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per on the bridge

by 조 용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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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시간쯤을 걸었을까, 아마 이름 모를 가게에서 점심에 함께 마신 맥주가 아니었다면

오들오들 떨고 있을지도 모른다.

필름도 갈고 껌도 씹었다.

빅벤은 공사 중이었고 치약은 역시 모국의 것이 좋다.

목 넘김이 매우 부드러웠던 그 스타우트 브랜드 이름을 기억해내려 애쓰고 있을 즈음, 저 멀리 안갯속으로

저 유명한 관람차가 보이기 시작하였다. 시간은 이미 저녁에 가까웠고 속도 허하여, 강가의 카페에서 빵에

커피나 한 잔 하고 귀가하려는 심산이었다. 암갈색의 템즈 강을 좀 더 가깝게 보기 위해 다리 중앙으로 향하자, 안개를 타고 그 익숙하고 또렷한-그리고 흔치 않은-악기 선율이 들려왔다. 웨스트민스터 다리에 킬트를 입은

백파이프 주자가 있었던 것이다. 그는 가끔 주먹 쥔 손을 들어 방향을 잡고 힘차게 행진하기도 했고, 시민들에게 가벼운 목례를 하거나, 때론 눈을 감고 연주에 몰입하였다. 바람이 제법 불었으나 이 악기 특유의

끊이지 않는 소리와 더불어 연주자의 강한 기세가 보는 이의 마음을 금세 달구었다.

새뮤얼 스미스였다. 그 맥주 브랜드 이름은. 이 군 불같은 뜨거운 연주에 맥주를 아니 마실 자 누구였겠는가.


*찬터(chanter)-선율을 위한 지공 또는 키를 가진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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