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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곡진 역사 아픔 간직…이제는 힐링 도시로

by frei

2016-02-25


생태도시 변모하는 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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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천은 역사의 굴곡을 그대로 담고 있는 도시다. 일제 때 건설된 장항선의 종착지 장항역으로 대표되는 수탈의 현장이다. 이 당시 건설된 공장 등으로 해방 이후에도 공업이 발전해 물자가 풍부했지만 이후 더딘 개발로 현재는 1970년대에 머물러 있는 듯한 모습이 군데군데 남아 있다. 서천은 자연 생태적으로 다른 지역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장소들을 품고 있다. 동백나무 숲과 드넓게 펼쳐진 갈대밭 등 자연적으로 조성된 지역부터 국립생태원, 국립해양생물자원관 등 인공적으로 조성된 생태환경 장소를 보유하고 있다. 산업이 발전한 도시에서 이제는 생태 도시로 변모해 가는 셈이다.



◆금, 곡식 등 일제 수탈의 현장들



장항선은 일제시대 천안에서 서천 장항을 연결하기 위해 설치됐다. 서천 장항항을 통해 경기·강원·충청 지역에서 생산된 쌀과 금 등 광업 자원의 반출을 위해 건설됐다. 여기에 더해 금과 동 등을 제련하는 장항제련소가 건설되다 보니 서천은 ‘개도 입에 돈을 물고 다녔다’는 말이 돌 정도로 자연스레 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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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만 취급하는 장항화물역으로 바뀐 장항선의 종착역이었던 장항역.


해방 이후에도 항만과 제련산업을 통한 산업도시로 발전한 서천은 1980년대 후반 장항제련소가 문을 닫고, 1990년대 금강하구둑이 건설되면서 급속도로 쇠퇴했다. 이를 대변하듯 장항선의 종착역이었던 장항역 역시 지금은 장항화물역으로 바뀌어 찾는 이 없는 곳이 됐다. 여행객이 이용할 수 있는 장항역은 장항읍이 아닌 서천군 마서면에 신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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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장항역(현 장항화물역)을 찾으면 그 주위는 마치 1960∼1970년대를 재현한 듯한 간판과 건물들이 많다. 기차를 타기 위해 전북 군산, 정읍 등 주변 지역에서 몰린 인파가 열차 시간을 기다리며 이용했을 여관과 다방이 여전히 곳곳에 눈에 띈다.



역 주변에는 일제시대 지어진 미곡창고도 있다. 외부는 보수를 통해 옛 모습을 많이 잃었지만 안에 들어서면 목조로 지붕 틀을 올린 독특한 모양을 볼 수 있다. 지금은 장항문화예술창작공간으로 탈바꿈한 이곳은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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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장항은 일제시대부터 검붉은 벽돌로 지은 집들이 많았는데 스카이워크가 있는 송림리 인근 장암리에서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LS메탈 장항공장이 있는 곳 근처다. 검붉은 벽돌이 많은 이유는 장항제련소에서 제련과정에서 나온 광석의 찌꺼기(슬래그)로 벽돌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대부분 집들이 헐려 폐터이지만 예전 검붉은 벽돌로 만든 담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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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천 신성리갈대밭에 설치된 나무데크 위를 여행객이 걸어가고 있다.


◆운치 있는 갈대숲과 동백숲의 낙조



사람 키를 훌쩍 넘는 갈대밭이 펼쳐진 신성리는 겨울에 찾으면 고즈넉함을 만끽할 수 있고, 연인끼리는 낭만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신성리 갈대밭은 우리나라 4대 갈대밭 중의 하나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드라마 추노, 자이언트 등의 촬영지다.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국군 이병헌이 볼일을 보다 북한군 송강호, 신하균을 만난 장면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주위 갈대숲이 바로 이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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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숲 사이로 다닐 수 있게 조성된 오솔길이 잘 정비돼 있고, 오솔길 사이로 정자와 의자 등이 있어 가족끼리, 연인끼리 돌아다니기 좋다. 25만㎡에 펼쳐진 갈대숲이다 보니 갈대밭 초입에 설치된 안내도를 참고해 탐방 동선을 짜야 헤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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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천의 동백나무는 기후 등의 영향으로 옆으로 퍼져서 자란다.


서천 북쪽에 위치한 마량리 동백나무숲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곳이다. 500년이 넘게 산 동백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고, 우리나라에서 동백나무가 자랄 수 있는 북방한계선이기 때문이다. 다른 지역의 동백나무와는 모양새에서 차이가 있다. 동백나무들이 위로 뻗은 것이 아니라 마치 분재처럼 옆으로 퍼져 있어 키가 작다. 북방한계선이고 바람이 세다 보니 위로 뻗으면 줄기 끝까지 영양분 공급이 힘들어 옆으로 퍼져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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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나무 숲에 핀 동백꽃


동백꽃은 두 번 피는 꽃이라 불린다. 나무에서 핀 후, 꽃이 진 다음이 아니라 만개한 채 땅에 떨어지기에 그렇다. 마치 자신의 추한 모습은 보이기 싫다는 듯한 여인의 강한 자존심을 상징하는 듯하다. 벚꽃처럼 일시에 폈다 지는 것이 아니라 12월부터 4월까지 꽃이 피는데 3월 말 가장 많이 개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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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나무숲은 해지기 직전에 찾는 것이 좋다. 정상에 있는 동백정에서 일몰 감상이 일품이기 때문이다. 입구에서 동백정까지는 10분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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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정 앞에 펼쳐진 서해바다와 그 앞에 있는 섬 오력도 주위에서 펼쳐지는 낙조는 서천 방문 시 놓치기 아까운 장면이다. 춘분과 추분 때는 오력도 위로 해가 지기에 이 시기를 맞추면 다른 때와 다른 풍경을 담을 수 있다.



◆동식물 등 생태환경 관람을 한 번에



서천엔 자연생태를 자세히 소개해 놓은 국립생태원과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이 있다. 국립생태원은 한반도 생태계뿐 아니라 열대, 사막, 지중해, 온대, 극지 등 세계 5대 기후에서 살고 있는 동식물을 관찰할 수 있도록 조성된 곳이다. 생태원 본관인 에코리움에는 기후대별 어류, 파충류, 양서류, 조류 등 2400여종의 동식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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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생태원.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려면 홈페이지에서 미리 자녀 나이에 맞게 예약하고 가는 것이 좋다. 생태원은 부지가 매우 넓기에 차를 가지고 갈 경우 정문을 지나 주차장에 차를 세우면 생태원 본관 에코리움까지 15∼20분 정도를 걸어가야 한다. 노약자를 위한 전기차가 운행되고 있다. 신설된 장항역에 주차해 걸어가는 것이 더 가깝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스카이워크가 설치된 송림리에 있다. 스카이워크를 찾는다면 해양생물자원관을 같이 관람하면 좋다. 해양생물자원관에 들어서면 상징 조형물인 ‘시드 뱅크(SEED BANK)’를 보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서식하는 해양생물 표본 5000여점을 보관해 놓은 곳이다. 바다에 사는 해조류와 플랑크톤, 무척추동물, 어류, 포유류 등으로 구분된 전시관에서 다양한 해양생물의 생활사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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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해양생물자원관.


숙박시설은 동백나무숲이 있는 마량리 근처에 펜션 등이 많이 몰려 있다. 스카이워크가 있는 송림리에는 서천군 지원으로 조성된 서천휴리조트펜션이 있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서천군의 대표적인 먹거리는 아귀와 쭈꾸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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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귀찜이나 아귀탕은 장항화물역 근처의 우리식당이나 연화식당이 유명하다. 주꾸미는 샤브샤브나 전골 등으로 요리해 먹는데 동백나무숲 근처 마량포횟집을 추천한다.



서천=글·사진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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