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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꽃에게 말을 걸다

by frei

2016-03-25


태안 천리포수목원은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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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 천리포수목원에 봄이 찾아 왔다. 수선화들이 하얗게 꽃망울을 터뜨리고, 조팝나무 새순이 노랗게 돋아 완연한 봄을 알리고 있다. 천리포수목원은 ‘파란눈의 한국인’ 칼 페리스밀러가 1962년 한국에 매혹된 나머지 조성한 것으로, 지금은 59.2ha에 꽃과 나무가 식재돼 있다.

이맘때 우리가 보는 봄꽃은 매화, 산수유, 수선화가 대표적이다. 4월이 되면 목련과 벚꽃, 복숭아꽃 등이 만개할 것이다. 참 예쁘다. 봄이 제철을 맞은 듯 꽃들이 앞다퉈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맛있는 반찬이라도 매일 먹으면 물리는 법이다. 다른 봄꽃을 찾고 싶었다. ‘나만의 봄’을 찾고 싶은 마음처럼 말이다.



남쪽에서는 매화, 산수유 등 각종 축제가 한창이다. 남부지방에서 시작된 봄 소식은 중부지방까지 차츰차츰 올라오고 있다. 다른 봄을 찾으려면 장소부터 달라야 할 듯싶었다. 꽃이 많이 자랄 수 있는 곳이어야 새로운 봄소식들을 쉽게 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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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 천리포수목원에 영춘화들이 만발해 있다. 봄을 맞는다는 이름의 영춘화가 만든 노란 꽃길을 따라 봄이 오고 있다.


그런 면에서 충남 태안의 천리포수목원이 제격이었다. 이 수목원엔 국내외 1만6000품종의 식물이 식재돼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식물을 품고 있다. 매화나 산수유 외에 외국이 고향인 꽃들이 많다 보니 흔하게 보지 못했던 봄꽃들이 식물원 곳곳에 퍼져 있다. 양지바른 곳에 자리 잡은 성격 급한 일부 봄꽃들은 봉오리를 활짝 열어 젖혔다. 자기들은 봄이 된 지 오래인데 왜 이제야 왔느냐는 듯 일부 꽃들은 이미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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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춘객을 가장 먼저 환영하는 꽃은 영춘화와 설강화다.



노란색을 띤 영춘화(迎春花)는 언뜻 보면 개나리로 보이지만 개나리보다 먼저 봄을 반긴다. 이름부터 봄을 맞는다는 의미이니 다른 봄꽃들은 비할 바가 아니다. 담에 걸려 내려뜨린 가지에 줄 맞춰 핀 노란 꽃들은 자연스레 꽃길을 이룬다. 이 길로 봄이 온다는 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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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춘화가 봄을 맞는다는 의미라면 겨울이 지나간 것을 그리워하는 꽃은 설강화(雪降花)다. 키 작은 하얀 꽃이 마치 눈이 내리듯 고개를 밑으로 축 늘어뜨려 핀다. 군락지를 보면 마치 하얀 눈이 쌓인 듯한 모습을 자아낸다. 봄을 맞는 꽃과 겨울을 그리워하는 꽃이 같이 어우러져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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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증맞게 노란 꽃을 피운 갯버들.


이 외에도 노란 꽃이 앙증맞게 올라 온 갯버들과 꽃이 많이 피면 풍년이 든다는 풍년화, 크로커스 등이 군데군데 자리 잡아 봄을 알리고 있다.



봄을 맞느라 어수선한 3월이 지나면, 수목원은 4월에 제 모습을 드러낼 듯싶다. 금방이라도 터질 듯 한껏 부풀어 오른 꽃망울의 목련들이 그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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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포수목원에 핀 봄꽃들. 앞쪽의 흰 꽃들이 크로커스, 뒤쪽의 흰 꽃들이 설강화다.

수목원에는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흰 목련부터 짙붉은 ‘벌컨’, 꽃잎이 12∼16장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고 꽃송이가 별 모양을 닮은 ‘큰별목련’ 등 600여종의 목련이 있다. 목련 외에도 동백나무 300여 종류, 호랑가시나무류 400여 종류, 무궁화 300여 종류, 단풍나무류 200여 종류 등이 자라고 있다. 2000년 국제수목학회로부터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인증받았다. 세계 12번째이고, 아시아에선 최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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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포수목원에 핀 설강화.


이런 수목원을 조성한 이는 ‘파란 눈의 한국인’ 칼 페리스 밀러다. 1945년 해방 때 미군 정보장교로 한국을 처음 찾은 그는 스스로 전생에 한국인이었을 것이라고 얘기할 정도로 한국에 푹 빠졌다. 1962년 천리포를 찾았을 때 우연히 마을 주민이 토지를 살 것을 권유하자 이를 구입한 뒤 나무를 심은 것이 수목원의 시작이었다. 이후 주변 토지를 구입해 현재는 59.2㏊에 이르는 규모를 갖췄다. 1979년 한국으로 귀화해 이름을 민병갈로 바꾼 그는 2002년 이 수목원에 잠들었다. 그동안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지만, 2009년부터 일부가 개방돼 여행객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태안=글·사진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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