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데커

by 조 용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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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온종일 회색빛 하늘 아래서 비를 맞으며 생각한 것이 고작 날씨였다면 참 안타까운 여행이었을지도 모른다. 어쨌건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실소를 흘린 이유는, 그 부슬비 속 런던의 길거리를 수놓는 것이 다름 아닌 이층 버스라는 사실이었다. 마블 아치로 걸어가는 길목에서 본 가을 단풍과도 같은 버스 색감. 그리고 뮤지컬 홍보를 위해 붉게 칠하였다고 해도 믿었을, 내셔널 갤러리 앞을 배회하던 그 이 층의 버스까지. “나 런던이야.” 라며 그 흔한 전화 한 통 걸지 않았다. 귓등을 때리는 빗소리와 오래된 길바닥의 벽돌 내음, 같이 비를 피하던 노신사가 건네던 담배 한 개비로 충분해 보였다.


“저 빨간 버스 뭐라고 부릅니까?”

“더블-데커요.”


안개비 속으로 담배연기가 무겁게 산란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