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에서 우러난 글쓰기 방법.
종종 글을 어떻게 쓰는지, 생각을 어떻게 연결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종종 듣는데요. 정말로 너무나 감사한 일이죠. 오늘은 간략하게 제가 글을 쓰는 방법과 소재를 모으는 법을 간략하게 적어보려고 합니다. 이 글은 단지 제 생각입니다. 제 생각이 브런치에 글을 쓰는 모든 분들에게 도움이 되면 전 그걸로 충분합니다.
1. 운동
일단 글을 쓰기 시작한다면 운동부터 하시기를 권합니다. 이 같은 이유는 단순히 체력을 기르기 위함이 아닙니다. 운동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하던 생각들이 정돈되기 마련입니다. 운동을 하면서도 글 소재를 생각하다 보면 어느 순간 생각이 정리될 때가 많습니다. 특히 글을 쓰는 작업 자체가 체력 소진이 상당하기 때문에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저 같은 경우 하루 2시간 운동은 기본입니다. 특히 제가 [배우. 감정을 편집하는 사람들 이슈 1과 다른 글들]은 대부분 운동하는 과정에서 나온 문장들을 정돈해 나왔습니다. 특히 드라마와 영화에 관한 글을 쓸 때는 러닝머신에서 TVN 채널을 켜고 드라마를 보면서 계속 생각합니다. [소리가 나오지 않아서 영상 자체만 분석할 수 있으니까요.] 만일 운동을 하다가 글 소재와 문장이 떠오른다면? 그 순간 스마트폰에 키워드를 적으면 됩니다. 노트도 괜찮고요. 저는 운동 갈 때 운동일지와 글을 적는 노트 2개를 가져갑니다.
2. 퓨어 알파 오버레이 전략.
퓨어 알파 오버레이라는 말은 브리지워터의 레이 달리오를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실 겁니다. 브리지워터는 올웨더와 퓨어 알파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데요. 퓨어 알파 오버레이 펀드 운용방식에 대한 모태가 '퓨어 알파 오버레이'아이디어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것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레이 달리오의 책 ‘원칙’에 상세히 적혀있는데요. 퓨어 알파 오버레이는 기본적으로 서로 상관없는 섹터 간 자산을 묶어 '표준편차'를 줄입니다. 서로 상관이 없는 섹터를 엮어, 리스크를 최소화해 최대한 초과수익[알파]을 추구한다는 말이죠. [표준편차를 줄인다는 말은 손실을 최소한 다는 말입니다.]
이러한 전략은 글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글 소재를 서로 다른 분야 글들로 적어보면서 자신에게 제일 잘 어울리는 글 소재를 찾는 거죠. '글 소재'를 각기 다른 '섹터'로 생각하는 거죠. 만일 '에세이''요리', '거시경제', '브랜드'같은 글을 쓰고 싶다? 그냥 모두 쓰세요. 그리고 가장 반응이 좋은 글 순서대로 비중을 늘리는 겁니다. 중요한 건 목적 '내 관점을 어떻게 전할까?'에 대해 고민하는 거죠. 어떻게 보면 포트폴리오 관점으로 생각하는 겁니다. 특히 이제 막 브런치에서 글을 쓰시는 분들에게 이 전략이 매우 유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글을 판단하는 지표 등을 조회수, 구독자수, 공유 수로 각각 정해 글을 최대한 다변화하는 겁니다.
퓨어 알파 오버레이 전략을 사용할 시에는 두 가지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내 ’ 글’을 판단하는 지표 설정. 두 번째는 일정기간의 데이터 정리입니다. 내 글의 지표를 명료하게 설정하면, 조회수에 대한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공유를 지표로 두면 공유를 염두에 두고 글을 쓰기 때문에 글이 추구하는 방향도 명료해집니다. 만일 '조회수'를 글을 판단하는 최우선 순위에 둔다면 ‘정보’를 전하는 글이 될지, ‘감성’을 전하는 글이 될지. 그 구분이 명료해집니다.
저 같은 경우 처음 '도쿄 여행 에세이'는 반응이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하네다 공항 이용법'에 관한 글이 다음 메인에 노출되면서 조회수가 엄청 올랐죠. 그 후, [도쿄 여행정보]와 [도쿄 여행 에세이]를 2대 1 정도로 나누어 포스팅했습니다. 같은 '도쿄'라도 '여행'과 '에세이'로 섹터를 나눈 거죠. 이 과정에서 '공간'에 대한 글을 '섹터'로 분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시 퓨어 알파 오버레이로 돌아오죠. 그렇다면? 이러한 전제사항에 따라서 에세이를 계속 끌고 갈지 아닐지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제 구독자분들은 아실 텐데요. 저는 에세이 글이 거의 없습니다. '에세이'글에 대한 데이터가 매우 참혹하기 때문이죠. 또한 '공간'에 대한 '분석'적인 글이 많은 제 브런치에서 자칫 '에세이'는 관점을 흐릴 수가 있을 테니까요. 그렇다고 제가 '에세이를 무조건 쓰지 않는다'라고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데이터는 언제나 '과거'의 것이라서 얼마든지 변할 수 있으니까요.
두 번째는 매주 데이터 정리인데요. 브런치는 <head>에 GA코드를 비롯한 추적할 수 있는 코드를 입력할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이 데이터를 직접 모아야 합니다. 보다 편하게 한다면 브런치 북을 이용하면 됩니다. 하지만 브런치 북은 10개가 기본이며. 브런치 북을 만들면, 기존 글 데이터는 일시적으로 리셋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주일 동안 가설을 세우고 그에 따라 계속 자신의 글을 검증해야 합니다. 이 과정 속에서 자신만의 글감과 소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저는 이걸 2년간 매주 했습니다. 이 과정을 하다 보면 구독자가 감소할 수도 있습니다.
종종 제 몇몇 글들은 쓰다가 만 글도 있습니다. 혹은 후속 글이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예 글을 내린 경우도 있죠. 대표적인 예가 '교토와 도쿄의 패키지 디자인'에 관한 글이었는데요. 포스팅할 때마다 구독자수가 떨어져서 아예 글을 내렸습니다. [그 당시에는 제 우선순위 지표는 구독자수였습니다.] 동시에 이 글에서 지속적으로 할만한 데이터를 찾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퓨어 알파 오버레이 전략을 사용하면 '감정'이 지나치게 글에 '개입'하는 걸 막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위에서 적은 내용은 개인마다 다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건 직접 해보셔야 할 겁니다.
3.’ 경험’을 기반으로 하면 '기준'이 생깁니다.
제 글은 기본적으로 ‘공간’에 관한 글들이 많습니다. 제가 직접 가본 공간들에 대한 글 말이죠. 특히 도쿄, 서울, 교토 글은 모두 제가 직접 방문한 곳이죠. 반면에 '최적화의 시간'은 제가 삶에서 경험하는 일상에서 느낀 것들을 뽑아낸 글이죠. [특히 몇몇 글은 제가 기업 리서치하는 과정에서 나온 글도 있습니다.]
제 브런치 북도 주로 공간,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이 세 가지를 엮은 글이 대부분입니다. 특히 이번에 당선된 브런치 북인 [브랜드와 사람이 만들어가는 공간]에 사용된 사진은 대부분 제가 직접 찍은 사진입니다. 이 말은 ‘경험’을 근간으로 하는 경우 글에 더 '선명함'을 더 넣을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선명함’을 넣는다는 말은 구체적으로 자신의 관점을 글에 넣을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경험을 근간으로 글을 쓰면 어느 순간 자신이 가장 잘 쓰는 분야와 약한 분야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저 같은 경우 미술사를 전공한 덕분에 글에서 건축, 미술, 미학, 미감에 관한 서술이 편합니다. 또한 경영학을 복수로 하면서 재무와 경제학도 배웠기 때문에 재무제표를 보는 일도 수월한 편입니다. 또한 장사를 하면서 공사도 해보았고요. 뿐만 아니라, 저는 '분석'을 매우 좋아하는 사람이다 보니, 글 안에서 분석이 강합니다. 아마도 제 브런치 구독자분들은 잘 아실 겁니다. 제 많은 글들은 대체로 재무제표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예를 들어 최근 애플에 관한 글을 쓸 때는 4년 치 애플 분기보고서를 다 보았고요. 무인양품 글을 쓸 때는 무인양품 재무제표와 경쟁사 재무상태와 주가 추이까지 봅니다. 일본 경제산업성에 들어가서 자료도 봅니다. 제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글을 쓰는 과정에서 익힌 자연스러움입니다. 그렇다고 저처럼 하라는 게 아닙니다. 글을 쓰다 보면 분명히 자신이 강한 '분야'가 무엇인지 어느 시점부터 알게 됩니다. 만일 브런치 메일에 글이 오르거나, 다음 홈페이지, 카카오톡에 노출되어 조회수가 급속하게 올라간다면요? 그 글의 소재, 글 서술방식, 사진 방식, 글자 수, 문단 개수 등을 분석하세요. 그리고 그걸 기준으로 4,5개 글을 테스트해보세요. 조금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까지 적은 3가지의 내용은 누군가에게는 맞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글쓰기에 정답은 없으니까요. 다만 처음 제가 적은 대로 위의 글은 제 경험에 근거한 내용입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제 생각이 브런치에 글을 쓰는 모든 분들에게 도움이 되면 전 그걸로 충분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