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다

함께 걷는 법을 잊은 당신에게

by Freewinds

음악이 흐르는 밀롱가에서 사람들은 플로어 가장자리를 따라 반시계 방향으로 춤추며 움직입니다. 하지만 절대 앞 커플을 추월할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내 능력이 뛰어나고 파트너의 기술이 화려해도, 앞사람이 느리게 가면 나 역시 그 속도에 맞춰야 하죠. 이것이 바로 ‘론다(Ronda)’입니다.


탱고에서 론다는 단순한 이동 동선이 아닙니다. 이는 마치 사회라는 거대한 춤 속에서 서로의 간격을 헤아리면서 살아가는 지혜와 같습니다. 사람들은 반시계 방향으로 원을 그리며 움직입니다. 한 발 앞서 나가거나 뒤에서 흐름을 막는 행위는 예의에 어긋나죠. 각자가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면서도 전체의 흐름을 깨서는 안 됩니다. 탱고는 결국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완성되니까요.


론다는 밀롱가 안에서 춤추는 이들이 만들어내는 공동의 흐름입니다. 누군가 지시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원을 그리며 움직이고, 각 커플은 저마다의 속도로 전체 리듬을 읽습니다. 앞 커플과의 간격을 감지하고 뒤에서 오는 압력을 느끼며 자신만의 춤을 완성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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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고의 본질은 리더와 팔로워가 만드는 조화이지만, 론다 안에서는 개인의 돋보임을 위해서 전체의 흐름을 깨지 않는 함께함이 필요합니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앞 커플을 추월하거나 흐름을 방해하면 비난받습니다. 이 원리는 현실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혼자 앞서려 하거나 주변과 어긋나는 행동은 공동체를 해치고 자신을 고립시킬 뿐이니까요.


론다는 공동의 리듬에 몸을 맡기는 약속입니다. 플로어 위에 있는 사람들은 음악을 해석해서 자신의 춤으로 표현하지만, 묵시적인 규칙은 지킵니다. 빠른 이는 속도를 낮추고, 크게 움직이고 싶어도 공간을 살피면서 절제하지요. 이런 자발적인 조율이 모여 하나의 커다란 원형의 흐름, 즉 론다가 만들어집니다.


론다의 규칙은 단 하나, 흐름을 읽는 일입니다. 단순하지만 실천하기는 어렵죠. 론다 안에 있으려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나는 앞사람과 연결되어 있고, 나의 공간은 뒤 사람과 공유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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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탱고 디제이이자 탱고 춤꾼. 음악과 춤, 그리고 탱고와 함께하는 일상을 담아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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