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런 사람이야

고프먼의 연극적 자아이론으로 본 일터의 자기소개

by 에밀리

예전에 일터에서, 자신의 출신 대학(인서울 중하위권)과 통번역대학원 이력을 반복적으로 언급하던 직원을 본 적이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나 이런 사람이다”라는 메시지를 강조하는 모습이 조금은 의아했다.


고프만의 연극적 자아이론에 따르면, 일터라는 무대에서 중요한 것은 결국 ‘노동자’로서의 사회적 자아다. 그렇다면 그는 왜 굳이 학력과 이력을 반복적으로 드러냈을까. 단순한 학력 콤플렉스만으로 설명되지는 않는다고 느꼈다.


돌이켜보면, 그는 아마 원장과 정규직 강사진 사이에서 미묘한 무시를 경험했을지도 모르겠다. 강사 업계는 파트 강사를 구조적으로 차별하는 분위기가 여전히 남아 있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대화에 끼워주지 않고, ‘우리’와 ‘그들’을 분명히 나누는 문화가 존재한다.


노동 강도에 비해 보상도 충분하지 않다. 오래 근무한 이들은 과거의 열악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지금은 훨씬 나아졌다”고 말하지만, 이는 퇴직금·연월차·휴게시간·휴게공간 같은 기본적 권리의 포기를 오히려 ‘성공을 위한 필수 조건’처럼 포장하는 데 가깝다. 그 과정에서 문제 제기조차 결코 쉽지 않은 환경이 조성된다.


그래서 이제는 그 직원의 반복적인 자기소개가 다르게 느껴진다.

그것은 과시라기보다, 무대 위에서 갑자기 작아진 자아를 지키려는 최소한의 몸짓이었을지 모른다. 자신이 주변부로 밀려난다고 느낄 때, 사람은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의 위치를 확인받고 싶어한다.


누군가 일터에서 ‘나 이런 사람이야’라는 신호를 과하게 보낼 때, 우리는 그것을 단순한 자기자랑으로만 받아들이기보다, 그 뒤에 있는 불안과 결핍을 한 번쯤 떠올려 볼 수 있지 않을까.


그 작은 몸짓을 보며 연민의 감정을 가져보는 것.
그것이 우리가 서로를 조금 덜 소외시키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화, 목,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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