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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향 Feb 01. 2023

내가 고집하고 있는 영어 인풋 방법

영어 전문가가 아닌 ,이제 중급자가 된 나의 영어 공부 기록


금방 2편을 가지고 오려고 했더니 갑자기 자원봉사 지원에 대한 답장이 와서 바빠져 버렸다. 일단은 한 달을 기다린 결과니 기분은 좋은데 막상 눈앞에 오리엔테이션 피피티를 마주하고 환자를 대하는 마음가짐을 얘기하는 동영상 교육 자료를 보고 있으려니 막막하기만 하다. “May I help you?”라면서 나서야 하는 입장이 되는 것이 무섭기만 해서, ‘제발 힘들어도 좋으니 사전 교육 빡세게 부탁드립니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2편에서는 내가 4개월간 어떤 방식의 영어 공부를 고집하고 있는지 정리를 해볼까 한다. 미리 말하지만, 나는 이제야 간당간당 B2 레벨의 회화 가능자이다. 내 바운더리 내에 있는 것은 나름 준비 없이 얘기할 수 있으며 직접적 경험이 없는 분야이더라도 대화 흐름을 파악하면 어느 정도 대화에 참여할 수가 있다.


차고 넘치는 게 영어 괴물들의 알짜배기 따라잡기 강의이건만, 이렇게 글을 쓰게 된 이유는 내가 초중급에서 중급으로 올라온 시기를 기념하기 위함이다. 나중에 이 글을 돌아보면 아마 전부 지워버리고 싶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일단 변화에 대한 것은 다음 편에 쓸 것이고, 오늘은 간단히 내가 영어 공부 스케줄을 짜며 신경을 쓰고 있는 것만 적어보려 한다.


본문에 들어가기 앞서, 나도 아직 갈 길이 먼 학습자라 글이 두서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잘 전달될까 걱정이 드는데 내 머릿속 정리도 할 겸 최선을 다해 보도록 할 것이다.




 m_rags, 출처 Unsplash


1. 인풋


일단 내가 이해한 ‘인풋’이란 영어뇌를 만드는 과정이다. 영어식으로 사고한다는 게 이상하게만 느껴졌었는데, 이제는 약간 감이 잡힐 것 같다. 나는 ‘인풋’을 머릿속에 영어 책장을 따로 만드는 과정이라고 하고 싶다. 중요한 것은 그냥 듣고 읽는 양만 중요한 게 아니라 인식하고 소화해서 영어 책장에 차곡차곡 정리해서 넣을 수 있도록 인식을 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넷플릭스로 영어권 드라마를 온종일 봐도 영어가 튀어나오지 않는 이유는 우리말 자막을 읽으며 우리말로 인식해서 듣고 있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문법적 지식만 쌓는다고 아웃풋으로 나오는 게 아니고, 영어 표현을 많이 외운다고 대화가 유창해지지 않는다. 그랬으면 우린 이미 수능을 볼 때쯤 영어를 유창하게 했어야 하겠다.


1. 문법

2. 영단어

3. 리딩/의미 단위로 문장을 인식하기

4. 아이디어 채우기


나는 위의 네 가지를 신경 쓰면서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 일단 문법은 매일 하고 있진 않고 초반에 한 달 정도 잡고 현재형, 진행형, 과거형, 미래형, 진행형, 완료형, 셀 수 있는 것, 없는 것, 전치사 등등 기본 문법을 싹 훑었다. 마침 사용하고 있던 리얼클래스 라이브 강의에 티나쌤의 문법 강의를 다시 보기 할 수 있어서 따로 강의를 사지 않고 해결할 수 있었다. 문법을 너무 깊이 들어가지 않더라도 초반에는 티나쌤 강의로 충분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한 번씩 ‘내가 너무 두서없이 말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의미는 전달이 되지만,


문장을 이렇게 써놔도 알아듣잖아

이렇게 문장을 써놔도 알아듣잖아

이렇게 써놔도 문장을 알아듣잖아

이렇게 써놔도 알아듣잖아 문장을


이러한 느낌이 든다고 할까… 아무튼 처음 한 달 공부하고 뜸했다가 캐나다에 와서 다시 문법에 목말랐을 때 다시 문법책을 찾았다. 개인적으로 아래의 책 매우 추천.

(캐나다 도서관에서 빌릴 수 있는 올인원 영어 가이드북)


실용문법 강의로 기틀을 잡아놓고(뇌 속에 영어 책장을 세워가며), 그 뒤로는 리딩을 했다. 원래 목적은 영단어를 외우는 거였는데, 당장 간단한 것도 말하기 버벅대면서 아이엘츠 영단어장으로 아카데믹한 단어를 외우고 있자니 이게 뭐가 중요한 건가 싶긴 했다. 하지만 영단어장 두 권을 끝내면서 단어 공부 이상으로 예문 공부에 의미를 둬야 하는 것을 깨달았다. 낯선 문장 구조에 줄을 치면서 앞전의 실용문법 강의에서 배운 시제와 전치사, 문장 형태를 하나하나 뜯어봤다. 그리고 반복에 반복, 그러자 점점 영어로 된 문장을 읽는 것이 익숙해졌다.



영단어는 조금씩 계속하고 있다. 그리고 느리더라도 복습이 계속되게끔 계획을 잡으려고 노력한다. 지금은 Julie 선생님과 영단어를 공부하고 있는데, 진작 영어로 된 뜻풀이를 통해 공부를 해볼 것을 후회하고 있다. 영문 뜻풀이로 영단어를 공부하는 것의 가장 큰 장점은 ‘영어로 설명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Security라는 단어를 배우고서 실생활에서 쓰려다가 기억을 못 하더라도 그 뜻을 safe from attack(harm or damage)라고 배워놓으면 둘러말할 방법을 알게 된다. 영어로 영단어를 배우는 것도 늘 좋다고만 들어왔지만, 막상 해보니 더욱 좋았다.(내 20년 인생 돌려내)


julie-mcmann.mykajabi.com


3번의 의미 단위로 문장을 인식한다는 것은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우리말로 따지자면 ‘띄어쓰기를 인식한다’와 같게 쓰여도 되지 않을까 싶다. 영어는 단어마다 모두 띄어쓰기를 하는 대신 chunk라는 의미 분절이 있다. 언어 교환을 하는 상대방한테 물어보니, 문장을 읽을 때 호흡을 어디에 주느냐에 따라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라는 이상한 뉘앙스의 문장이 되어버린다고 한다.


3개월 동안 약 20번의 책 읽기 녹음을 해왔다. *일주일에 약 2번씩 녹음을 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처음에는 발음이나 확인하려고 시작했던 것인데 하다 보니 문장을 더 매끄럽게 읽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책의 레벨을 올렸음에도 (영어 학습자를 위한 책이라 추천 레벨이 적혀 있음) 더 편하게 이해를 하기 시작했다. 아마 의미 분절 단위를 통으로 인식하는 훈련이 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실은 한 일주일 매일 하다가 잊고 이삼 주 지나서 또 매일 하다가 잊어버리는 반복이었다. 지금은 변화를 느끼고 재미가 붙어서 하루에 5~10분 꾸준히 하고 있다.)


Meg tried to forget what she’d heard, but could not.


위의 문장을 읽을 때 3달 전에는 거의 단어마다 강세가 들어갔다. 초등학생에게 자기소개를 하면 “안녕하세요/ 저는/ 3학년/ 1반/ 김땡땡/입니다!“라고 답하는 것을 상상하면 되겠다. 3달이 지난 지금은 안토네이션이 들어가기 시작했고, 의미 분절을 적절히 끊어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서 조금 더 자연스럽게 읽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제까지는 영어의 골격을 세우는 과정이었다면 4번의 인풋 ‘아이디어 채우기’는 말 그대로 책장에 책을 채우는 과정이다. 쉽게는 마인드맵 과정이라고 해도 의미가 상통할 것 같다. ‘오, 이건 이렇게 표현하는구나, 오, 이건 이렇게 답할 수 있구나, 오와 이건 이렇게 질문하는 거구나, 이게 이렇게 들리는구나’를 인식하는 과정이었는데, 나는 주로 쉐도잉과 인스타 릴스를 통해서 해왔다. 인스타그램에 영어상황 릴스를 올려주는 영어 선생님을 대략 10명 이상만 팔로우를 해놔도 영어 학습 영상이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뜨게 되어 도움이 된다.(물론 영상 하나 슬쩍 보고 유머 페이지를 몇 시간씩 보는 것은 말 안 해도 손해다.)


드라마로 쉐도잉할 때에는 1. 상황과 대사를 완벽히 이해하고, 2. 자막을 읽으면서 듣고 넘어가는 게 아닌 최대한 귀를 열고 하나하나 정확하게 들려야 ‘들린다’라고 할 수 있는 거고, 3. 30분 정도 되는 장면을 어느 정도 따라 말할 수 있게 되면, 4. 이제 장면을 보지 않고 소리만 켜두면서 이동시간이나 쉬는 시간 동안 같은 장면을 반복하며 쉐도잉을 해본다. 그러면 3일 정도 들으면 아예 장면이 통으로 암기가 되는데 이 과정 중에 얻을 수 있는 것은 단순히 문장 한두 개가 아닌 ‘해당 상황’에서의 경험이다. 어떻게 공유해야 할지 막막한데… 예를 들어 아래의 장면을 연습했다 치면,


S: Shut up, Mrs Hudson.

H: I haven’t said a word.

S: You’re formulating a question, it’s physically painful watching you think.

H: I thought it was you playing.

S: It was me playing. I am composing.

H: Your were dancing.

S: I was road-testing.

H: You what?

S: Why are you here?

H: I’m bringing you your morning tea. You’re not usually awake.

S: You bring me tea in the morning?

H: Well, where do you think it came from?

S: I don’t know. I just thought it sort of happened.


내가 무엇을 했었다. 무엇을 하고 있다. 무엇을 가져왔다. 너는 보통 이렇다~ 이렇지 않다. 어디서 왔다. 그냥 생긴 일이다. 위와 같은 구조의 문장을 연습할 수가 있다. 영상을 계속해서 반복하면서 일치하는 대사를 똑같은 타이밍에 말하다 보면 그 상황이 내 머릿속에 각인이 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누군가에게 ‘네가 매일 그런 거야?’라고 말하거나 ‘그건 일반적이지 않아’라고 대답하고 싶을 때 번뜩 드라마의 이 장면이 스쳐 지나간다(소리가 들릴 정도로 생생하게).


(나는 셜록 홈즈로 쉐도잉을 한다. 많이들 추천하는 프렌즈로 하지 않은 이유는 셜록보다 프렌즈의 대사 간 호흡이 더 빠르다고 느꼈고, 무엇보다 계속 보면 흥미가 떨어졌다.)


일상 대화는 드라마만 쉐도잉을 해도 변화가 바로 느껴진다. 하지만 시험 영어나 길게 생각을 정리해서 말해야 하는 경우를 보충해 주지는 못했다. 그러다가 같은 쉐도잉 앱(리얼 클래스)에 나와있는 CNN 강의 목록을 보다가 미루던 CNN 공부를 해보게 되었다.



역시 손글씨가 편해서 종이에 표현법 위주로 정리하다가 뉴스 내용이 내 흥미와 부합할 때는 아래와 같이 내용 정리도 해봤다. 주식, 집세, 플라스틱 환경오염, Z세대, 인플레이션 다양한 주제를 건드려주니 영어로 낯선 주제를 생각해 보는 기회도 되었다. 회화 수업 때 이렇게 적어둔 ‘아이디어 소스‘ 노트를 옆에 두었다가 관련 주제가 나오면 바로 해당 페이지를 피고 얘기할 거리를 확보해서 바로바로 써먹는다. 그렇게 여러 번 건드려진 주제와 표현은 점차 내 것이 된다.



언제나 말이 많은 나는, 오늘도 ‘간략하게’ 정리하겠다던 목표를 저버리고 장문의 글을 써냈다. 아직 경험이 많지 않고 나날이 깨달아가는 것들을 쓰고 있으려니 한 단어로 깔끔하게 정리하는 법을 모르겠다. 써둔 글을 다시 읽으면 정말 ‘날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일일이 고치려 들었다간 일주일에 글 하나 올리기도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단 올려버리기로 했다.


다음에는 아웃풋 얘기를 꺼내봐야겠다.




나의 인풋 방법 세 줄 요약


1. 매일 영어 책을 읽고 녹음한다.(버벅거려도 좋고, ‘이게 뭔 소리야’ 이러면서 다시 되돌아가 읽어도 좋음)

2. 문법과 영단어가 내 머릿속 영어도서관의 책장 역할을 해준다.

3. 다양한 주제를 영어로 접하며 영어로 된 아이디어를 늘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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