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찾은 신 09.
내가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인 ‘내가 만일(안치환)’은 이런 가사로 노래를 시작한다.
내가 만일 하늘이라면
그대 얼굴에 물들고 싶어
붉게 물든 저녁 저 노을처럼
나 그대 뺨에 물들고 싶어
사랑하는 사람에게 세상의 것을 빗대어 자신의 마음을 세심하고 아름다운 바람으로 꺼내어 보인다. 어디선가 문득 흘러 날아온 노랫자락에 함께 흥얼거리다 나도 문득 이 마음을 꺼내어 보고 싶어졌다. 내 마음에 생겨 난 주제는 신이 만일 하늘이라면.
오랜 날 신을 궁금해온 나는 나름의 답을 찾아 언제나 심사숙고했다. 신은 언제나 나의 가장 근처에 있어왔다는 것. 더욱이 신은 바로, 밤하늘의 무수한 별들과 낮 하늘의 드넓은 푸름 속에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
신이 만일 하늘이라면, 그래서 내가 늘 올려다보던 그 광활한 공간이 신의 무수한 모습 중 하나라면.
그댄 나를 떠받칠 거야.
그 끝을 알 수 없는 깊이로 모든 존재를 품어 안고, 우리에게 필요한 빛과 공기를 아낌없이 내어주는 신. 신이 세상을 지탱하는 근원적 에너지인 것처럼, 하늘은 우리 삶의 가장 기본적인 토대가 된다.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존재하고, 삶의 균형을 잡으며 든든하게 버티고 있다. 그래서 하늘은 마치 신을 닮았다.
그댄 한 순간도 같지 않을 거야.
맑고 푸른 하늘 뒤에는 먹구름이 몰려오고, 천둥과 번개를 내리치다가도 이내 찬란한 무지개를 띄우는 것처럼. 때로는 장엄한 노을로 하루를 마무리하고, 밤이 되면 수많은 별들로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는 하늘. 이 다채로운 변화는 신의 에너지와 닮아있는 게 아닐까. 그 모든 흐름과 경험의 원천이 신의 것이기에.
그댄 무한한 영감일 거야.
시인들은 하늘을 보며 노래했고, 화가들은 하늘의 색을 화폭에 담았으며, 과학자들은 하늘의 비밀을 풀기 위해 평생을 바쳤다. 하늘은 단순한 공간을 넘어, 인간의 상상력과 창의성을 자극하는 뮤즈 역할을 해왔다. 신 또한 우리에게 영혼의 울림과 깨달음을 주며, 더 높은 차원으로 나아갈 영감을 불어넣어 준다. 하늘의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이 우리에게 끊임없이 영감을 주듯, 신의 섭리 또한 우리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그댄 스스로 구하는 자를 구할 거야.
하늘을 올려다보아야만 하늘을 볼 수 있듯 신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신이라고 한들 존재의 자유의지를 꺾을 수는 없는 일. 그는 존재의 자유의지를 건드리는 법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가만히 앉아 신이 오기만을 기다릴 수 없다. 직접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고, 그 변화를 느끼고,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찾아야만 한다. 하늘은 그 자리에 늘 존재하지만, 그것을 인지하고 의미를 부여하고 함께 가는 것은 오롯이 우리의 몫이기에.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별을 헤아릴 때, 새벽 동틀 녘 푸른빛을 마주할 때, 푸른빛의 구름 가득한 하늘을 올려다볼 때, 우린 어쩌면 이미 신을 마주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신이 만일 하늘이라면, 그는 늘 우리의 안에서, 그리고 우리의 가장 가까운 주변에서 우리와 함께 하길 기다리는 건 아닐까.
비록 눈에 띄는 변화가 없고, 아무 징조가 없는 것처럼 보여도, 실은 그냥 그렇게, 단순하고도 기묘하게, 우리와 신의 인연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공간에서 이미 시작되어 있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