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교육 기관으로서의 대학의 소명은 종결되었다
저는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일을 경험했습니다. 영어강사로 근무했으며, 세 곳의 기업에서 해외영업을 담당했습니다. 또한 강남과 명동의 피부과·성형외과에서 해외 고객을 응대하는 마케터 및 코디네이터로도 일했습니다. 즉, 사무직과 서비스직을 모두 경험한 셈입니다.
이 과정에서 제가 절실히 깨달은 점이 있습니다. 바로 대다수의 문과 직무는 굳이 대학 졸업장이 없어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실제로 영업·마케팅 업무의 본질은 해외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correspondence)과 내부 부서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일입니다. 여기에 원가 회계, 협상력, 제품 이해도가 더해지지만, 이를 위해 석·박사 학위나 특정 전공이 필수적인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가장 중요한 것은 ‘배우려는 태도’와 실무 경험을 통한 성장 의지입니다. 이는 현장에서 만난 수많은 업계 종사자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바이기도 합니다.
학습 의지와 업무 경험은 대학이라는 제도 밖에서도 충분히 얻을 수 있는 자질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굳이 대학에 진학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 그것이 왜 불가능해야 하는가?”
진정한 학벌·학력 없는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대학 진학이 곧 사회경제적 성공의 상징이라는 낡은 인식을 버려야 합니다.
일본의 선진적인 직업교육 모델은 우리가 배울 점이 많습니다. 일본은 2년제 전문대학이나 직업학교의 진학률이 한국보다 높으며, 이에 대해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인식과 직업교육에 대한 존중 문화가 뿌리내려 있습니다. 이는 ‘직업교육’이 사회적으로 존중받는 풍토를 보여줍니다.
다수의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대학원 과정을 설립해, 현업 중심의 인재 양성에 힘쓰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AI(인공지능)의 도래는 ‘비(非)대학적 학습’의 가능성을 한층 넓히고 있습니다.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모두가 AI 튜터를 가져야 한다”면서, AI로 인해 “거의 모든 분야의 지식에 대한 이해의 장벽이 낮아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제 교육은 소수 엘리트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기술과 시스템의 발전을 통해, 누구나 원하는 시점에 필요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AI를 통한 기술 혁신, 직업학교 및 전문대학의 확대, 사내 대학원의 활성화를 통해 진정한 의미의 ‘학벌 없는 사회’를 구현해야 합니다. 단순한 직업교육 기관으로서의 대학은 이미 그 시대적 소명을 다했습니다.
이제는 ‘학력’이 아닌 ‘능력’으로 평가받는 사회, 그리고 대학이 아닌 일터가 곧 배움의 현장이 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