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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루다 Dec 02. 2023

문제 없음

해결 방법은 다양하다

 “내 머리카락이 쑥쑥!!! 자라서 우주까지 닿았으면 좋겠어!”

밤톨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양팔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려 하늘 위로 쭉쭉 뻗어내는 시늉을 한다.

“왜?”

의아했다. 왜 머리카락이 그 정도로 자라길 바라는 걸까. 도무지 예측할 수 없는 난제에 맞닥뜨렸을 때쯤, 밤톨이의 목소리가 명쾌하게 울렸다.

“아빠가 내 머리 못 감기게 하려고.”     


 아이의 목욕 담당은 남편이다. 둘이 들어간 욕실 문밖으로는 두런두런 대화 소리와 간헐적인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제법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듯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으아아아~~~!’하는 아이의 울음소리가 터져 나오면 야단법석이 시작된다. 머리를 감다가 눈에 물이 들어간 것이다. 눈에 물이 들어간 아이는 비명을 지르며 발을 동동 구른다. 눈을 뜨지 못하고 꾹 감은 채 눈가의 물을 닦을 수건을 내놓으라 손을 뻗고 오만상을 쓴다. 아직 머리카락에 묻은 거품을 다 제거하지 못한 상태인데, 다시 머리에 물을 뿌리기란 여간 쉬운게 아니다. 이런 일이 종종 반복되니, 밤톨이는 생각했을 거다. ‘머리를 안 감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밤톨이는 작은 머리로 나름 굉장한 계획을 세웠다. 일단 머리카락이 우주에 닿을 만큼 길게 기른다. 아빠와 목욕을 하러 가면, 아빠는 밤톨이의 우주까지 닿은 긴 머리카락을 보고 입을 크게 벌려 화들짝 놀랄 거다. 이걸 어떻게 감기지? 라고 생각하겠지만, 아빠는 어쨌든 머리는 감겨야 하니 일단 시도를 한다. 머리카락에 물을 뿌리고 길고 긴 머리에 샴푸를 하다가, 끝이 나지 않는 머리카락을 보고 울고 싶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머리를 감기지 않으면 엄마에게 혼이 날 수도 있을 테니 꾹 참고 손끝을 세워 보글보글 거품을 내어본다. 팔이 아파오지만, 아직 욕실 천장 높이의 머리카락뿐이 못 감았다. 아빠는 좌절하며 머리 감기기를 포기한다. 야호~! 이제 머리를 감지 않아도 되니 물이 눈에 들어가는 일을 없을 테다!      


 우리는 어떠한 문제에 직면했을 때, 주로 두 가지 형태로 대응한다. 문제를 마주 보고 해결해 나가거나, 문제로부터 등을 돌리고 회피하거나. 나는 주로 일단은 회피하는 방향을 택한다. 하지만 그러지 않아도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는걸 밤톨이를 통해 배우게 되었다. 스트레스를 받으며 직면하거나 회피하지 않고, 상대를 포기하게 만드는 방법. 문제가 절대 문제가 아니게 만드는 방법 말이다.     


 그렇다면 나도 원대한 계획을 하나 세워본다. 먼저 그가 좋아하는 간식을 종류별로 종이에 적어본다. 집 앞 마트에 가서 눈에 띄면 배가 불러도 먹을 수밖에 없는 최애 간식들을 구매 후, 찬장에 가득 채워둔다. 그의 입이 잔소리를 쏟아낼 타이밍에 간식의 포장을 최대한 부스럭거리며 재빨리 뜯어내 하나씩 입에 물려준다. 그는 잔뜩 불만을 품은 마음을 금세 잊고 먹는데 집중할 것이다. 잔소리 막기 필살기는 이렇게 완성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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