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웠다. 십칠 세기 대표적 성당 중 하나인 세인트 폴의 남향에, 밀레니엄 사업을 통해 건축된 다리가 놓였다는 것이. 더욱이 차량은 지날 수 없고, 사람만 건널 수 있는 현수교라는 것이다.
밀레니엄 브릿지를 따라 퇴근 중인 런던 시민들과 관광객 사이를 천천히 걷다 보면, 현대 미술관인 테이트 모던으로 곧장 이어진다. 마치 수 세기를 도보로 관통해 볼 수 있는 접점이랄까. 이곳은 무려 버려져있던 화력발전소를 대형 미술관으로 재탄생시킨 멋진 이야기의 무대로, 지금은 수많은 사람이 찾는 곳이 되었다. 십 여분 정도 강변에 앉아서 다리를 바라보면, 그 지나는 사람의 수가 실로 엄청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로 옆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장이 지어진 천육백 년대 즈음에는 잉글랜드의 인구를 다 합쳐야 겨우 오백만이 넘었으나, 지금은 런던 인구만도 팔백만 명이 넘는 시대가 되었으니, 비약적인 성장이 아닐 수 없다. 하긴 인류는 불과 최근 몇 백 년 만에, 이 전 몇 세기에 해당하는 분량의 발전을 이루지 않았는가. 이 도시에 프레스코 된 수많은 역사적 건물 사이에 놓인 밀레니엄-대형 돔, 관람차, 미술관, 다리-들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렇다. 가히 밀레니엄이라 이름 붙일 만했다.
어느덧 시간이 늦었는지, 다리 위 사람들이 잘 보이지 않게 되었다. 테이트 모던의 높은 굴뚝 꼭대기 푸르스름한 조명이 등대마냥 켜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