폴리포니 같은 제작사에게 자사 차량 캐드 도면을 제공한다. 물론 캐드 도면을 가지고 만들기에는 한계도 있으니 게임 제작사들은 자동차 모형을 참고해가면서 제작을 하기도 한다.
간혹 게임만을 위해서 자동차 회사가 콘셉트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그란투리스모 안에는 'vision for grantorismo'라고 나오는 자동차들이 간혹 있다. 또한 게임에서 나온 콘셉트카를 실제로 모터쇼에서 선보이는 경우도 있다. 아우디는' E-Tron Vision Gran Turismo'를 게임뿐만 아니라 실제로 제작해 공개했다.
아우디 같은 경우는 젊은 세대에게 브랜드 인지도를 올리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레이싱 게임을 활용하는 편이다.. 닛산, 도요타자동차도 마찬가지이다. 또한 레이싱 게임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랜더링 기술을 실제 자동차 제작 랜더링에도 사용한다.
자동차 회사들은 레이싱 게임을 통해 잠재 고객들이 자사 차량을 가상으로 경험할 수 있기를 원한다. 이를 통해 자사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 게임 제작사와 제작업체를 후원하기도 한다. 그란투리스모를 제작하는 폴리포니사는 자동차의 엔진음, 트랜스미션 노이즈, 배기음, 도로의 소음, 윈도우 노이즈를 구현했다.이에 그치지 않고 실제 자동차를 이상적인 상태에서 벤치 테스트한 사운드를 녹음했으며 이를 소니의 오디오 기술 부문과 협업으로 사운드 시뮬레이터를 개발해 인간의 인지 메커니즘까지 고려한 ‘이상적인 소리’를 재현했다.
물론 고객들이 자동차 대리점에 가서 시승을 해볼 수 있지만 이는 한계가 있다. 자동차 구매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으며 젊은 세대는 자동차 구입에 관심이 없다. 여기에 자동차 공유 서비스가 활발해짐에 따라서 자동차를 구매할 이유도 딱히 없어졌다. 필요할 때만 차를 빌리서 사용하면 되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자동차 회사들이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은 자동차 렌트다.
만약에 자동차 게임을 통해 미리 가상으로 시승 경험을 한다면? 아마도 차를 이용할 일이 생긴다면 자동차 게임에서도 타본 자동차를 실제로 타려고 할 수 도 있다. 나 같은 경우 운전면허 취득이 어려울 정도로 시력이 나쁘다. 당연히 운전면허는 없다. 그래서 자율주행차가 대중화되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나는 레이싱 게임을 하면서 다양한 자동차로 플레이를 했다. 제조사들마다 추구하는 방향이 다른 것도 어렴풋이 알았다. 게임을 하면서 내가 몰랐던 사실은 자동차 엔진음이 너무나 다양하다는 사실이었다. 왜 자동차 마니아들이 자동차 엔진음에 그리도 미치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게다가 어느 순간 차가 지나가면 엔진음을 주의 깊게 들어보게도 했다.
게임 제작사는 자동차를 모델링할 때 각 차량에 대한 극한의 경험을 제공하려고 노력한다.
자동차 렌더링은 물론이거니와, 엔진 소리, 스티어링 감도 및 디테일에 최선을 다한다. 이 같은 요소에
정성을 다하는 이유는 철저히 게이머 경험을 위해서다. 보통 레이싱 게임을 게임기 패드로도 하지만
레이싱 게임 마니아들은 실제 전용 핸들까지 구비해서 즐긴다.
더욱 쾌적한 게임 플레이를 위해 안정적인 프레임(보통 유저들은 60 프레임을 원한다.)은 기본이다.
자동차만 멋지게 만든다고 모든 게 끝나는 게 아니다. 그다음은 자동차가 달리는 코스다. 유저들이
자동차 코스를 통해 차를 탑승했다는 느낌을 줘야 하기 때문이다. 게임 제작사는 레이싱 게임 경험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서킷 디자인에 큰 공을 들인다. 자동차는 멋진데 아무것도 없는 텅 빈 도로에서 차를 운전한다고 생각해보자. 핸들을 잡고 싶은 맛이 생기지 않을 거다.
우리가 차를 타고 신나게 드라이브를 떠나는 건 멋진 풍경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
시원한 바람, 따스한 햇빛을 맞으며 드라이브를 하는 일만큼 신나는 일도 없지 않은가?
다른 게임 장르도 게임 배경에 공을 들이지만 레이싱 게임은 유독 풍경에 신경을 많이 쓴다.
만약 요즘 게임상에서 계절을 표현하는 기술이 어디까지 왔는지 궁금하다면 락스 타사의
레드 데드 리뎀션 2를 보기를 권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j9oBYS0Xor4
그렇다고 게임 제작사는 상상의 공간을 만들지 않는다. 기술력이 부족할 때는
상상의 코스를 만들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서킷도 실제 존재하는 서킷을 그대로 사용한다.
‘일본 자동차는 스즈키 서킷 전후로 나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명성을 가진 스즈키 서킷도 나온다.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이 쉽사리 운전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뉘르부르크링 서킷도 게임에서는 가능하다.
게임에서는 수많은 자동차를 가지고 뉘른부르크링 서킷을 운전해볼 수 있다! 생각만으로도 좋다!
현실 속에서도 뉘른부르크링 서킷은 베테랑 드라이버들만 도전할 정도로 험난하다.
게임에서도 뉘르부르크링 코스를 제대로 달리려면 엄청난 내공을 필요로 한다.
(그란투리스모 같은 경우는 최고 레벨 수준을 찍어야 풀코스 주행이 가능하다.)
실제로 뉘른부르크링 코스를 플레이하면 왜 이곳이 운전자들의 무덤이라고 불리는지 알 수 있다.
정말 어렵다. 게임이라서 다행이지 몇 번은 죽었겠다는 하는 말을 한두 번 뱉은 게 아니다.
슈퍼카도 간접체험이 가능하다. 페라리, 람보르기니는 물론 맥라렌, 부가티도 가능하다.
나는 그란루리스모 스포트를 플레이하면서 부가티 베이런을 가지고 주행을 해보았다.
심장을 울리는 엔진 소리와 놀라운 제로백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현실에서 부가티 베이런을
경험하기는 힘들지만 게임을 통해서는 간접체험이 가능하다. 이게 끝이 아니다. 시중에 찾아볼 수 없는 클래식카를 몰아보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 F1 포뮬러 자동차도 가능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RkkU55FPstk
단연코 잘 만든 레이싱 게임은 자동차 마니아들에게 축복이다. 게다가 실제 레이싱에 참여하는 운전자들도 종종 레이싱 게임으로 훈련을 한다고 한다. 그란투리스모 스포트에서는 루이스 해밀턴이 영상을 통해서
자동차 운전을 알려준다. 과거에 기술이 발전하지 빠르지 않던 시기 레이싱 게임은 자동차 게임 수준에서 그쳤다. 하지만 지금 정보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매번 새로운 레이싱 게임이 나올 때마다 모든 부분에서 실사에 가깝다. 실제 풍경에 가까운 서킷과 광원 묘사에 놀랄 뿐이다.
이제 레이싱 게임은 하나의 거대한 자동차 브랜드 시뮬레이션과 다를 게 없다.
실제로 게임에서는 자동차 브랜드의 역사뿐만 아니라 그동안 자동차 브랜드가 만든 자동차들도 소개한다.
또한 주기적인 업데이트를 통해서 유저들에게 다양한 자동차를 선보인다.
https://www.youtube.com/watch?v=86QlXEtqqpg
렉서스 같은 경우 라이프스타일기업으로도 나아가기 위해 도쿄 미드타운 히비야에
렉서스 미츠를 만들기도 했지만 이는 레이싱 게임과는 전혀 다른 접근이다.
전자는 이를 통해 '렉서스'를 기반으로 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지
후자인 게임에서는 ‘렉서스 자동차 경험’에만 집중한다.
아마도 게임 구독 서비스가 일상 속에 자리 잡는다면
자동차 메이커들은 집안에서도 자사 자동차에 대한 경험에 관한 프로모션 및
홍보를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도 생각해본다.
"2024년 신규 출시 자동차를 가상으로 먼저 경험해보세요!"
24시간 동안 가상 승차에 초대합니다. 접속 신청은 2014.3.21일 오후 6시까지 합니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혹은 가상 시뮬레이션 행사에
초청한 사람들에게 렌트 할인권을 제공할 수 도 있을 것이다.
다만 기억할 건. 레이싱 게임을 잘한다고 운전을 잘하는 건 아니다.
게임은 게임일 뿐이다. 게임에서는 시속 160km로 달리다가
차와 부딪쳐도 죽지 않지만 현실에서는 죽는다. 게임과 현실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