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스콘

by 조 용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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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호 스퀘어 가든스에서 남쪽으로 조금 걷다 보면, 파란색 어닝이 눈에 띄는 작은 베이커리가 보인다. 평일 오후의 그릭 스트리트, 가게 진열장 속으로 조용히 쏟아지는 햇빛을 타르트와 케이크의 크림이 옅은 호박색으로 반사하고 있었다. 외부에서 보면 언뜻 작아 보이지만, 안쪽으로는 나름 분리된 주방 공간이 있고, 좁다란 계단을 통해 이 층에서 차를 한 잔 할 수 있는 아기자기한 곳이다. 물론 가게 앞 테이블도 좋을만한 조용한 거리.

“어머, 거티. 일단 앉게 해드려야지. 자, 편하게 앉아요.”

이곳을 운영하고 있는 미셸이었다. 힘 있는 목소리에 빠르고 친절한 말투를 가진, 나이 지긋한 분인데, 오늘 날씨가 좋아서인지 그녀의 올리브색 블라우스와 순백의 에이프런이 더욱 잘 어울려 보였다. 스콘과 홍차를 주문하자 클래식하다며 미소 짓곤 안으로 잽싸게 사라지었다. 카메라를 내려놓고는 카운터 옆 테이블에 앉았다. 거티가 말하길 아마 저 거울은 창립 때부터 메종 베르토를 지켜온 물건 중 하나라고 하는데, 백사십여 년이 조금 넘었으니, 여기를 스친 이들의 순간이 수 만 번 넘게 담겨있으리라. 그 아래로 놓인 스콘 바구니, 딸기-라즈베리를 크림으로 장식한 타르트, 수수한 초콜릿 에클레어, 인심이 느껴지는 두툼한 크기의 크루아상까지. 진열장에 놓인 모든 제품이 이곳의 전통과 맛을 입증함에 틀림없는 자태였다.

“자, 여기. 맛있게 들어요. 클로디드 크림, 잼, 크림…….” 미셸은 직접 쟁반에 차와 스콘을 가져다주었다. 잼과 크림을 양껏 발라야 맛있다고 하였다. 간소하지만 참으로 인상적이고 재미있는 맛. 누구라도 이런 곳에서는 잠시 여유를 가지고 서로의 흥미로운 주제를 알아가고 싶어질 것이다. 버지니아 울프, 마르크스, 알렉산더 맥퀸이 [이 곳을 다녀간 이들]로서 하나의 카테고리가 되는 유쾌한 곳.


그러니까, 다들 맛있어서 온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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