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동안 곁에 있어줬던 고마운 너에게
마음 정리를 하고 싶어서 점심시간에 노트 한 권을 들고 홀로 나갔다가 너무 많은 생각들에 등 떠밀려 정작 꼭 하고 싶었던 녀석의 생각은 못 하고 왔다. 미처 정리되지 못한 마음이 내 안 어딘가 남아서 불편하게 짓눌렀다. 나는 가호가 떠난 것에 마음 아파하면서도, 정말 가호가 떠난 게 맞는지 의심하면서도, 내가 가호의 부재를 슬퍼할 자격이 있느냐고 비난했다.
엄마는 밤에 잠을 못 잤다. 나이가 들면서 기관지 협착증이 심해진 가호는 괴롭게 거위 우는소리를 내며 울었다. 밤이면 가호가 기침하는 소리가 더 커져서 엄마의 잠을 깨우곤 했다. 새로운 해를 맞이할 때마다 가호의 병은 심해졌다. 피부병을 간신히 버틴 가호는 또 눈이 안 보였고, 기침이 멈추지 않았고, 또 그 다음 해에는 걸음이 힘들었다. 매해 간신히 한 걸음을 떼고 바람을 쐬러 나갔다.
엄마 전화가 왔다. 가호가 우는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밤에 잘 잘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 하고. 가호가 누워 있던 빈자리가 계속 생각난다 하고. 가호랑 엄마랑 산책하던 밤을 추억하며 우린 같이 울었다. 16년 동안 함께 했던 생명의 부재는 그렇게 쉽고 빠르게 잊히지 않았다.
끝내 올해 봄을 보지 못하고 떠났네. 네가 있는 곳은 늘 봄이길. 더 이상 아프지 말기를. 환한 눈으로 아름다운 세상을 봐줘. 소중한 것들을 마음속 깊이 담아줘. 다음 생에는 꼭 사람으로 태어나서 더 오래, 행복하게 살아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