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정교하고, 더 집요하게
2025년, 세계 무역질서는 다시 긴장의 국면에 들어섰다.
미국은 3월, 철강과 알루미늄에 25%의 관세를 부과했고, 불과 석 달 만에 그 비율은 50%로 두 배 뛰었다. 4월에는 완성차, 5월엔 자동차 부품, 6월부터는 세탁기와 냉장고 같은 가전 제품에도 고율의 관세가 적용됐다. 단순한 보호무역의 복귀라기보다, IRA 이후 세제 혜택이 사라진 자리에 관세라는 고전적 무기가 다시 올라온 것이다. 특히 한국은 이 모든 조치의 정면에 서 있다.
현대차는 올해 2분기 매출을 전년 동기 대비 소폭 늘렸지만, 영업이익은 16% 줄었다. 기아는 24.1%가 감소했고, 미국에서 발생한 관세 비용만 약 7,860억 원에 달했다. 흥미롭게도 이 수치는 전체 이익 감소분과 거의 정확히 겹친다. LG전자는 더 뚜렷한 타격을 입었다.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6.6% 줄었고, TV를 포함한 미디어엔터테인먼트 부문은 적자로 돌아섰다. 관세 부담, 경쟁 심화, 마케팅 비용의 상승. 모두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철강 수출은 더 직접적인 경고음을 냈다. 5월 기준 한국의 철강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5.9% 줄었고, 6월엔 전월 대비 42% 이상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주가는 각각 3~8% 하락했고, 미국향 공급은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전환 중이지만, 설비 이전이나 근본적 전략 변화는 아직 그림조차 뚜렷하지 않다.
가장 뼈아픈 지점은 중소기업이다. 대기업처럼 현지 생산기지를 갖추지 못한 중소 제조업체에게 관세 15%는 곧 생존의 경계선이다. 자동차 부품 업체들의 평균 마진은 3~5%에 불과하다. “100원에 납품하고 20원 손해 본다”는 푸념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현장의 목소리는 더욱 생생하다. 한국무역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가장 큰 애로는 '관세 정보 접근의 어려움', '현지 인증 병목', '복잡한 행정 절차'였다. 정부는 1천억 원 규모의 긴급자금과 4.2조 원 규모의 특례보증을 가동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자금 소진 속도와 실효성 모두에 의문이 제기된다.
게다가 일본은 이미 미국과 자동차 관세를 15%로 합의했지만, 한국은 여전히 협상 테이블 위에 있다. 오는 8월 1일까지 타결되지 않을 경우, 보복성 전면 관세가 발효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이 된다면, 자동차와 철강을 넘어 반도체, 디스플레이, 가전까지 충격의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 결국 이 모든 사태는 외부의 압력이라기보다는, 우리 산업구조 내부의 취약성이 드러나는 계기이기도 하다.
산업계는 제각기 대응에 나섰다. 현대차와 기아는 조지아주 현지 공장을 본격 가동하며, 전기차 생산라인으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LG전자는 구독형 모델과 B2B 플랫폼 확장을 통해 수익구조의 재설계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중소기업에게는 이런 선택지가 없다. 생산라인 이전도, 전략적 전환도 여력 밖의 일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일한 처방이 아니다. 산업정책과 통상전략, 그리고 정책금융 간의 긴밀한 연계다. 관세가 던진 질문은 단순히 ‘얼마를 내느냐’가 아니라, '왜 우리는 여전히 흔들리는가'에 있다. 왜 미국 의존도가 줄어들지 않았는가, 왜 산업 구조는 관세 한 번에 흔들리는가, 그리고 왜 통상 전략과 산업 전략은 각자의 궤도로만 움직여왔는가.
이제 관세는 끝이 아니라 출발점이다. 공급망의 위치를 다시 짜고, 전략을 통합하고, 산업 구조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바꿔야 한다. 2025년의 관세는 세율이 아니라 구조를 묻는 질문이며, 그 질문에 우리는 이제 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