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2021년

by 달빛정원


작년 5월 그날은 아침부터 마음이 불안했다. 그날은 일을 하러 가는 날이었는데 일주일로 계획되었던 데크 공사가 열흘째 끝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보통은 공사기간 동안 아무 데도 나가지 않고 집에서 지켜본다. 이미 일주일 동안 양해를 구하고 일을 쉬었으므로 그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 공사가 끝나면 현관문을 잘 닫고 가라고 부탁하고 오후 네시에 서울로 출발했다.


양지 IC를 통과해 고속도로에 진입하는 순간 기분이 이상했다. 운전하면서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었다. 무엇인가 잘못된 것 같았다. 당장이라도 차를 돌려 집으로 가고 싶었다.


우리 집에서 고속도로를 통해 서울로 가는 길에는 터널이 두 개 있다. 고속도로에 진입하면 바로 터널이 나오는데 터널로 진입하자마자 숨이 막혔다. 다음 IC에서 빠져 집으로 돌아갈까 말까 망설이는 동안 두 번째 터널이 나왔다. 괜찮겠지 하는 생각으로 계속 운전을 했다. 이번에는 숨쉬기가 더 힘들어졌다. 터널이 점점 좁아졌다. 그곳에서 영원히 빠져나갈 수 없을 것 같았다. 눈물이 쏟아졌다. 입에서 운전을 할 수 없다는 말이 터져 나왔다. 그렇다고 차를 세울 수도 없는 상태였다. 눈물을 닦으며 어디서 차를 세워야 안전할지 생각했다. 이미 고속도로에서 나갈 방법이 없었다. 계속 직진할 것인지, 신갈에서 경부고속도로룰 탄 후에 휴게소로 들어갈 것인지 고민했다. 신갈을 지나 수원 쪽으로 가면 또 터널이 나온다는 생각이 났다. 경부고속도로를 선택했다. 터널을 빠져나와서도 길에 갇힌 기분이었다. 제일 바깥쪽 차선으로 옮겨 속도를 늦췄다. 숨은 거의 쉴 수 없는 상태였고 눈물 때문에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서울방향으로 운전하다 보니 휴게소가 보였다. 휴게소에 주차를 했다. 더 이상 운전을 할 자신이 없었다.


운전이 힘들어 일을 하러 갈 수 없다는 문자를 보냈다. 울면서 전화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무리 숨을 가라앉히려고 해도 진정이 되지 않았다.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나 죽전휴게소에 있는데 좀 데리러 와. 운전을 할 수가 없어.”

엉엉 우는 내 목소리에 남편은 많이 당황한 것 같았다. 금방 갈 테니 기다리라고 했다.

더 이상 차 안에 있고 싶지 않았지만 차에서 내릴 수도 없었다. 몸이 차에 붙은 것 같았다. 핸들을 주먹으로 치며 소리 내 울었다.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아무도 나를 차에서 구해줄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숨을 최대한 천천히 쉬어 보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손이 저리기 시작하더니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다 저려왔다. 남편은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걸까. 택시가 안 잡히는 걸까.


남편차가 휴게소에 들어서는 게 보였다. 차를 갖고 오다니. 무슨 생각이지? 나는 운전을 못하는데 내 차를 휴게소에 두고 갈건가?

남편이 운전석 쪽 문을 두드렸다. 문을 열며 내가 버럭 화를 냈다.

“차를 가지고 오면 어떡해! 운전 못한다고 했잖아!”

“나 내일 출근해야지.”

“택시 타고 가면 되잖아!”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탓이었을까 남편은 내 얼굴을 보고 많이 당황한 듯 보였다.

“우선 차에서 내려. 벤치에 앉아서 마음을 가라앉혀 보자.”


남편이 오니 차에서 내릴 수 있게 되었다. 화를 냈더니 숨쉬기도 한결 편해졌다. 휴게소 한쪽에 있는 공원 벤치에 앉아 천천히 숨을 쉬어 보았다. 여전히 숨이 막혀 왔지만 천천히 나아졌다. 운전하면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남편에게 이야기를 했다. 남편은 계속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내가 조금 진정된 것처럼 보이자 남편이 말했다.

“좀 나아졌지? 차 막히기 시작하기 전에 이제 출발하자.”

“나 운전 못한다고.”

“국도로 와, 나는 고속도로로 갈게.”

“뭐라고? 나 혼자 운전해서 집에 가라고? 그럼 내가 자기를 왜 불렀겠어. 그냥 좀 휴게소에서 쉬었다가 집에 갔겠지!”

“알았어. 그럼 국도로 운전해서 가면 내가 뒤에 따라갈게. 고속도로로 진입하지 말고 국도로 가다 보면 네비가 길을 알려줄 거야.”


진정이 될수록 화는 점점 더 많이 났다. 이제 운전을 해도 될 것 같았다. 내비게이션에 집을 입력하고 출발했다. 국도 위를 운전하기는 한결 수월했다. 남편도 뒤에서 천천히 따라왔다. 네비가 가르쳐주는 대로 운전하다 보니 자동차 전용도로가 나왔다.

‘여기 들어가도 괜찮을까. 터널은 없겠지? 20분만 하면 되는데 뭐. 참아보자.’

자동차 전용도로로 들어섰다. 룸미러로 남편차가 따라오는지 확인했다. 가장 바깥 차선으로 천천히 운전했다. 앞에 터널이 보였다. 터널에 들어서자마자 이번엔 더 빨리 증상이 나타났다. 다행히 터널은 짧았다. 어영부영하는 사이 진출로를 지나쳤다. 또 터널이 나왔다. 이제는 운전대를 바로 잡고 있기조차 힘들었다. 차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나가는 차들이 클락션을 울려댔다. 터널을 지나자마자 바로 보이는 진출로로 빠져나왔다. 국도로 들어서려는 순간 멀리 아주 시커멓고 높은 벽이 보였다. 그 중간에 아주 작은 터널입구가 보였다. 도저히 그 좁은 구멍으로 들어갈 자신이 없었다. 갓길에 차를 세웠다. 남편이 뒤따라 차를 세웠다.


“괜찮아?”

“저기 또 터널이 있어! 이제 더 이상 운전할 수 없어. 저기 들어갈 수 없어.”

엉엉 울며 대답했다.

“선아, 터널 없어.”

“아니야! 내가 봤다구. 저기 시커먼 터널이 있다고!”

“선아, 터널 없어. 내가 이 길 알아. 진짜 터널 없어.”

“진짜 없어?”

“응, 여기서 조금만 운전하면 네가 아는 길이 나올 거야. 마음 가라앉히고 다시 해보자.”


정말 길어 보이는 터널이 있었는데. 남편말을 믿어 보기로 했다. 다시 운전을 시작했다. 터널은 없었다. 내가 아는 길이 나왔다. 집에 돌아온 기분이 들었다. 뒤에서 계속 쫓아오던 남편이 전화를 했다.


“내가 저녁거리 사갈 테니 먼저 들어가. 이제 잘 갈 수 있지?”

“응, 집에 가서 기다릴게.”


마을입구가 보이니 기분이 훨씬 나아졌다. 집 현관은 잘 닫혀 있었다.

나는 이제 집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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