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만큼 미친 실행력을 가진 팀이 있을까요?
지난 두 달간 '교통법규 위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공익신고 대행서비스를 만들어, 단 3일 만에 700명의 유저를 확보하고 투자 검토까지 받게 된 저희 팀의 이야기를 들려드리려 합니다.
다리를 다쳐 병원에 입원하였는데, 이륜차와 교통사고를 당한 옆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GPT기반 공익신고 대행 서비스'이며, 도로 위에서 발생하는 교통위반신고에 대해서 최초발견자가 사건을 접수하면, 핵심 내용만을 뽑아서 정부기관에 신고대행하는 서비스입니다. (한국은 어쩌다 이륜차의 무법지대가 되었을까)
해당 아이템을 검토하면서 다음 2가지 지표에 집중하였습니다.
국내에서 교통법규위반 공익신고는 연간 440만 건을 기록합니다. 매일 1만 2천 건이 신고되는 셈이죠. 이들의 신고 건을 모두 가져올 수 있다면, 굉장히 높은 트래픽을 확보가능하다 자신하였습니다.
경쟁사는 교통법규를 간편 신고하는 정부기관 앱입니다. 다만 이들 앱 평점은 1점대로 매우 불편한 사용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불편한 사용성을 제대로 개선한다면, 유저를 빠르게 확보가능하다 자신했습니다.
신고를 위해 '영상 내 사고가 발생한 시점찾기' 그리고 '교통사고에 대한 진술'이 필요하고, 이러한 작업은 ChatGPT가 가장 잘하는 영역이다. 먼저 영상 내 사고시점 찾기는 국내 스타트업인 Twelve Labs의 영상 내 검색 기능을 이용하면 된다 또한 사고에 대한 진술은 GPT4 기능을 통해 작업이 가능하다. 이렇게 작업할 경우, 일반적으로 30분 이상 소요되는 신고작업이 단 5분 이내로 약 80% 가량 감축가능하다.
저희는 최대한 빠르게 아이디어를 검증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앱개발 인력이 없는 저희 팀이 주목한 것은 바로 '카카오톡 챗봇 서비스'였습니다. 특히, 다음 2가지에서 큰 매력을 느꼈습니다.
저희의 가설은 '사건제보의 불편함을 개선하면, 사용자는 서비스를 이용할 것이다'입니다. 따라서 사용자가 불편함 없이 사건제보하는 기능 구현이 필요했고, 카카오톡 챗봇을 통해 사진 및 추가정보를 전달받았습니다.
사용자가 앱을 다운로드하고 이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이미 굉장한 불편함이다 생각합니다. 따라서 저희는 이미 사용자가 사용하고 있는 카카오톡 챗봇에 주목하였고, 저희의 목적인 '불편함 개선'을 극대화하였습니다.
카카오톡 챗봇 서비스 개발은 비개발자인 제가 주도하였습니다. 유튜브에 챗봇제작 영상이 많지는 않았지만, 카카오톡에서 배포한 자료를 공부하며 단 2일 만에 그럴듯한 챗봇(교통법규위반)을 완성하였습니다.
이제 챗봇 서비스를 자동차 등 관련 커뮤니티에 홍보하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 서비스에 유저분들이 열광하며 바이럴을 만들어낸 거죠. 그렇게 단 3일 만에 약 700명에 가까운 유저를 확보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이들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저희가 지출한 비용은 단 0원이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반응에, 그리고 2000 건 상담개설이라는 놀라운 숫자를 만들어내며, 유저의 반응을 얻어냈습니다. 저희의 가설이 정확히 맞았음을 증명한 순간이었고, 이때는 저희 팀 모두가 정말 기뻐했습니다.
2,000건의 상담을 진행하면서, 저희는 해당 서비스가 굉장히 많은 오퍼레이션 비용을 부담한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Chatgpt가 많은 부분 도왔지만, 그럼에도 사람이 손으로 작업해야 하는 부분은 존재했죠. 이러한 과정을 겪으면서, 해당 서비스를 통해 빠르게 투자를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마침 EO 콘퍼런스에 참여하여 서비스를 발표하게 되었고, 그 자리에서 500 global이라는 VC의 관심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후 VC에서 진행하는 Seed Program에 면접을 보게 되면서 투자검토 과정까지 진출합니다. 저 역시 투자검토를 위해 VC를 만난 건 처음이었어서, 급하게 Pitch Deck을 준비하였습니다. 특히 고객 상담에 고객검증까지 이 모든 과정을 회사 다니면서 준비하다 보니, 정말 바쁜 시간을 보냈습니다.
500 Global 1차 합격 후, 2차 발표까지 저희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2주였습니다. VC에서는 서비스의 가치에 대해서 인정해 주었지만, 잠재고객을 만들어오라는 미션을 주었습니다. 이를 위해 일단 저희 서비스의 데이터, 그리고 유저풀에 대해서 돈을 주고 구매할 의사가 있을법한 모든 고객을 만났습니다. 이들을 컨택하는 것만으로도 쉽지 않은데, 저희는 몇 번이고 만나 협상을 해온 거죠!
2주 동안 저희가 만난 고객을 나열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저와 공동창업자 2명이서 모든 인맥을 동원해서, 말도 안 되는 분들을 빠르게 만나고 인터뷰하였죠.
유투버 딸배헌터팀, DB손해보험 부사장급 인사, 경찰청 및 도로교통공단 주요 인사, 카카오모빌리티 기획자
몇 번이고 이들을 만나 Sales를 하였지만, 결과는 모두 다 '구매의사 없음'이었습니다. 특히 안 좋은 말씀도 듣게 되면서, 해당 서비스로 수익화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수익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저희는 2차 인터뷰에서 탈락하였으며, 서비스 역시 운영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운영 종료하였습니다. 결국은 비즈니스 모델의 문제였습니다. 서비스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용되었지만, 결국 아무도 돈을 지불하지 않는 서비스였기 때문입니다. 정말 뼈저리게 고객의 Willingness to Pay가 중요하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번 경험을 통해 비즈니스 모델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됩었습니다. 서비스의 필요성과 편리성, 그리고 유저 확보라는 성과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비즈니스 모델이 타당하지 않다면 서비스는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번 경험을 통해 값진 현실을 배웠습니다. 그나마 개발과 마케팅에 어떠한 비용을 투입하지 않고 검증했다는 사실이 조그마한 위로입니다.
이 과정에서 얻은 점도 있습니다.
저와 변호사 출신 Co-Founder 두 명만 있는 팀이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 우리가 갖은 미친 실행력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정말 아이템만 제대로 찾는다면, 저희는 불가능한 제로투원을 만들어 낼 것이다 자신합니다.
커피를 사들고 무작정 DB손해보험 부사장님을 찾아갔습니다. 물론 세일즈는 실패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저에게 너무나도 소중한 챔피언을 얻었습니다. 오늘도 저에게 아낌없는 조언과 아이디어를 건네주시면서, 저의 도전이 헛되지 않았구나 느낍니다.
또한, 글로벌 VC 500 Global에서 계속해서 우리 팀을 코칭해주고 있다. 투자거절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시간을 내어 초기스타트업을 코칭해주는 모습에서, 이곳 하우스가 얼마나 스타트업 씬에 진심인지 알 수 있었다. 특히, 이곳에서의 조언은 뛰어난 통찰에서 나오는 값진 피드백이었고, 덕분에 빠르게 팀의 방향성을 결정할 수 있었다. 만약, Seed 단계에 있는 팀이면 500 Global를 만나보길 강력하게 추천한다. (Peter Shin @500 Global)
저희 팀은 좌절하지 않습니다. 바로 다음 아이디어에 도전하며, 이번에는 아이디어 검토 2주 만에 유료고객 확보직전입니다! 포기하지 않고 바퀴벌레 정신으로 도전하는 저희 팀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