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거나, 더 하거나

청년들의 불안한 두 갈래

by 머스

청년 고용시장은 지금, 양쪽 끝이 동시에 무너지고 있다. 한편에서는 일할 능력이 있지만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쉬었음’ 청년이 역대 최대치를 찍고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안정된 직장이 있음에도 제2·제3의 부업을 전전하는 ‘N잡러’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얼핏 상반되는 현상 같지만, 그 뿌리는 하나다. 좋은 일자리가 줄어들고, 고용이 불안정해진 현실이 청년들을 각기 다른 생존 전략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쉬었음’ 청년의 증가는 단순히 게으름의 결과가 아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16년 44만 명이던 15~39세 ‘쉬었음’ 인구는 올해 2월 82만 명으로 86%나 늘었다. 코로나19 이후 신규 채용 일자리는 15% 줄었고, 기업은 신입보다 경력직을 선호한다. ‘경력 없는 신입’이 들어설 자리는 줄었고, 설령 자리가 나도 수도권 밖에 있거나 임금·복지·안정성이 떨어진다. 여기에 장기 구직 실패로 인한 번아웃, 재취업에 대한 공포가 겹치면서, 일시적인 휴식이 아니라 무기한 공백으로 빠져드는 청년이 늘고 있다. 이들의 ‘쉼’은 휴식이 아니라 구조적 배제의 결과다.


반대로, 일하고 있는 청년들 가운데는 본업만으로는 생계를 감당하기 어렵거나 미래가 불안해 부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2022년 1분기 9만 8천 명이던 청년 부업자는 2024년 12만 4천 명으로 30% 넘게 늘었다. 생활비 부족, 비상자금 마련, 불안정한 고용이 주된 이유다. 플랫폼 노동과 프리랜스 기회가 많아진 환경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여기엔 또 다른 그림자가 있다. 대다수 N잡러는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있고, ‘선택’이 아니라 ‘생존’ 때문에 투잡·쓰리잡을 뛴다. 피로와 지침, 불안은 덤이다.


결국 ‘쉬었음’과 ‘N잡’은 고용 양극화의 양쪽 끝에 있는 현상이다. 안정된 양질의 일자리는 줄고, 비정규·저임금·단기 계약직이 늘어나면서, 일부 청년은 아예 노동시장에서 밀려나고, 일부는 미래를 대비해 과로로 내몰린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는 43%를 넘어섰고, 대기업 정규직과 중소기업 비정규직의 차이는 최대 450만 원에 달한다. 같은 노동시간을 들여도 삶의 질과 미래는 전혀 다른 궤적을 그리는 구조 속에서, 청년들은 ‘어차피 바뀌지 않는다’는 냉소와 ‘버티려면 더 벌어야 한다’는 강박 사이를 오간다.


해법은 단순히 일자리 숫자를 늘리는 데 있지 않다. 나쁜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바꾸는 질적 전환이 우선이다. 정규직·비정규직, 대기업·중소기업 간 처우 격차를 줄이고, 지역 간 일자리 불균형을 완화해야 한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깨지 않는 한, 정부의 청년 채용 지원금은 단기 부양책에 그칠 뿐이다. 동시에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직업훈련·재사회화 프로그램을 강화해, 번아웃과 고립으로 빠진 이들이 다시 노동시장에 돌아올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야 한다. 고용의 불안을 개인의 노력으로만 전가하는 사회 분위기 또한 바뀌어야 한다.


지금 청년 고용 문제는 특정 세대의 문제가 아니다. 생산 가능 인구가 줄어드는 시대에, 청년층이 안정적으로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못하면 국가 경제 전체의 성장 기반이 흔들린다. 쉬었음과 N잡은 두 개의 다른 얼굴을 한 같은 위기다. 어느 한쪽만 봐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이제 필요한 건, 청년들이 선택과 가능성의 지점에서 ‘쉬는’ 삶과 ‘여러 일을 하는’ 삶을 택할 수 있는 사회다. 강요가 아니라, 불안이 아니라, 진짜 선택이 가능한 구조. 그것이 청년 고용 불안을 끝내는 유일한 길이다.




[3줄 요약]

청년 고용시장은 한쪽은 ‘쉬었음’으로 밀려나고, 다른 쪽은 생존을 위해 ‘N잡’에 내몰리는 양극화 상태

안정된 양질의 일자리는 줄고, 임금·복지 격차와 고용 불안이 구조적으로 청년들을 몰아세움

해법은 숫자 늘리기가 아니라 나쁜 일자리의 질 개선과 격차 해소, 재진입 통로 마련에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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