뉘 부르는 소리 들리는가…

by frei

2016-04-15


‘초록세상’ 고창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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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객들이 초록빛 보리와 파란 하늘의 푸르름을 만끽하며 보리밭 길을 걸어가고 있다. 풍경이 다양하거나 색이 다채로운 곳은 아니지만 보리와 하늘이 주는 풍경의 감동은 여운이 길다.

‘보리밭 사잇길로 걸어가면 뉘 부르는 소리 있어 나를 멈춘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전북 고창 공음면의 청보리밭에 들어서면 절로 노랫말을 흥얼거리게 된다. 노랫가락은 저마다 다 비슷비슷하다. 잘 들어보면 나이가 지긋한 남자들은 주로 가수 남진의 ‘저 푸른 초원 위에’를, 여자들은 가곡 ‘보리밭’을 부른다. 대부분 앞부분만 부른 뒤 노래를 그만둔다. 노래를 끝까지 안 불러도 상관없다. 누가 뭐라 할 사람도 없다. 보리밭에서는 앞부분만 흥얼거려도 충분히 봄의 기분을 만끽할 수 있으니 말이다. 상큼한 생명의 힘을 듬뿍 받은 여행객의 마음은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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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객들이 초록빛 보리와 파란 하늘의 푸르름을 만끽하며 청보리밭 길을 걸어가고 있다. 풍경이 다양하거나 색이 다채롭지는 않지만 보리와 하늘이 주는 풍경의 감동은 여운이 길다. 언덕 위에 서 있는 소나무 한 그루와 청보리밭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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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보리밭을 채우는 소리는 무엇보다 웃음이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특히 중년이 된 여성들의 옛적 ‘소녀감성’을 자극한다. 차를 타고 와 보리밭 앞에 내리는 순간 눈앞에 펼쳐진 푸름에 입꼬리가 ‘씨익’ 올라간다. 봄 웃음이 여행객의 얼굴에 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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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때 보는 보리는 추운 겨울을 견뎌 낸 싹이 움을 틔워 웃자람한 것이다. 4월 말이나 5월 초가 되면 이삭이 팬다. 지금이 생애를 마감하기 전 한창 청춘을 보내고 있는 시기다. 초록빛의 보리밭과 노란 유채꽃밭이 젊음의 생기를 왕성하게 뿜어내고 있다. 아직 어른 무릎이 채 되지 않는 풋풋한 보리밭의 푸른 파도를 타고 오는 봄바람에는 유채꽃 향이 진하게 묻어 난다. 풀내와 꽃 향기가 합쳐진 봄 내음을 제대로 느껴 보라는 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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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객이 청보리밭에 핀 유채꽃 사이로 걸어가고 있다. 풋풋한 보리 냄새와 유채꽃 향기가 어우러진 봄 내음을 한껏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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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입구가 정해진 곳은 아니다. 여행객이 주로 드나드는 쪽에 유채꽃이 심어져 있고, 이를 지나면 보리밭이 펼쳐진다. 청보리밭 안에 들어서면 푸르름을 더 진하게 느낄 수 있다. 청보리의 푸르름과 파란 하늘의 푸르름만이 온전히 대비되는 곳이 주는 매력은 매우 묘하다. 풍경이 다양하고 색이 다채로운 것도 아니다. 보리와 하늘은 화려함을 쏙 뺐지만 이 풍경의 감동은 여운이 길다. 거기에 언덕 위에 서 있는 소나무 한 그루. 이국의 한적한 곳을 여행하는 듯한 여유를 느끼게 해주는 한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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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의 옛 지명은 모양현(牟陽縣)이다. 모(牟)자가 보리를 뜻한다. 거기에 해, 볕을 뜻하는 양(陽) 자가 합쳐진 곳이다. 해 아래서 보리가 잘 자라는 곳이 고창이란 것이다.



보리밭과 하늘이 그린 수채화를 감상하며 한 바퀴 돌면 30분 정도 시간이 걸린다. 다시 유채꽃밭이 나오면 나가는 출구에 이른다. 하지만 그냥 가기엔 아쉬운 듯 여행객들의 발걸음이 쉬 떼어지지 않는다. 유채꽃과 원두막, 보리밭을 뒤로하고 마지막 한 컷을 남겨야 그나마 아쉬움을 더는 듯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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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만 보기 아쉽다면 보리밭에서 옆길로 빠지면 나오는 잉어 연못과 주차장 쪽에 있는 대나무밭인 도깨비숲, 호랑이왕대밭에 들르면 좋다. 호랑이왕대밭은 도깨비 횡포에 못 이긴 호랑이들이 줄무늬와 비슷한 대나무밭으로 숨어들었다는 얘기에서 이름이 붙여졌다. 도깨비밭은 말 그대로 도깨비 모형이 있는 대나무숲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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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6일부터 5월8일까지 이곳에서 청보리밭 축제가 열리지만 이게 다는 아니다. 6월 초면 보리가 만든 황금빛 들녘이 펼쳐진다. 이후 8월엔 해바라기밭, 9월엔 메밀밭으로 변신하며 한껏 매력을 선사한다.



고창=글·사진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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