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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대 아들과의 대화에서 배운 AI 소통법

동반자

by freetime

"아 왜?" 속에 담긴 인간의 본성

아들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돌아오는 대답이 있다.


"응"이 아니라, "아~~ 왜?"


이 짧은 반응 속에는 놀라울 만큼 많은 것들이 압축되어 있다. "아"에는 짜증과 함께 '왜 내가 해야 하나'라는 저항이 담겨 있고, "왜"에는 '이걸 꼭 해야 하나? 안 하면 안 되나? 아니면 네가 안 시키고 네가 해도 되지 않을까?'라는 질문들이 들어있다.


협업자로: 관점의 전환

나는 접근 방식을 바꿨다. 중학생이 된 아들을 나와 함께 일하는 조력자이자 협업자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제 나는 그를 설득해야 한다. 왜 이 일이 필요한지, 왜 그가 이것을 해야 하는지, 이것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단순한 "해라"가 아니라, "이래서 필요해, 같이 하자"로 바뀐 것이다.


이 과정은 생각보다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다. 상대를 설득하기 위한 대화 방식을 배웠고, 논리를 구성하는 힘이 길러졌으며, 진정한 설득력이 무엇인지 체득하게 되었다.


AI와의 관계에서 발견한 평행이론

흥미롭게도, 이 경험은 AI와의 상호작용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많은 사람들이 AI를 단순한 도구로, 명령을 수행하는 머슴처럼 대한다. "이거 해줘", "저거 만들어줘"라는 식의 일방적 지시. 하지만 이런 접근은 AI가 가진 진정한 잠재력을 끌어내지 못한다.


AI를 동반자로 간주할 때,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내가 아들을 설득하듯, AI에게도 맥락을 제공하고, 목적을 설명하고, 기대하는 결과를 명확히 해야 한다. "보고서를 써줘"가 아니라, "이런 배경에서, 이런 목적으로, 이런 독자를 위한 보고서가 필요해. 함께 만들어보자"라는 방식으로.


설득의 기술이 만드는 차이

아들과의 대화에서 배운 교훈:

- 맥락 공유: 왜 이 일이 중요한지 설명한다

- 가치 설명: 이것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전달한다

- 존중 표현: 상대를 협업자로 인정한다

- 피드백 교환: 일방향이 아닌 쌍방향 소통을 한다


이는 AI와의 대화에도 놀랍도록 잘 작동한다. 단순 명령보다 맥락이 있는 요청이, 일회성 지시보다 반복적 대화가, 결과만 요구하기보다 과정을 함께 논의하는 것이 훨씬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다.


동반자 관계가 만드는 성장

"아 왜?"라고 묻는 십 대 아들 덕분에, 나는 더 나은 소통자가 되었다. 그리고 이 능력은 AI 시대를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역량이 되었다.


아들을, 그리고 AI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얻어지는 결과는 천지 차이다. 명령하고 복종을 기대하면 최소한의 결과를 얻지만, 설득하고 협업하면 예상을 뛰어넘는 시너지가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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