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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도 이제 영화가 부럽지 않다네.

게임은 어떻게 경험을 전하는가?(2)

by 경험을전하는남자

게임산업이 엔터테인먼트로 확장하는 이유는 '경험'때문이다.

'재밌다'는 경험이 없다면 가차 없이 외면받는 게 게임이다.

90년대만 해도 게임은 재미만을 추구했다.

그러나 게임은 이제 스토리텔링, 게임 내 세계관, 유저 경험 등

다양한 부분에서 경험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점차'경험으로 확장하는 게임.


영화는 관객이 일방적으로 이야기를 보는 게 전부다.

특히 극장에서 본다면 영화를 보는 도중에 멈출 수도 없다.

짧은 트레일러로 영화를 판단해야 하며 배우들과의 만남을 통한 홍보가 전부다.

그 외에도 다양한 홍보를 하지만 영화 홍보는 '쌍방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마블 같은 경우는 강력한 팬덤을 기반으로 한 마케팅을 하며

언제나 팬들을 충족하는 경험을 제시하지만 그건 극히 일부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한 방향으로 진행하는 콘텐츠다.


영상 콘텐츠가 가진 한계와 동시에 가능성을 보려면 최근 넷플릭스가 발표한 두 작품을 보면 된다.

넷플릭스는 최근 '블랙 미러: 밴처스 내처'와 베이그릴스와 함께하는 당신과 자연의 대결'을 만들었다.

이 작품은 드라마와 예능을 인터렉티브 콘텐츠로 만들었다는 게 특징이다.

두 작품 모두 시청자의 선택에 따라서 내용이 달라진다.

시청자가 이야기의 주체가 된다고 하지만 실제로

시청자가 드라마에서 하는 일은 선택지를 누르는 게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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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은 시청자의 몫이다. 그러나 경험은 누르는것에서 끝난다. 출처:


반면에 게임은 조금 다르다. 게이머는 게임 속에서 스토리를 직접 조작하며

그 안에서 이야기를 직접 경험한다. 게다가 게임 안에서 반응이 좋은 부분은

그 부분만 스핀오프식으로 빼내 유료로 추가 콘텐츠를 제공하기도 한다.


2018년 출시한 '디트로이트 비컴:휴먼'은 게임과 영화의 장점을 적절히 섞은 참신한 게임으로 손꼽힌다.

게임 안에서 모든 움직임과 핵심 대사까지 모두 게이머가 고른다.

과거 화면으로만 판단하면 시뮬레이션 게임이 더 역동적으로 변했다고 해야 할까?

발매 당시에도 디트로이트 휴먼은 실험적인 게임이라는 평을 받았고

지금은 플스 4에서 한 번은 꼭 해야 할 게임 중 하나다.


새로운 시도가 돋보인 게임 '디트로이트 비컴:playstation.com

https://www.youtube.com/watch?v=fUJSDPbOP20

드라마는'시청하다'가 경험의 핵심이다.

이와 다르게 게임은 '직접 조작한다'가 경험의 중심이다.

무엇이 더 질이 높을까? 당연하게 후자다.

넷플릭스 같은 스트리밍 업체가 싸워야 할 라이벌은

아마존도 디즈니도 아니다. 오히려 넷플릭스의 강력한 라이벌은 그냥 '비디오 게임' 그 자체다

(흥미로운 건 플레이스테이션 4에도 넷플릭스 어플이 있다.)

요즘 버스에 타면 스마트폰을 하는 사람은 대략 4종류로 나뉜다.

영상을 보는 사람, 게임을 하는 사람, 톡을 하는 사람, 인터넷을 하는 사람.

사람들은 여유시간이 나면 게임을 하거나 영상을 본다.

게임을 보면서 영상을 볼 수는 없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출처:unslapsh

이제 모든 회사들은 고객들의 '시간'을 점유해야 매출이 나온다.

이제 사람들은 시간과 경험을 중시한다. 물건으로 승부를 보던 시대가 끝난 지 오래다.

이제는 물건이 줄 수 있는 경험을 팔아야 하기 때문에 고객에게 다가갈 '시간'을

확보하는 일은 언제나 일 순위다. 이제 라이프스타일을 취급하는 회사들은

'게임'과 경쟁해야 한다. 조금 예외가 있다면 앞선 글에 적은 자동차 업계다.

오히려 자동차 업계는 일찍부터 게임과 자동차가 가진 속성을 잘 공략했다.


레이싱 게임 그란투리스모는 업데이트 시에 추가 차량의 실루엣과 이름을 공개한다. 레이싱 게임은 이제 자동차 브랜드 경험장이다. 출처:grantorismo.com

동차 회사들은 레이싱 게임이 잘 팔릴수록 좋다. 오히려 자사 브랜드를 체험하는 경험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자동차 게임 제작사는 추가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차량을 계속 제공하며 시중에서 보기 힘든

클래식카를 게임에서 경험할 수 있게 게임 제작사에 데이터를 제공한다. 게이머들이 레이싱 게임을 할수록 특정 자동차에 대한 인지도는 당연히 올라가기 마련이다.(나는 그란투리스모:스포트를 하면서 일본 마즈다 자동차에 대해서 새롭게 알았으며 애스터마틴, 맥라렌 스포츠카에 성능을 간접으로 경험해봐서 정말 좋았다. ) 레이싱 게임 자체가 자동차 주행경험을 제시한다는 면에서 자동차 회사들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게임을 이용한 브랜딩과 렉서스같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확장하기 위한 공간을 만드는 일과는 별개다.


훌륭한 스토리텔링


요즘에는 영화를 능가하는 스토리텔링을 하는 게임도 적지 않다..

근래에는 많은 배우들이 게임 모션 캡처에 직접 참여하며 자신의 연기를 게임 속에서

그대로 선보인다. 올해 11월에 발매 예정인 ‘데스 스트랜딩’이 대표적인 예다.

워킹데드로 유명한 노먼 리더스, 매즈 미켈슨, 레아 세이두 분이 게임에 출현한다.

2019년 E3쇼에서 최고 기대를 받은 ‘사이퍼펑크 2077’에는 키아누 리브스가

게임 속 캐릭터로 참여했다. 그는 E3에서 열린 ’ 사이버펑크 2077’ 행사에

직접 연사로 나서 발표도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영화배우로서 바라보는 게임산업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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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먼리더스, 레아세이두, 매즈 미켈슨이 참여한 데스스트렌딩.
게임과 영화의 경계선은 아무 미묘하게 합쳐지고 있다. 그러나 엔터테인먼트라는 면에서 둘 다 동일하다 출처:playstation.com, polygon.com

훌륭한 스토리를 가진 게임은 후속작을 만들며 하나의 거대한 시리즈가 된다.

이를 통해 다른 분야로 경계를 넓히기도 한다.

2015 올해의 게임을 수상했고 수많은 마니아를 거느린 '위쳐 3'은 소설 ‘위쳐’을 원작으로 했다.

이미 '위쳐'는 넷플릭스에서 오리지널 드라마 제작이 확정되었으며 위쳐의 주인공인 게롤트 역은

헨리 카빌이 맡는다. 그는 게롤트 역을 위해서 DC 코믹스의 슈퍼맨 역할을 하차했다.

왕좌의 게임을 쓴 조지 마틴은 현재 프롬 소프트웨어의 ‘엘든 링’이라는 게임에 참여하고 있다.

현업 소설가가 게임에 참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항상 매력적인 세계관을 가진 게임을 선보인 프롬 소프트웨어가 조지 마틴과

어떤 세계관을 가진 게임을 만들지 많은 팬들이 기대하고 있다.

게임산업이 엔터테인먼트로 향할수록 매체 간의 벽은 사라진다.

오히려 그 속에서 돋보이는 건 스토리텔링, 연출, 편집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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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위펴는 게임으로 다시 드라마로 그 경계를 넓혔다. 출처: the wicher.com, idmb.com
다크소울로 유명한 프롬소프트웨어는 왕좌의 게임을 만든 조지 마틴과 게임을 같이 만들고 있다.

작년 12월 발매한 레드 데드 리뎀션 2의 게임 각본은 대략 1000페이지 분량이다.

심지허 '레드 데드 리뎀션 2'는 게임 템포를 서부시대에 맞추는 디테일까지 게임에 반영했다.

다만 이 같은 디테일 덕에 게임이 지나치게 느리다는 비판이 아닌 비판을 받기도 했다.

(레드 데드 리뎀션 2를 만든 락스타게임즈의 대표 게임은 그 유명한 'GTA'시리즈다.)

그만큼 게임을 잘 만들었다는 이야기다.


훌륭한 스토리와 뒷받침하는 기술, 연출력 어디서 많이 본 단어들 아는가?

이 단어들은 드라마, 영화사업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던 단어가 아니던가?

'그리스 신화를 맛깔나게 엮은 '갓 오브 워'시리즈 역시 스토리텔링이 훌륭한 게임으로 뽑힌다.

가장 최신작인 갓 오브 워(갓 오브 워의 네 번째 시리즈)는 기존 그리스 신화에 북유럽 신화를 더하며

시리즈 확장을 위한 주춧돌을 다졌다. 뿐만 아니라 스토리텔링, 연출, 게임성으로 극찬을 받았다.

당연히 작년 각종 게임상을 휩쓸었다.

언챠티드, 라스트 오브 어스를 만든 너티독의 연출력은 웬만한 영화제작사를 뛰어넘는다. 출처:너티독

이외에도 해적 선장이 남긴 보물을 찾아 떠나는 '언챠티드 4'등

영화를 능가하는 게임을 만드는 회사는 언제나 게이머들에게 신뢰를 주며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하지만 모든 게이머에 세 찬사를 받는 작품은 단연코 ‘라스트 오브 어스’다.

나는 아직 라스트 오브 어스를 하지 않았다. 2편이 나오면 같이하려고 참고 있다

얼마나 뛰어난 스토리텔링이기에 게이머들이 열광하는지 나 역시 기대 중이다.



현재 게임산업은 엔터테인먼트로 나아가는 과도기를 지나서 점차 성숙단계에 다다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게임 속의 폭력, 소재, 묘사 등에 대해서 많은 제작 사사들이 그 수위를 조절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게임을 유통하는 소니, 마이크로소프트로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롤드컵, 오버워치 월드컵 같은

E-스포츠에 특화한 장르가 있다면 따른 한쪽에는 작품성과 스토리텔링으로 특화한 게임 장르가 있다.

게임산업은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으며 이 전 글에도 말했듯이 그 중심에는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가 있다. 이 두 세대는 앞으로 게임을 비롯한 우리 삶 모든 부분을 변화시킬 거다.

게임은 분명히 그중 하나일 거다. 적어도 게임을 좋아하는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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