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질의 기본은 분류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미뤄왔던 일입니다
우선 까탈스러운 성격 때문에 종이를 정하는데만 일년을 보냈나 봅니다
약간 도톰한데 너무 매끄럽지는 않으면서 잉크가 너무 퍼져버리지는 않는 종이를 찾아 헤매다가 포기할 뻔했답니다
그런 종이란 게 있는 건지...
그나마 마음에 드는 종이를 발견했지요
단어장으로 나오는 카드 묶음인데 몇 가지 브랜드 사서 비교한 후 구미에 맞는 걸로 택했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처음부터 단어장 사서 할걸...
종이를 나만의 규격에 맞춰 자르느라 힘들었거든요
결국 힘만 들이고 쓰지도 않았는데 말입니다
여튼, 세 시간 꼬박 쪼그리고 앉아서 완성했습니다
더 지저분해지기 전에 남겨야 할 것 같아서 중간에 벌떡 일어나 사진 한 장 찍었습니다
다 모아놓고 한 장 더 남길걸 그랬네요
카드 한 장에 한 색상씩 면봉으로 잉크를 듬뿍 묻혀 사진처럼 그려주면 아래로 갈수록 옅어지는 색감을 볼 수 있습니다
제 경우엔 트래블러스 노트 MD 무지 리필 노트로 잉크 노트를 만들어서 새로운 잉크가 들어올 때마다 한 장씩 할애하여 병목도 찍고 잉크의 느낌과 만년필과의 궁합을 정리해 두는데 색상별로 정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서 비슷한 색상을 비교할 때마다 번거로웠습니다
종이마다 달라지는 잉크의 색상을 비교해보려고 노트 귀퉁이에도 조금 칠해주었습니다
이제 색상 비교는 잉크 인덱스카드로 하면 되겠어요
다 해놓고 나니 뿌듯하긴 한데 결국 한 권으로 부족해서 딥펜용으로 분류한 잉크 카드는 못 만들었답니다
소분받은 게 반이지만 서랍에 꽉 찬 잉크병들을 보고 있자니 이제 그만 모아야겠단 생각과 단어장 한 권 더 사러가야 겠다는 생각이 동시에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