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과 정시로 몰리는 아이들.
논술과 정시러.
내신을 망치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나는 정시러야'라고 주장하지만, 사실 이것은 선택이 아니다. 이 아이들은 논술과 정시전형으로 강제로 떠밀리게 되었던 것이다.
누누이 말하자면 현역은 수시로 대학을 가는 것이 가장 쉬운 길이다. 정시로 가게 되면 수많은 재수 N수생과 끝없는 경쟁을 하게 된다. 그러므로 현역은 끝까지 내신의 손을 놓으면 안 되며, 어차피 내신을 놔 버리는 순간 내신은 더 내려가며 수능성적도 제대로 나올 수가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재수를 해도 최저만 맞추면 되는 수시 재수러가 성공할 확률이 더 높으니 신중의 신은 내신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고1 첫 학기 내신을 받고 충격을 받은 그녀는 '엄마 난 정시러야'라고 외쳤다.
자연스럽게 논술과 정시를 준비하였고, 첫해는 처참한 수능성적으로 6논술 최저를 다 못 맞추고 광탈,
재수 때는 6논술 중 4논술 최저를 맞추고도 다 광탈.
겪어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수시 6광탈을 하게 되면 멘붕이 온다. 그 멘붕을 무어라 정확히 설명할 수 없는데 처참한 느낌? 나를 둘러싸고 있던 거대한 세계관이 무너지는 느낌? 아무튼 제대로 묘사할 수 없는 큰 충격이 온다.
그 충격으로 '정시에는 세 개를 꼭 다 붙이고 그중 선택을 하고 말 거야!' 하는 이상한 세계관이 생긴다.
아무래도 재수인 데다가 논술까지 6 광탈을 하고 나면 심히 소심해지며 안정하향지원을 하게 된다. 웬만한 멘탈이 아니면 어쩔 수 없이 의식의 흐름대로 결국 그렇게 된다. 삼수를 하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실제로 2개를 최초합 무지 높은 성적으로 붙이고 아이한테 아직까지도 엄마가 원서영역을 망쳐 놓았다고 이렇게 원서를 쓰면 어떡하냐고 원망을 듣고 있다. 그렇게 아이 눈높이에 안 맞는 대학을 간 아이는 삼반수러가 되었다.
어마어마한 경쟁률에 누가 논술은 운이라는데, 지나고 보니 그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논술은 일단 경쟁률이 수십대 일은 기본이다. 그러니 우선 최저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최저를 못 맞춘 경쟁자들이 떨어져 나가도 수십대 일의 경쟁률에서 반만 줄 뿐이다. 허수들이 떨어져 나가고 나면 본격 논술 대결이 펼쳐진다.
그중에 내가 선택될 것 같은가? 물론 무지막지한 경쟁률에도 언제나 승리하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수험생은 본인이 정시까지 갈 수 있음을 각오하고 수능성적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데에 집중하여야 한다.
그녀의 친구 중 재수로 논술을 붙은 아이들을 살펴보니, 실제로 첫해 어느 곳이든 논술로 붙은 경력이 있는 아이들이었다.
논술을 운으로 치부하지 말아라. 논술은 실력이다.
아이는 정시 추가 합격으로 대학을 가겠다고 지금부터 벼르고 있다. 작년 최초합 그것도 아주 높은 성적으로 2개를 다 붙여 아이에게 욕을 바가지로 먹은 나는 올해는 원서영역에는 전혀 관여를 안 할 예정이다. 논술을 쓰든지 말든지 어디를 쓰든 간에 맘대로 해 보라고 할 작정이다.
그러나 이것은 올해는 삼반수이고 나름 일 학기 다니던 학교가 있기 때문에 생긴 여유이다. 한마디로 믿을 만한 구석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돌아갈 곳이 없는 정시 수험생이라면 이 말을 꼭 해주고 싶다. 아깝다 생각 말고 어디든 최초합으로 한 곳을 꼭 붙여 놓아라. 추가합격 노리다가 다 광탈하는 수도 있다.
그런데 **대 논술 시 필통 안 가져간 거는 너무한 거 아니니? 어떻게 군인이 총을 안 가져가니?
난 참 그녀를 이해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