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부순 자리에서 우리가 일어선다

정릉골·신월곡 1구역 재개발 간담회 참관기

by 에밀리


11월 11일, 고대문화 주최 “정릉골·신월곡 1구역 재개발 간담회”에 참석했습니다. 패널로는 김우권 위원장(정릉골 주거세입자대책위원회), 초달(미아리연대 운영진), 신희철 노동당 위원장이 함께했습니다. 서울 각지—성북, 목동 등—에서 이어진 재개발과 연대의 역사를 돌아볼 수 있었던 뜻깊은 자리였습니다. 동시에 지금 이 순간에도 재개발로 삶의 터전을 잃고 있는 이들이 존재함을 다시금 절감했습니다. 이번 간담회는 그러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중요한 단초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패널의 발제가 인상적이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깊은 울림을 남긴 것은 신희철 위원장의 발제였습니다. 그는 격동의 1990년대, 성북구 전농3동과 청량1동 등 여러 지역이 재개발 대상이 되었던 시기를 회상했습니다. 당시 수많은 고대생들이 주민들과 함께 연대에 나섰고, 단순히 시위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도움을 고민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 지역 아이들을 위한 ‘공부방’을 운영하며 공동체의 끈을 이어갔습니다.


신 위원장은 이어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의 한계를 지적했습니다. 돈암시장과 보문시장의 사례를 들어 설명했는데, 돈암시장은 특별법의 취지에도 불구하고 결국 전면 철거가 결정되었습니다. 반면 여러 차례의 시위와 연대 끝에 보문시장은 소상공인을 배려하는 방향으로 재건축이 추진되었다고 합니다. 주상복합아파트의 지하상가에 상인들이 입주할 수 있도록 제안했던 것입니다. 비록 여러 현실적 제약으로 이 계획이 실현되지는 못했지만, 그는 이 시도가 가지는 상징적 의미를 강조했습니다. 즉 ‘저비용·단기간’ 중심의 재건축에 대한 근본적 문제 제기였습니다.


한국의 근대화 시기부터 오늘날까지, 재개발 정책의 기조는 ‘저비용·단기간 추진’에 맞추어져 있었습니다. 이러한 정책은 경제지표상 성장과 발전을 이끌었을지 모르지만, 그 이면에는 수많은 사회경제적 약자의 희생이 존재했습니다. 이는 불평등의 심화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신 위원장은 기존 재개발 정책의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허름하더라도 수리하고, 공동체를 유지하는 재개발”을 대안으로 제시했습니다.

이번 간담회에 참석하며 저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1)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의 이야기가 결코 과거의 일로 끝난 것이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오늘날에도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절망 끝에 생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2) 재개발 정책의 방향 또한 다시 고민해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공동체 보전’에 중심을 두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한국은 ‘아파트 공화국’이라 불릴 만큼 아파트 중심의 재건축이 진행되어 왔습니다. 이러한 담론은 진영을 막론하고 비판 없이 수용되어 왔지만, 이제는 ‘축재의 수단’이 아닌 ‘삶의 터전으로서의 주거’에 대해 논의해야 할 때입니다.


(3) 무엇보다도 풀뿌리 민주주의와 연대의 중요성을 절감했습니다. 무리한 재개발의 그늘 아래 고통받는 사회경제적 약자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정치인들에게만 맡길 것이 아니라, 시민인 우리 스스로가 경각심을 가지고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이날 간담회는 단순한 행사 이상의 의미를 지녔습니다.
국가가 부순 자리에서, 우리가 다시 일어서는 연대의 시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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