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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행 끝 만난 피안의 풍경

by frei

2016-03-03


같은 이름 다른 분위기… 두 상원사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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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원주 치악산 상원사에 오르면 수많은 산봉우리를 눈 아래에 두게 되는 장관을 맛볼 수 있다. 치악은 5대 악산이라고 불릴 정도로 험준하지만 오르고 난 뒤에 느끼는 희열은 힘든 산행에 대한 보상으로 부족함이 없다.

강원도 오대산과 치악산은 겨울이 가기 전에 꼭 가봐야 하는 곳이다. 두 산은 산세가 험준하고 계곡이 깊지만 등산로가 잘 닦여 있어 겨울산을 만끽하는 데 그만이다.



오대산은 부처의 진신사리가 모셔진 월정사로 유명하다. 월정사는 주변에 수많은 말사를 거느리고 있는 큰 사찰이다. 월정사가 거느린 말사 중에는 상원사란 이름을 가진 사찰이 두 곳에 있다. 한 곳은 월정사 인근에 있는 오대산 상원사이다. 오대산 상원사는 월정사를 찾는 여행객들이 빠지지 않고 방문하는 곳이다 보니 유명세를 타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 곳인 치악산 상원사는 오대산만큼 널리 알려진 곳은 아니다. 그나마 ‘은혜 갚은 꿩’ 얘기를 꺼내면 “아, 그 절이 이 절이야?”라고 되물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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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산과 치악산 모두 어느 때 찾아도 좋을 정도로 경치가 빼어나다. 그래도 겨울과 봄이 교차하는 요즘 같은 때가 제격이다. 한쪽에는 얼음과 눈을 품고 있으면서, 볕이 잘 드는 다른 한쪽에서는 새싹이 움트고 있는 모습을 찾을 수 있다. 슬슬 물러나는 겨울의 자리를 멀찍이 떨어져만 있는 것처럼 느껴졌던 봄이 채우고 있는 것이다.



치악산과 오대산에 있는 상원사는 이름은 같지만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5대 악산이라고 불릴 정도로 험한 치악산에 들어서 있는 상원사는 해발 1100m까지 올라가야 제 모습을 찾을 수 있다. 치악산국립공원 성남지구 매표소를 들머리 삼아 상원사 산행에 나서면 초반에는 수월하다. 절반 정도 지나 상원사까지 가는 길은 숨이 막힐 정도의 오르막길이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교차해야 산행 중 숨을 고를 수 있지만, 오르막이 계속되다 보니 산행이 쉽지만은 않다. 상원사 오르는 길이 그나마 치악산 다른 산행길에 비해서는 좀 수월한 편이다. 상원사 가는 길을 걸으며 “그래도 이곳을 선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등산길에 스스로의 선택을 고맙게 여기기는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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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에서는 땀이 나고 입으로는 쓰디쓴 단내를 연거푸 품어내며 상원사 근처에 도착했을 때 펼쳐지는 풍경은 그간 힘든 산행을 한 번에 날려주고도 남는다. 상원사 근처에 도달하면 종각과 절벽 위에 우뚝 서 있는 전나무 한 그루가 위풍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이를 보고 감탄이 쏟아지지만, 상원사까지 가려면 조금 더 참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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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른 계단을 올라 상원사까지 올라 돌아서서 풍경을 보면 수많은 산봉우리가 눈 아래에 펼쳐진다. 2시간가량의 산행으로 이런 풍경을 보게 되는 것이 오히려 과분할 정도로 느껴질 수 있다.



절에 들어서면 오른편에 전나무 한 그루와 ‘은혜 갚은 꿩’ 얘기에 등장하는 동종이 있는 종각이 보인다. 이 전설로 적악산(赤嶽山)이라 불리던 산의 이름이 ‘꿩’을 뜻하는 치악산(雉岳山)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있는 동종은 전설에 등장하는 종이 아니라 새로 주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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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산 상원사 가는 길은 치악산과 비교하면 산책 코스다. 차량으로도 이동할 수 있는 곳이니 사실 산행이란 표현도 쓰기 민망하다. 하지만 월정사에서부터 상원사까지 이르는 선재길 9㎞ 구간은 차분히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고 돌아보기에 충분하다. ‘화엄경’에 나오는 선재동자가 지식을 찾기 위해 돌아다닌 길이란 얘기에서 따온 이름처럼 차분히 산책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이다. 월정사를 출발해 2시간30분가량 걸으면 상원사 입구에 도착하는데 고 신영복 교수가 쓴 ‘오대산 상원사’ 글이 음각된 높이 3m의 표석이 여행객을 기다리고 있다.



조선이 숭유억불 정책을 폈지만 상원사는 세조와 연관이 깊다. 세조가 상원사 계곡에서 몸을 씻을 때 문수보살이 동자로 모습을 바꿔 등을 씻겨줘 피부병을 낫게 해줬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또 세조가 상원사 법당 안으로 들어가려 할 때 고양이 두 마리가 옷을 끌어당겨 말렸다. 이를 이상하게 여겨 법당 안을 살피자 자객이 숨어있었다고 한다. 목숨을 건진 세조는 이 고양이들에게 땅을 하사했고, 이를 기려 상원사에는 고양이 돌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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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상원사의 동종(국보 제36호)도 세조의 명으로 이곳에 옮겨졌다. 경주의 성덕대왕신종보다 45년 앞선 725년에 제작된 이 종엔 당초문, 비천상 등의 문양이 빼어난 솜씨로 조각돼 있다. 안동에서 이 종을 옮기려 했으나 움직이지 않자 종의 유두를 하나 부러뜨리자 움직였다고 한다. 이에 상원사 동종엔 유두가 하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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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정사에는 국보로 지정된 팔각구층석탑과 이를 향해 불공을 드리고 있는 보물 석조보살좌상이 있다. 좌상은 풍파에 훼손이 심해져 현재는 모조품이 놓여 있고 진품은 월정사 내 성보박물관에 있다.



원주·평창=글·사진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22&aid=0003027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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