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지지 않는 한마디
"환자분.. 별로 좋지않은 결과가 나왔네요. 지난번에 조직검사 하신게 악성으로 판명되었습니다."
"악성이요? 악성종양이면 암이라는 말씀이실까요?"
"네 유감입니다. 암이 맞습니다."
"아. 네"
"...근데....... 별로 놀라지 않으시네요"
"..... 글쎄요...... 뭐 살면서 하도 별일이 다있어서 ...... 진단서 한장만 발급 부탁드립니다."
41세 가을 회사근처 갑상선 외과 병원에서 오고갔던 대화이다.
그랬다. 41세에 갑상선 암을 진단받았고 큰 대학병원에서 재검사를 한 결과 림프절에 꽤나 전이가 되어있어서 갑상전 전절제 및 림프절을 5개이상 제거했던걸로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렇게 놀라지 않았던 이유는 이미 단련이 되어있었다고 해아할까.
'아내한테 또 뭐라고 이야기 하지'
그도 그럴것이 35세 거대 뇌동맥류 발견 , 수술 , 심각한 복사시 발생 , 38세에 협심증 진단 이런걸 먼저 겪어서 그런걸까. 갑상선 암이라는건 내 질병 인생에 그렇게 큰 이벤트가 아니었다.
보험영업을 11년째 하고있는 나에게 갑상선 암은 뇌혈관질환과 심혈관질환에 이은 마지막 퍼즐이 맞춰졌다고 해야할까.
지나고 나서야 웃으면서 이야기 한다고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기억을 더듬어봐도 큰 충격은 없었다.
"아.... 또야...."
이번엔 얼마나 쉬어야 할까. 얼마나 일을 못하게 될까.
생각이 꼬리를 물수록 평온했던 내면이 짜증으로 바뀌었다.
'진짜 일을 그만 두어야 하나'
이상했다.
첫번째 , 두번째 , 그리고 세번째
세번째야 이게 그냥 적응이 되어서 그렇다 쳐도 첫번째 두번째에 겨우 정신 붙잡고 의사에세 물어봤던건
"이유가 뭔가요?" 였다.
180cm 에 70킬로 후반에서 80킬로 초반을 유지하고
금연 15년차 , 음주 1달에 2회 (소주 1병) , 가끔 운동
이것만 보더라도 외부적인 이유는 찾을 수 없었다.
"딱히 이유는 없습니다. 있으면 스트레스 받지 않는게 중요하겠죠"
세번째에 의사에게 같은 이야기를 들었을때 나도 모르게 살짝 실소가 지어졌다
'그래. 그 이야기 왜 안나오나 했다. 그럼 그렇지'
일을 그만둘때가 온것 같다.
넘어지고 싶은데 드디어 내 건강이 발을 걸어주는구나
명분은 충분하다.
이제 진짜 관둬야겠다.
2021년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