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3-03
‘문학의 향기’ 나는 원주와 평창
강원도 원주와 평창은 한 시간가량 떨어져 있는 지역이지만 몸과 마음을 한 번에 ‘힐링’할 수 있는 곳을 품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원주는 치악산과 박경리문학공원으로, 평창은 오대산과 이효석문학관으로 대표된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명산을 오르고, 문학가들의 기념관을 구경하며 마음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아직 끝나지 않은 겨울을 즐길 수 있는 스키장도 3월 초부터 늦게는 4월 말까지 개장한다.
박경리 생가 마당에 있는 선생의 동상.
◆마음의 안녕을 허하노라
원주의 박경리문학공원의 주소는 원주시 토지길 1이다. 도로명 주소가 시행되며 박경리 선생이 머물며 집필하던 집을 중심으로 조성된 공원의 주소를 토지길로 지었다. 한국 문단에서 가장 빼어난 작품 중 하나로 손꼽히는 토지를 쓴 박경리 선생은 1980년 이곳에 자리를 잡고 토지 4, 5부를 집필했다.
박경리 선생이 머물며 토지를 집필한 강원 원주의 생가 전경.
공원은 박경리 선생이 머물던 집과 전시관인 문학의 집, 그리고 토지에 등장하는 주요장소를 복원해 꾸며놓은 곳으로 구성돼 있다. 대표적으로 토지 주인공들의 고향인 평사리 들녘을 꾸민 평사리마당과 토지 2부의 주요 배경지인 간도 용정을 배경으로 한 용두레벌 등이 조성돼 있다.
문학의 집에는 선생이 손수 옷을 지을 때 쓴 재봉틀과 글 쓸 때 참고해 너덜너덜해진 두꺼운 국어사전, 토지의 육필원고와 만년필, 박경리 선생이 쓴 다른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박경리 선생이 머물던 집도 들어가 볼 수 있다. 마당에는 선생과 고양이 동상이 방문객을 맞는다. 집 옆에는 돌로 꾸민 연못이 있는데 선생이 직접 손자들을 위해 만든 것이다.
강원 원주 박경리 문학의 집에 전시된 토지 책과 재봉틀 등 박경리 선생 관련 전시물.
집 안에는 집필실과 서재 등이 조성돼 있다. 토지를 집필한 방 책상엔 선생이 쓴 안경과 만년필, 원고지, 커피잔 등이 놓여 있다. 담배와 재떨이도 있었지만 이곳을 찾는 학생들을 감안해 없앴다. 집 내부를 둘러보려면 문학의 집(033-762-6843)에 문의한 뒤 찾는 게 좋다.
문화예술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는 강원 원주의 미로예술시장.
공원을 둘러본 후 원주 시내 중앙시장 2층에 조성된 미로예술시장을 가봐도 좋다. 할머니들이 월 10만원에 세들어 살던 쪽방촌이 문화예술공간으로 변모하는 중이다. 도자기에 캐릭터와 팝아트를 그려 소품을 만들어 판매하거나, 양초, 꽃, 금속세공 등을 하는 다양한 공방이 들어서고 있어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 반면 천장은 창이 깨지거나 벽면이 벗겨진 옛 모습은 그대로다. 시장 골목에 있다 보니 여기저기 입맛을 당기는 군것질할 것들도 많다.
평창은 ‘메밀꽃 필 무렵’을 쓴 이효석 선생과 관련한 장소가 여럿 있다. ‘메밀꽃 필 무렵’의 실제 배경이자 이효석 선생이 태어난 봉평면 효석문화마을이 시작이다. 장돌뱅이 허생원과 성 서방네 처녀가 사랑을 나눈 장소를 재현해 놓은 물레방앗간과 애송이 장돌뱅이 동이를 만나는 충주집 등을 재현해놨다.
이효석 문학관 정원에 조성된 이효석 선생 동상.
마을에 있는 이효석문학관을 들어서면 ‘가산이효석문학비’가 서있다. 선생이 서울 경성제1고등보통학교에 입학해 만난 평생의 친구 유진오 선생이 쓴 글이다. 문학관에 조성된 정원에는 이효석 선생의 동상과 찻집이 있다. 찻집 이름은 ‘동’이다. 선생이 처가인 함북 경성으로 내려가 경성농업학교 영어교사를 하던 시절 커피를 마시기 위해 자주 찾던 다방 ‘동’에서 따온 것이다. 이 다방은 선생의 수필 ‘고요한 ‘동’의 밤’의 모티프가 됐다.
이효석 선생이 평양에서 살던 집을 복원한 푸른집.
문학관에서 내려와 오른쪽으로 조금 걸으면 선생이 봉평에서 살던 초가와 평양에 거주했을 당시 살던 푸른집을 복원해놨다. 평양의 푸른집은 붉은 벽돌집이지만 벽을 감싼 담쟁이가 집 전체를 푸르게 뒤덮었기 때문에 푸른집으로 이름이 붙었다. 문학마을과 인접해 선생의 흉상과 표지석이 있는 가산공원도 있다. 가산은 선생의 호다.
문화마을 인근에 있는 문학의 숲에서도 선생의 숨결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숲길에는 돌에 ‘메밀꽃 필 무렵’ 소설 내용들이 새겨져 있다. 숲길을 거닐며 소설을 한 편 읽고 볼 수 있는 곳이다.
강원 평창에서 율곡 이이 선생이 잉태됐다는 것을 알리는 기념비.
평창엔 율곡 이이 선생과 관련된 장소도 있다. 수운판관을 지내던 이원수가 봉평에 머물던 부인 신사임당을 만나 율곡 이이를 잉태한 곳으로 알려진 판관대가 그곳이다. 율곡 선생 잉태와 관련된 얘기도 전해 내려온다. 이원수는 용꿈을 꿔 태몽임을 인지하고 신사임당을 만나러 가던 중 주막에 들르는데 주모가 유혹했지만 넘어가지 않았다고 한다. 신사임당을 만난 후 돌아가는 길에 다시 그 주막에 들렀지만 주모는 “그땐 비범한 자식을 나을 수 있는 날이었기에 당신을 유혹했지만 오늘은 아니다”라며 물리쳤다는 얘기가 전해온다.
◆아직 끝나지 않은 겨울
원주와 평창 스키장들은 아직 한창이다. 스키장마다 다르지만 원주 오크밸리는 3월 6일까지 연장 운영을 하고, 평창 용평스키장은 3월 말까지 스키장을 운영한다. 용평리조트에서는 오는 6일까지 주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제34회 용평 국제 스키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용평리조트에서 1983년 처음 시작돼 올해로 34회를 맞는 이 대회에는 약 25개국 350명이 참가한다.
4월 말까지 개장하는 강원 평창의 보광휘닉스파크 전경.
특히 보광 휘닉스파크는 4월 말까지 스키, 스노보드 슬로프를 운용하는 ‘네버엔딩 윈터 페스티벌’을 진행한다. 2월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테스트 이벤트 기간 동안 세계 최고수준의 선수들이 활약을 펼쳤던 올림픽 코스를 일반인들에게도 개방해 고객들이 직접 체험해 볼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휘닉스파크는 늘어난 겨울 시즌 동안 리프트 이용금액 대폭 할인은 물론 무료 장비대여 서비스를 시행한다.
강원 원주 치악산 상원사의 절밥.
먹거리로는 원주에선 점심시간에 맞춰 상원사를 올라간다면 절밥을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상원사는 워낙 높은 데 있다 보니 물자가 풍부하지 않아 때를 잘 맞춰야 한다. 절밥을 먹으려면 산 아래에서 절 물품을 옮겨주는 등의 성의는 보이는 것이 좋을 듯싶다. 또 치악산 복숭아와 불고기의 만남이 새로운 ‘장군화로구이’ 등이 있다. 평창에서는 대관령한우타운, 평창한우마을 등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한우를 즐길 수 있고, 메밀 음식을 원하면 효석문화마을에 들르면 근처에 메밀 관련 음식점들이 많이 있다.
원주·평창=글·사진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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