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햇빛 좋은 오후였고, 분수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야트막한 광장의 사자들은 따뜻하게 달구어져 그 검은빛을 한껏 내뿜고 있었다. 계단에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놀러 나온 가족들, 단체 견학 온 학생들과 연인들까지. 미술관 바로 앞마당에는 많은 예술가들이 운집해 있었다. 존 덴버 소울의 노래가 레퍼토리인 흰 수염의 기타리스트, 바닥에 분필을 이용해 대형 크로키를 하는 예술가, 퍼포먼스 아티스트 등 다양했다. 그중에서도 홀로 의자에 앉아 기타를 치는 청년이 유독 인기를 끌고 있었다.
그는 대담하게도 기타를 무릎에 얹고는 마치 가야금처럼, 때로는 북같이 사용하며 대단히 빠른 템포로 자신만의 연주를 하고 있었다. 언뜻 보면 현란한 기교라고 생각할 수 도 있었지만, 그 플롯은 매우 절제되어 있었다. 연주 중간 관객 한 번 바라보지 않고 온전히 자신과 기타에 집중한 그 모습과 독특한 멜로디에 사람들은 상당히 매료되어 보였다. 이를테면 완벽한 한 편의 연극을 보는 것처럼, 아무 말 없이 그 연주를 바라보다가는 마지막 음이 사라지자 이윽고 현실로 돌아왔음을 깨닫고 놀라워하며 힘차게 박수를 치는 것이었다. 청년의 연주를 좋아하는 많은 사람이 그러하리라 생각한다. 이를테면, 아는 것이지만 새로워서 좋다. 우리 안의 무언가를 다시 이끌어내어 준다. 전통적으로 강조되어 온 감정 말고, 자신도 몰랐던 내 안의 새로운 무언가가 샘솟아난다. 연주를 듣고는 돌아서면, 그대로 있던 분수의 물방울마저 다르게 보인다.
청년의 이름은 Joseph Gravil이라 하였다. 음악 활동은 또 다른 이름으로 하고 있었는데, 이 나라 스타일로 표현하자면 A.K.A mex.F.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